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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백전노장 신구의 투혼은 계속된다..연극 '라스트 세션'

  • 입력 2023.06.22 16:01
  • 수정 2023.06.22 16:0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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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88세의 백전노장, 배우 신구가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누가 말하는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며 취재진에 연신 미안해하던 신구는 간담회 종료 직전, 진행자가 작품 속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 들려줄 수 있느냐고 하자 순식간에 프로이트에 이입하더니 실내가 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시연해 건장함을 과시했다. “말은 잘 안 들려도 대사는 잘 들린다.”라며 호탕하게 웃던 그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신론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신학자(유신론자) C.S. 루이스의 가상 논쟁을 담은 2인극이다. ‘썰전 연극(말의 전쟁)’으로도 통하는 이 작품은 두 배우가 엄청난 대사량을 치고받는 밀도가 으뜸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초연돼 2022시즌을 거쳐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신구와 이상윤은 전 시즌에 출연 중이고, 초연에 함께한 남명렬도 돌아왔다. 여기에 뮤지컬 배우 카이가 새롭게 합류한다.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카이는 지난 2016라스트 세션과 비슷한 구조의 2인극 레드에 출연한 바 있다. 프로이트 역에 신구, 남명렬이, 루이스 역에 이상윤, 카이가 함께한다.

사진=남명렬, 신구, 이상윤, 카이
사진=남명렬, 신구, 이상윤, 카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연극 라스트 세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구가 이날 가장 강조했던 것은, 이번 시즌은 특히 대사의 전달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매 시즌 노력해도,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더라. 우리끼리 모여서 대본을 계속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오랫동안 토의를 해도 쉽게 답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다. 우리도 이런데 하물며 한 번 오시는 관객들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없을 것 같아서 대사를 명확하게,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부분에서도 조금씩 고친 부분은 있지만, 대사에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구는 앞서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한번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번 공연이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며 이번 출연의 의미를 밝힌 바 있다. 해서 혹여 이번 시즌이 마지막 출연이냐는 물음으로 이어지자 “(작품 할 때마다) 매번 다 좋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너스레를 보태면서 자연인으로서 죽을 때가 가까워지지 않았나. 누구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다. 힘을 남겨놓고 죽을 바에는 여기에 다 쏟고 죽자는 생각도 있다. 이건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어서 앞의 일은 모르지만 지금 심정은 그렇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젊은 배우들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하니 내가 고맙다. 내가 오히려 힘을 받고, 작품이 아주 잘 될 것 같다. 지난번 공연보다는 편하게 이해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명렬 역시 이번에 함께하며 이상윤 배우의 연기가 깊어졌다고 생각했다. 처음 참여한 카이 배우만의 활력도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면서 초연 당시 걱정도 있었지만, 관객들이 치열한 토론을 즐기는 걸 새롭게 인식하게 된 작품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 작품이 좋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신구와 마찬가지로 초연부터 함께한 이상윤이다. 새로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그는 신구 선생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선생님이 당연히 같이하는 전제로 계속 말씀하시더라. 자리가 끝날 때 나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라고 웃음을 보이면서 이번에 연습하며 그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앞에 두 시즌보다 더 기대된다. 신구 선생님께는 항상 겸손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서 연습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많이 배우고, 남명렬 선생님과는 3년 만에 만났는데, 배려에 늘 감사하고 날카로운 연기에 대단하다고 느낀다.”라고 세 번째 시즌에 함께하게 된 소회를 전했다.

, 실제 유신론자이기도 한 카이는 이번 출연 계기로 작품의 완성도가 깊고, 또 한 명의 연기 스승을 모시고 2인극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 평생 철저한 유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작품의 매력을 크게 느꼈고, 단순히 유신론을 주장하기보다는 프로이트나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세계를 배우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모두가 경력직인 사이에 홀로 새 멤버다. 뮤지컬배우이면서 새롭게 연극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번 출연이 큰 발전의 기회이자 행운이라고 말한 카이는 뮤지컬의 장점이자 약점은 언어의 위력이 음악이라는 큰 힘에 가려지는 것이라며 어려서부터 쭉 음악과 함께 생활해 왔지만, 무대에서 가장 단순하고 본질에 가까운 배우의 모습으로 역할을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베토벤'이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대형 뮤지컬을 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더 비우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전했다.

카이의 합류로 이상윤은 루이스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나는 두 번 시즌 동안 (루이스로) 선생님들과 싸우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카이 씨는 배우러 왔다고 하더라. 그렇게 보니 정말 다르게 보여서 많이 참고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내 캐릭터는 나만 연기하는데, 연극은 내가 맡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하는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고 배움이 된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백전노장의 연기 열정은 여전했다. 신구는 지난해 라스트 세션재연 중 3,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치료를 위해 잠정 하차했던 바 있고, 건강을 회복한 후에는 곧바로 무대에 복귀해 '두 교황', '장수상회'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건강을 염려하는 취재진의 물음이 나오자 입원치료 당시 심장에 모터(박동기)를 달았다며 이게 10년은 간다고 한다. 이제 여러분과 똑같은 거다.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면서 "이제는 샤우팅 해도 지장이 없다.”라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한편,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오는 78일부터 910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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