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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모차르트!' 프레스콜도 역시나..미운털 마일리지만 쌓는 EMK

  • 입력 2023.06.22 10:11
  • 수정 2023.07.01 13:0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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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EMK뮤지컬컴퍼니의 프레스콜은 여전히 진행상의 문제를 드러냈다. 애초 30분 예정이라고 명시된 뮤지컬 모차르트!’ 프레스콜 질의응답이 취재진 질문 딱 두 명으로 마무리돼 헛웃음을 샀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뮤지컬 모차르트!’ 프레스콜이 열렸다. 제작사 측이 제공한 식순을 보면 3시부터 시연에 50, 포토타임 10, 질의응답이 30분으로 명시되어 있다. 질의응답에는 권은아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볼프강 역의 수호, 김희재, 유회승이 참석했다. 첫 공연 후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는 이해준은 행사에 불참했고,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김희재는 시연은 하지 못하고 포토타임과 질의응답에 참여했다.

이날 홀로 마스크를 착용한 김희재는 말하는 목소리만으로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첫 뮤지컬 무대에, 그것도 주연으로 참여하게 된 모차르트!’의 프레스콜에 함께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한다. 김희재는 본격 질의응답에 앞서 소속사와 제작진의 만류가 있었으나 약속된 시간인 만큼 꼭 인사를 드리고 싶어 찾아오게 됐다면서 관리 잘해서 공연 때는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30분 예정이라는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자의 지금부터 질의응답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부터 그럼 이상으로 뮤지컬 모차르트!’ 프레스콜을 마치겠습니다까지 5초 모자란 15분이었다. 그나마도 초반 각자 소개와 김희재의 변으로 1분여 지나고 실제 질의응답은 13분여다. 이제 막 두 명 질문했는데 시간 관계상 마무리한다니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이라이트 시연에서 시간을 초과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오후 3시 시작도 3~4분 지연됐는데, 시연 중 장면 설명에 캐릭터별 인터뷰까지 빼곡하게 진행하면서 러닝타임이 늘어졌다. 저녁 공연을 위해 공연장을 5시까지 비워야 했다는데, 취재진의 장비 철수를 고려하면 적어도 10분여는 필요하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포토타임을 부랴부랴 진행했어도 질의응답 시간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명색이 프레스콜인데 온라인 공개 하이라이트 시연에 집중하면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갔더니 하이라이트 상영과 질문, 답변이 미리 준비된 조연 배우들의 인터뷰가 길어진 탓에 정작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질문이 2개로 마무리됐다고 가정해보자. 기자들의 항의는 둘째치고 주연 배우의 팬들에게서부터 원성이 쏟아졌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질문자 2명 중 1명이 플레이디비의 유튜브 방송 진행자였다는 점이다. 모든 프레스 행사는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언론사 소속 기자로 엄격히 국한한다. 행사 성격이 언론의 취재를 위한 자리이고, 무엇보다 현장에 모인 기자들이 삼삼오오 서로의 오프더레코드를 공유하기에 밖으로 노출되지 않을 확실한 장치가 신분 확인이라 할 수 있다.

질문자는 자신을 플레이디비 기자라 칭했으나 플레이디비는 정식 언론사가 아니다. 인터파크 티켓 판매 향상을 위한 수익 사업 중 하나다. 과거 매거진이 운영되기도 했으나 20224월 멈췄고, 홈페이지 업데이트는 말 그대로 DB(인물, 작품 등) 섹션만 남은 상황인데, 그조차도 인터파크에서 티켓을 판매했거나 판매 중이거나 판매될 공연과 인물만 검색된다. 예스24티켓 단독 판매로 진행됐던 임영웅의 2022년 전국 콘서트는 인터파크 임영웅 DB에 아예 언급이 없다. 플레이디비에서 특정 배우를 검색해 출연작을 클릭하면 기본 소개와 티켓 예매창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사기업이니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플레이디비 이름으로 등록된 자료가 인터파크 관련 한정이라 해도 축적된 자료의 양이 많고 한국 공연의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프레스콜 입장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해보자. 지난해 공연 총 매출 중 뮤지컬 매출이 압도적이라는데, 티켓 수수료가 회사의 이익이라면 그 소속 직원이 어떤 질문을 하겠는가. 그의 인터뷰나 현장 질문은 다분히 제작사 측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그와 비슷한 사례로 재재를 들 수 있다. 최근 SBS에 사직서를 제출한 연반인재재는 SBS의 유튜브 콘텐츠 ‘SBS 문명특급의 기획 PD이자 MC로 활약하며 구독자 193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심지어 지상파 소속이었다. 그렇다고 재재가 자신을 ‘SBS 문명특급기자라 칭하며 시사회 취재석에 앉아 질문하는가. 프레스 현장은 현장 취재진에 전적으로 할애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 외 필요하면 별개의 인터뷰가 상식적인데 유독 연극, 뮤지컬계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만연하다. 문제의식 자체가 없어 몇 년을 소귀에 경 읽기다.

동시에 손을 들었다가 그에게 먼저 질문 기회가 가면서 오랜 시간 공연 현장을 취재한 선배 한 분은 끝내 질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물론 진행자가 그의 소속을 미리 알고 있었을 확률은 낮다. 그러나 진행자까지도 시간이 없다며 취재진 질문을 건너뛴 자체 질문이 명장면을 꼽아달란다. 벌써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의 명장면 소개가 그리 중요했을까.

올해 뮤지컬 모차르트!’ 최고의 초점은 단연 캐스팅 배경이다. ‘모차르트!’EMK의 유럽풍 일색 레퍼토리 중 그나마 연극적 요소가 큰 작품이어서 볼프강 역을 경험한 배우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슬프다고 찡그리고 화난다고 인상 쓰는 정도의 일차원적 연기로는 그저 무대 위 시간이 흐를 뿐 특유의 밀도를 느낄 수 없다. 지난 10주년 기념 시즌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박은태, 김준수, 박강현의 연기 열전이 큰 몫을 한 바는 자명하다.

EMK는 올해 이해준, 수호, 유회승, 김희재에게 볼프강을 맡겼다. 이해준은 EMK 소속이니 그렇다 치고, 수호는 웃는 남자와의 인연이 있으니 또 그렇다 치는데, 뮤지컬 배우로는 신인 격인 엔플라잉의 유회승과 뮤지컬은 처음인 트로트 가수 김희재의 출연은 단연 물음표였다. EMK는 측은 이번 캐스팅을 두고 또 다른 10주년을 이끌어 갈 뉴 제네레이션’”이라며 거창하게 표현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조차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였다.

해서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그러한 이야기가 나왔어야 했다. 이번 캐스팅에 관한 우려를 알고 있는지, 어떤 이유로 이들을 섭외했는지, 가장 큰 우려인 연기가 해결될 것인지, 어떤 계기로 볼프강 역을 수락했는지, 수락에 부담은 없었는지, 연습 과정은 어땠는지, 캐릭터 이해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지 등이다. 공연 기자들 사이에서는 단연 이 화두가 컸다. 다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인 데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출연자도 있는 만큼 초반 긴장이 다소 풀릴 시간을 기다렸더니 되려 낭패였다. 행사 뒤 항의하자 단지 시간이 모자랐단다. 질의응답을 안 한 것도 아니고 그 외에는 문제없다는 식이다. 프레스콜 하루이틀인가. 그럴 거면 시간이라도 넉넉하게 잡았어야 할 것 아닌가.

EMK의 안일한 프레스콜 진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엑스칼리버프레스콜은 취재기자를 불러놓고 아예 그들만의 토크쇼를 진행했다가 큰 항의를 받았고, ‘베토벤프레스콜은 사전 질문을 받은 핑계를 두었으나 사실상 개막 초반 쏟아진 불호 포인트를 자문자답으로 설명한 자리에 불과했다. 그마저 시간이 길어지면서 역시 시간 관계상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EMK 프레스콜은 공연 기자들 사이 갈지 말지부터 이야기가 나온다. 항의도 있었는데 또 그러겠느냐 해도 가보면 뭔가 또 그렇다.

프레스 행사는 엄연히 언론을 위한 자리이고 언론의 질문과 보도를 통해 작품을 알리며 동시에 홍보를 꾀하는 것인데 홍보가 0순위여서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프레스 행사에서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영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등 자료를 먼저 공개하는 것은 취재진의 취재가 원활할 수 있도록 이해를 돕기 위함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 그렇다. 취재진의 질문을 시간이 있으면 받고 없으면 말고, 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식이 무슨 프레스콜인가. 그럴 거면 일반 배포되는 보도자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상업극의 태동으로 대중 스타의 출연이 잦아지면서 문화부 전문 기자는 대부분 클래식, 전시 위주의 취재로 돌아섰다. 그나마 5년 이상 꾸준히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취재하는 기자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중소형 작품의 프레스콜은 취재기자가 열 명 안팎인 현장도 태반이다. 그런 와중에 이렇듯 안일한 프레스 행사가 계속되면 지금도 가성비 최악이라는 공연 취재에 그나마 충성하던 기자들도 끝내 돌아설 것이다. 짧게 끝나 좋다는 기자들만 찾아오길 바라는가. 작품에는 딱히 궁금한 게 없는 기자들만 오길 바라는가.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제작사라 자부하는 EMK 아닌가. 작품을 알리는 가장 큰 행사인 프레스콜이 매번 이런 뒷말이 나와서 되겠는가. 기자를 벼슬로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행사를 행사 취지에 맞게 정상적으로만 진행해달라고 수년간 요청하고 있지 않나. ‘관객과의 대화는 관객이 중심인 행사고, 프레스콜은 언론이 중심인 행사라는 것. 그것이 그리 어려운 개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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