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 뮤지컬 '친정엄마', 고리짝 신파 설득하는 엄마들의 존재감

  • 입력 2023.04.07 09:29
  • 수정 2023.04.09 05:43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부르는 것만으로 가슴 저미는 이름, 친정엄마뮤지컬 친정엄마가 지난달 28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친정엄마는 대중가요 히트곡을 넘버로 매쉬업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랑 표현에 서툰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을 모르는 문외한 엄마에 없는 형편에도 학창시절 늘 1등을 놓치지 않은 똑똑한 딸이건만, 형편이 좋은 남자와의 결혼으로 시댁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에 친정엄마는 매사 죄인이다. 시어머니 앞에선 찍소리도 못하다가 울컥 치고받는 건 언제나 딸과 친정엄마다.

특히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대극장형으로 사이즈를 키워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기존의 큰 스토리는 유지하면서 님과 함께’, ‘사노라면7080 감성을 자극할 히트곡을 활용한 5개의 넘버가 추가됐다.

뮤지컬 친정엄마의 이야기의 구성만 보자면 실상 7090 시대극에 가깝다. 이 시절에는 여자 쪽 형편이 기울어야 집안이 편안하다는 말이 흔했다. 그래야 며느리가 군소리는 없고 부리기는 편하니 갈등이 없어(?) 집안이 편하다는 말이다. 나아가 딸 가진 죄인이라는 말도 흔했다. 혹시 자신(친정 부모) 때문에 딸이 애꿎은 시집살이라도 할까, 매사 사돈의 눈치를 봐야 하는 행태에서 나온 말이다. 지극히 시댁(남성) 중심적 관념인데,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이게 무슨 괴변인가 싶겠지만 5~60대 이상 장년층의 결혼 문화와 삶이 실제 그러했다. 그렇게 지난 십여 년간 중장년층의 폭풍 공감을 부른 작품이 뮤지컬 친정엄마이 작품은 고혜정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2023, 이제는 딸 바보가 되고 싶은 아빠들의 열망에 딸을 선호한다는 세상이 됐다. 그렇게 세상이 변했어도 뮤지컬 친정엄마가 보편성을 지니는 지점은 자식을 생각하는 세상 모든 엄마의 애틋한 모정이다. 뭘 이런 고리짝 이야기를 지금에 하는가 싶다가도 여느 엄마와 딸의 흔해 터진 실랑이를 보고 있자면 종국엔 내 이야기인가 가슴 한구석 시큰하다.

그 힘은 단연 엄마들에게서 발휘된다. 올해는 전 시즌을 함께하고 있는 김수미를 필두로 배우 정경순, 김서라가 새롭게 합류했는데, 이 베테랑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야말로 뮤지컬 친정엄마를 소비하게 하는 가장 큰 티켓 파워다.

다만, 뮤지컬 친정엄마는 역대로 배우 나문희, 김수미, 선우용녀가 친정엄마를 연기했을 정도로 희극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해서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전문 뮤지컬배우와 같은 노래와 춤을 기대하는 이가 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들은 오롯이 연극적 요소로 능히 그를 뛰어넘는 감동을 자아냈는데, 이번 시즌은 대형 뮤지컬로서의 기대치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위험요소의 우려가 있었다.

실상 엄마들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에 주력하려면 젊은 배우들이 연극, ,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뮤지컬의 기능적인 면을 책임져야 하건만 정작 그것이 다소 약하다. 딸 역에 배우 현쥬니, 가수 별(김고은), 배우 신서옥, 사위 역에 SS501 출신 가수 김형준, 배우 김도현 등이 출연하는데 지난 4일 프레스콜을 통해 공개된 이들의 시연은 썩 좋은 평을 주긴 어려운 처지였다. 앙상블 배우들이 함께하는 장면에서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뮤지컬 친정엄마가 기존의 밀도를 버리면서 쇼뮤지컬로 더욱 사이즈를 키운 이유는 다분히 향후 시즌을 위한 초석이었을 것이다. 2~30대 여성 관객이 압도적인 뮤지컬 시장에서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특유의 고리짝 신파를 덜어낼 필요가 있었는데, 젊은 세대가 부모와 관람해도 더불어 재밌을 작품을 만들려니 넘버를 추가하고 앙상블을 늘려 지금과 같은 변화를 꾀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친정엄마는 무대 세트 자체는 미니멀해서 조명과 음악과 사람으로 볼거리를 만드는데 정작 요즘 관객의 눈높이는 인지도보다 실력이건만, 애써 변화를 주었는데 작품의 관전 포인트가 전보다 더 엄마로 좁혀져서야 이만큼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 어쨌든 여전히 뮤지컬 친정엄마는 엄마들의 명품 연기 하나만으로 가족 동반 관람을 추천할만하다.

한편, 뮤지컬 친정엄마는 오는 64일까지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