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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뮤지컬 같은 연극"에 환호하는 이유

  • 입력 2023.02.08 09:44
  • 수정 2023.02.09 05:2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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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사진=박병철 기자]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을 비롯해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등 핫한 청춘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뮤지컬 같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제작 쇼노트. 송한샘 프로듀서)’1998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에서 탄생했다는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촉망받는 신인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연극 오디션에 남장하고 찾아온 귀족의 딸 비올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연극 광부화가들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영국 작가 리 홀의 손을 거쳐 2014년 무대극으로 재탄생해 영국, 미국, 일본, 캐나다 등에서 공연됐다. 그리고 지난달 28, 한국어 초연이 막을 올렸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원작 영화로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베를린 국제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를 휩쓸며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렇게 탄생했다고?’ 그 기발한 발상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은 가히 손발이 오그라들 법한 화려한 미사여구도 16세기 영국의 낭만쯤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넘버가 없음에도 뮤지컬 팬층에게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단연 주목할 만하다. 여느 뮤지컬 못지않은 스케일과 16세기 영국 런던을 구현한 듯한 다양한 볼거리, 그럴듯한 이야기 덕분이다. 티켓 예매처 관객 평점으로 9.4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기자간담회에서 송한샘 프로듀서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두고 뮤지컬 같은 연극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넘버 3~4개만 들어오면 뮤지컬이라 우겨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인데, 가장 크게는 무대 운영이 그렇다. 보통 연극의 경우 대극장 공연이어도 뮤지컬과 같이 유동적인 경우는 드문데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특정 건물의 외형을 기본 세트로 하면서도 중앙의 원형 무대와 조명을 이용해 놀라울 정도로 유기적이고 세련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공연 내내 건물 외벽, 실내, 또는 거리였던 중앙 세트가 항구를 떠나가는 대형 선박으로 표현된 장면은 공연 예술의 백미를 보여준다. 또한, 무대 바닥에서 위로 올라오는 술집과 같은 깜짝 공간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 모두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관객에겐 보이지 않는 무대 양옆, 뒤편, 바닥 등에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송 프로듀서는 CJ토월극장이어서 가능했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연극치고 비교적 높은 VIP11만 원의 가격은 그러한 이유로 책정되었다는 부연도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 공연을 본 관객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현재 대극장 뮤지컬의 VIP석 평균가가 16~17만 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렇듯 핫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데 만듦새까지 훌륭한 뮤지컬 같은 연극의 가격이 11만 원이라니 오히려 혜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그에 대해 “(무대가) 겉으로는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연 내내 단 한 번의 암전 없이 (장면이) 전환된다. 바닥에서 10m 높이까지 올라오는 승강무대가 술집이 되고, 중앙 뒤편의 회전무대는 90, 40, 360도 등 계속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장면 변화를 연출한다. 또 일반 연극보다 출연진이 스물두 명으로 많다. 대규모의 연극이어서 사실은 일반 뮤지컬과 다름없는 제작비의 구조라면서 작품이 기대에 못 미쳤다면 개막 이후에도 티켓 가격 논란이 계속됐을 텐데 (개막 이후) 많은 분이 즐겨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말씀은 절대 아니고,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작품에 어울리는 적절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가격 패기를 감당하면서까지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국내에 소개하게 된 계기는 역시 작품이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원작 영화가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연극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많았다. 역시나 원작과 동일하거나 혹은 뛰어넘는 연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저 없이 작품을 결정했다.”이 작품은 윌과 비올라의 사랑 이야기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꿈을 좇는 자들의 이야기다. 단순히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행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쇼노트의 작품 선정 기준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쇼노트는 한국뮤지컬 시장의 큰 기류이기도 한 유럽풍 뮤지컬의 의존도가 현저히 낮다. 오히려 유럽풍 뮤지컬과 쇼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시기, 1인 배우의 콘서트형 모놀로그 뮤지컬 헤드윅을 선보여 선풍적인 흥행을 이끌었고, 뮤지컬이면서도 재기발랄한 연극적 요소가 특징인 젠틀맨스 가이드:사랑과 살인 편도 크게 성공했다.

나아가 국내 관객에게는 여전히 낯선 성스루 구성에 호불호가 있기도 했으나 파격적인 이머시브형 작품 그레이트 코멧을 선보였는가 하면, 최근에는 웨스턴 뮤지컬의 고전으로 통하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현대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프덴을 동시에 올리고 있고, 이번에는 지극히 뮤지컬 같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공개했다. 공통점을 꼽으라면 새로움과 이야기. 고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역시 당시엔 흔치 않았던 발레와 현대무용이 기반인 세련된 안무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아름다운 음악을 무기로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오페라와 같은 유럽풍 뮤지컬에서는 사실상 이야기는 후 순위여서 굳이 이야기의 구조나 개연성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그렇다고 친단다. 다만  오페라는 그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하다.)지만, 비교적 최근 작품인 젠틀맨스 가이드’,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 ‘썸씽로튼’, ‘하데스 타운’, 디벨롭 버전의 데스노트와 같은 작품에 남달리 호응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뮤지컬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연극이면서도 기존 뮤지컬 팬층을 불러모으는 이유 역시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노래만, 춤만, 장면만, 배우만 보는 극 형태에 피로감이 쌓인 탓이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16세기 영국 런던의 시대상을 세심하게 옮겨놓은 것은 물론 기승전결에 이르는 개연성도 매우 훌륭하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바탕이 되었을 상상인 윌과 비올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도 가장 큰 극적 장치가 된다. 또한, 곳곳에 숨은 암시성 떡밥의 회수가 탁월하고 각 캐릭터의 다양한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여자로서는 금기된 배우를 향한 꿈, 첫눈에 반한 열렬한 사랑, 남자 이름은 로미오’, 여자 이름은 줄리엣의 엉뚱한 탄생, 재정 위기에도 어떻게든 연극을 올리려 고군분투하는 극단장 헨슬로와 단원들, 사채업자에서 한 줄 대사로 배우의 꿈을 이룬 페니맨의 눈물겨운 환희,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웨섹스 경, 윌의 절친이자 성공한 극작가 키트의 웃지 못할 반전 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극단 단원에서부터 멀티 역할을 소화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전방위 활약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큰 줄기는 분명 비극인데 재기발랄한 희극의 묘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2시간 4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에게 지루함이라는 굴레를 씌우지 않으려면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해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여러 매체를 사용했다. 쉽게 말해 조명 빛, 그리고 무대라는 거대한 피지컬 덩어리가 움직이는 데에서 오는 운동감, 연극이면서도 여느 뮤지컬 못지않은 엄청난 안무를 소화해야 한다. 배우들이 끊임없이 춤을 추고, 녹음한 음악을 사용하지만,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하고 허밍하고, 라이브 연주를 한다. 관객분들의 주의력이 떨어질 때쯤 아주 의도적으로 세트가 움직인다. 단순히 무대가 화려해서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무대 장치,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실제 싸움 같은 전투신, 그런 것들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이 바로 다음의 중요한 대사를 더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효과로 셰익스피어의 주옥같은 대사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개작한 리 홀의 주옥같은 대사들을 관객에게 큰 의미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정소민, 채수빈, 김유정,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등이 한 무대에 오른다는 캐스팅 소식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중에도 정소민, 김유정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서게 됐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16세기 영국에서 연극이 엔터테인먼트의 최첨단이었다는 점에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주인공으로도 대중적 소통을 위해 좋은 배우, 스타의 힘이 필요하단 생각에 연극배우로서 자질을 이미 갖춘 스타를 섭외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연극이 처음인 정소민, 김유정까지 무대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정소민, 김유정은 평소 연극이 꿈이었다고 입을 모았고, 실시간에 존재하고 사라지는 연극 무대의 소중함과 아쉬움을 말해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끝으로 송한샘 프로듀서는 누군가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보면서 윌과 비올라의 사랑에 눈물을 흘릴 것이고, 누군가는 , 그래. 나도 이런 꿈이 있었지.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한 번 부딪혀보자. 내 인생의 트러블메이커가 되어 보자는 꿈을 꿀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 시대의 사람들은 저랬구나, 그때는 이렇게 연극을 만들었구나하는 것에 집중해서 볼 것 같다. 그렇게, 표면적으로는 같은 텍스트이지만 그 안에 여러 의미가 중첩되어 쌓일 때 좋은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국어 초연의 의미를 자평했다.

한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오는 32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 사진 제공=()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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