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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연극 '파우스트', 유인촌의 늙음이 파우스트를 만났을 때

  • 입력 2023.02.22 10:32
  • 수정 2023.02.25 09:1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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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해수, 원진아, 양정웅 연출, 유인촌, 박은석
사진=박해수, 원진아, 양정웅 연출, 유인촌, 박은석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가 연극 무대에 되살아난다. 1974년 데뷔해 근 50년 연기 경력의 배우 유인촌이 이제야 처음으로 늙은 파우스트를 연기한다. 이 하나 만으로 연극 '파우스트'를 향한 기대가 솟구친다.

샘 컴퍼니의 연극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연극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집필한 장편 희곡이다. 학문에 절망한 늙은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욕망과 쾌락에 사로잡히지만, 잘못을 깨닫고 영혼의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늙은 파우스트 역의 유인촌과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의 호흡은 작품 특유의 밀도를 세심하게 구현할 전망이다. 더불어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 그레첸 역의 원진아의 출연도 주목할 포인트다. 이들 모두 원캐스트로 출연하는 만큼 최고의 연기 앙상블을 기대하게 한다.

21일 오후, LG아트센터 서울 3층 스튜디오에서 연극 파우스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양정웅 연출을 비롯해 배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가 참석했다.

파우스트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파우스트가 아닌 메피스토에 초점을 두는 등 파우스트를 모티브 삼은 변주작이 다양하게 등장할 정도로 현대에서도 끊임없이 소환되는 작품이다. 그 이유에 대해 양정웅 연출은 고전 파우스트의 철학이 현대에도 통하는 이치 때문으로 봤다.

양정웅 연출은 이 시기에 왜 파우스트인가. 사실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연극이 아닌가 싶다. 현대 사회에서 끝없이 질주하는, 인간 욕망의 질주라고 할까, 원작의 괴테가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세속적이고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파우스트의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정도의 연극으로 구성하기엔 무리가 있다. 선택이 불가피한데, 양정웅 연출은 이번 파우스트의 구성에 대해 저희 파우스트는 비극 1부를 한다. 2막은 그레첸의 사랑이 담긴 장면을 하게 된다. 원작의 길이를 많이 줄이긴 하지만 괴테의 아름다운 문학적인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서, 텍스트는 원본에 충실하게 번역된 작품을 보여드릴 것이다. 비주얼은 현대적이면서 미장센을 이용한 현대적인 연출이 될 것이다. 대극장에서 보기 힘든 스펙타클한 연극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라며 원작의 1부는 개인의 구원과 욕망과 사랑이라면 2부는 산업이나 국가 등 굉장히 심오한 이야기로, 1부의 2배 이상 길다. 1부의 그레첸이 사랑과 구원의 캐릭터가 될 텐데 2부의 암시를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부분까지 저희가 공연하려 하고, 언젠가는 2부를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인촌은 연극 파우스트와는 세 번째 인연이다. 1997년 연극에서는 메피스토를 연기했고, 2012년에는 낭독극으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역을 선보였는데, 늙은 파우스트를 직접 연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파우스트에서 늙은 파우스트 역은 남자 배우라면 꼭 한번 도전하고 싶은 선망의 캐릭터로 꼽히는데, 한국 연극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8~90년대에는 많은 고전 작품이 공연되었으나 대부분 젊은 배우가 흰 머리 분장을 하고 늙은 주인공을 연기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당대의 배우들도 나이가 들면서 최근에야 나이대도 그럴듯한 농익은 배우의 연기로 되살아나는 추세다. 이번 파우스트  역시 근 50년 연기 인생의 유인촌이 연기하는 늙은 파우스트야말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유인촌은 파우스트 역할은 처음이지만, 인간으로서 최고의 지성과 여러 가지를 이루었음에도 끊임없이 뭔가를 더 이루려 하는, 그것이 결국 인간의 욕망이 강한 걸 텐데, 그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나이도 많고 업적이 많은 인물이라 어렵긴 하지만, 여러 입체적인 인간을 표현할 수 있는 배역이라며 파우스트는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배역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고민은 많이 된다. 내가 실제 파우스트처럼 인문학적으로 높은 학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또 파우스트는 종교를 벗어날 수 없는데 내가 정말 내 몸을 의탁할 정도로 종교에 빠져봤는가, 그런 것도 어려운 점이다. 어쨌든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선과 악을 이번에 잘 표현해봐야 하지 않나 싶고. 나머지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의 것들은 공연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관객과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이번에 정말 주님에 빠져야 하지 않나 싶다.”며 파우스트 역을 맡은 고충을 너털웃음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도 존재감을 뽐낼 예정이다. 무대가 간절한 사이 파우스트가 찾아와 준 느낌이었다는 그는 더욱이 괴테의 파우스트였고 더욱이 메피스토여서 두려움으로 임하고 있다. 쉽지 않은 걸 알면서, 큰 악몽과 함께 시작했다. 즐거운 악몽과 함께 새로운 세계관에 녹아들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메피스토가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놀라웠다. 그것을 잘 표현하면 또 다른 메피스토가 되지 않을까 해서 그런 쪽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해수는 2012년 동아연극상에서 유인촌 신인연기상을 차지한 남다른 인연도 있다. 박해수는 첫 식사자리에서 유인촌이 그것을 기억해주고 있더라며 정말 영광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제가 감히 말하기에, (유인촌은) 가장 확실한 국어와 언어를 구사한다. 너무 멋진 화술적 연기와 고품격 연기를 보고 자랐고, 처음 리딩 때 뭔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느낌이어서 몰래 녹음을 했다. 기쁨과 환희라는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말인 줄 몰랐다. 계속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인촌은 내가 선배라고 좀 오바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세대가 다른 배우들과 같이 작업하는 것이 쉽진 않다. 요즘은 특히 그렇게 어울리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 ‘햄릿때 기억이 정말 좋았고, 이렇게 같이한다는 것이 관점이나 표현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서로 보면서 나도 더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번 작품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란 박은석은 유인촌을 보며 우리말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중이라고 한다. 그는 연습실에서 (유인촌이) 처음 리딩하셨을 때 언어의 힘과 딕션과 발성과. 이 맛을 낼 수 있는 그릇이 정말 넘사벽이었다. 한국에 온 후에 한국어를 다시 배워 연기한 것도 있어서 언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조금은 향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원진아는 이번 파우스트를 통해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한다. 최근 정소민, 김유정 등 젊은 실력파 여배우들의 연극 러쉬가 이어지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원진아 역시 다수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여서 기대가 크다.

원진아는 이번 출연 계기로 작품이 파우스트여서라기 보다는 공연을 할 기회도 경험도 없었기에 마냥 꿈같고 환상 같은 그림이 많았다. 이런 기회가 있을 때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원래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편인데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들었을 때 무조건 하고 싶다는 이상한 욕망을 (느꼈다),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고 웃음을 보이면서 현실적으로 연극 대본을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대본과 연극은 풀샷으로 보여야 하는 대본이어서, 조금 다른 기술을 요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처음 열흘은 대본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았다. 서로 의논하며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주제를 가지고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매일 연기를 깨쳐 가는 과정이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끝으로 원진아는 "'파우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어려운 작품이라고 하는데, 책으로 읽었을 때보다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 부분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한편, 연극 파우스트는 오는 331~4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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