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리뷰] 뮤지컬 공식 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 철학이라고 꼭 심각해야 하나

  • 입력 2023.02.10 07:35
  • 수정 2023.02.10 08:27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기존 뮤지컬 문법을 깬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가 관객 호평 속에 초연의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제작사 HJ컬쳐의 변명 시리즈 첫 작품이자 뮤지컬 문법에 블랙뮤직이라는 새로운 장르 음악을 입힌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소재로,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와 그를 고발한 멜레토스의 열띤 심리가 주 골자다.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안다.”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자임을 깨닫게 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질문으로 오류와 모순을 지적한다. 의기양양했던 그들은 차츰 내놓을 답변이 변변치 않게 되는데, 그것으로 자신이 무지했음을 깨닫게 된다. 아테네를 변화시키려는 소크라테스의 행보에 주류 아테네인들은 반발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나라가 믿는 신을 믿지 않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이후 플라톤은 당시 소크라테스의 법정 변론을 묶어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저서로 기록했다.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소크라테스 패러독스의 무대 역시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을 재현한 듯한 분위기다. 원형의 큰 무대 주위로 벽면 듬성듬성 영상을 채워 배경을 만든다. 처음 공연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그리스 아테네의 어느 한 신전이나 극장에 들어온 인상을 준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흡사 요즘 방송에서나 볼 법한 랩 배틀이 펼쳐진다. 슈퍼맨 로고와 같은 ‘S’를 크게 새긴 점퍼에 헐렁한 바지를 입은 화이트 소크라테스와 블랙으로 격렬한 대비를 이룬 멜레토스가 자신의 주장을 랩에 담아 엎치락뒤치락 쏟아낸다. 다행이라면 랩의 속도가 속사포는 아니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제작사는 랩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친절을 행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배우들의 장악력이 단연 압권이다. 기자가 관람한 양동근, 치타의 공연은 말해 뭐해수준이었다. 여유로우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두 배우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만으로도 만족도는 높았다. 사이사이 관객 호응을 유도하거나 재치 있는 애드리브도 깨알 포인트다. 그 외 뮤지컬 배우인 유성재, 정민, 황민수 등의 공연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를 뮤지컬로 드러내는 요소는 앙상블이다. 첫 시작은 기존 뮤지컬 문법과 같이 앙상블 배우들의 오프닝 무대가 장식한다. 이후에도 여러 안무와 연기를 소화하며 두 사람의 변론에 양측의 철학적 무리를 대변한다. 더불어 한번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넘버들도 자랑할만하다.

형식을 달리한 만큼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관객 참여와 호응을 유도하는 구성이 많다. 특히 커튼콜에서는 일반 콘서트장의 필수템인 야광봉이 등장하기도 한다. 기존 작품에 비해 러닝타임은 짧은데 커튼콜은 비교적 길다. 이때, 무대의 리드에 몸을 맡기면 흔한 말로 '머리 풀고' 놀 수 있다.  

그렇게,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는 철학적 심도가 의외의 흥으로 풀어진다. 기존 뮤지컬 문법과는 거리가 있어 아무래도 낯선 느낌이지만, 그것만 빨리 내려놓으면 또 다른 새로움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다루고 있는 소재의 밀도는 다소 떨어지는데, 그조차 철학은 꼭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 관객 선택의 영역일 것이다. 비단 예매처 관람 평점에 무려 9.6이라는 수치가 이를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오는 2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1관에서 공연된다. '빵빵한' 캐스트의 초연이 막을 내리기 전에 한 번쯤 추천할만하다, [사진제공=HJ컬쳐]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