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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기획③] 뮤지컬 '베토벤', 박효신도 매진 안 돼..해외 창작진 맹신 거둬야

  • 입력 2023.02.21 10:55
  • 수정 2023.02.23 18:3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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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리뷰기획] 뮤지컬 '베토벤:Beethoven Secret', 그래서 '시크릿'은 어디에 있나 (http://www.tvj.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089)

[리뷰기획] 뮤지컬 '베토벤', 차라리 베토벤 주크박스라 했으면 편할 것을 (http://www.tvj.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245) 편에 이어.

뮤지컬 베토벤’, 유럽풍 뮤지컬의 한계

해외 영화계가 한국에 놀라는 점은 한국인은 머리 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영화, 공연을 막론하고 한국인은 스토리를 담은 모든 작품에 가장 우선으로 ‘기승전결’을 꼽는다. 일단 말이 되는 소리인지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느냐에 열광한다. 단적인 예로 북미를 비롯해 해외에서 사실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우리나라에서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일화는 세계 영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한 '아바타2'를 최초로 개봉한 나라가 됐다.

또한, 한국인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태도가 세계 유일할 정도로 독특하다. ‘재밌다’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왜 재밌었나’로 이어진다. 심지어 장면과 뜬금없이 주인공 손에 망치라도 하나 들려 있으면 갑자기 내면의 셜록 홈즈가 튀어나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끝끝내 찾아내고 연결하고 토론하기를 좋아한다. 왜 굳이 머리를 써가며 콘텐츠를 소비할까. 누가 알겠는가. 한국인의 특성이 그렇단다.

그럴 거면 드라마 보지, 영화 보지. 간혹 관객들에게서 ‘(원작)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엉성하다같은 리뷰를 보면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었다. 뮤지컬은 표현되는 자체가 음악과 춤이다. 연극과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되고, 어떻게 안무로 표현되고 있는지, 그 세 가지의 균형을 봐주시면 좋겠다.”

뮤지컬 베토벤에도 참여 중인 한 제작진이 뮤지컬 웃는 남자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언급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관객이 안타까운 상황일까? 틀렸다. 이는 유독 철 지난 유럽풍 뮤지컬을 고수하고 있는 EMK의 안타까움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여전히 해외 작품이 많은 탓에, 역으로 관객은 매우 최신 브로드웨이 추세를 경험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작품들만 봐도 연극적 재기발랄함이 으뜸인 젠틀맨스 가이드’, 진짜 연극 같은 쇼 뮤지컬 썸씽로튼을 비롯해 13명의 배우로 대극장을 채운 색다른 연출 하데스 타운’, 파격적인 이머시브 그레이트 코멧’, 아예 영화를 무대로 옮긴 비틀쥬스’, ‘미세스 다웃파이어’, ‘물랑루즈까지, 기존 유럽풍 뮤지컬과 다른 작품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관객이 작품을 판단하는 기준과 시야가 매우 넓어졌다는 것을 EMK만 모르는 모양새다. 홍광호, 김준수, 고은성 등 캐스팅만으로 오케이였을 데스노트를 오디컴퍼니가 굳이 돈을 들여 디벨롭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제작사가 만든다고 제작사가 문화를 선도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 거르고 환호하며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가는 대중이야말로 문화를 이끄는 힘이다. 한국은 그동안 뮤지컬에서 관객 선택의 폭이 좁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EMK는 왜 유독 유럽풍 뮤지컬을 고집할까. 결국은 해외 창작진 의존도가 맹목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EMK는 라이선스, 오리지널을 불문한 주요 작품에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의 이름이 반복된다. 덕분에 대형 제작사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 신뢰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수십 년간 유럽풍 뮤지컬만 만든 이들이다. 애초 뮤지컬 베토벤이 쿤체&르베이 콤비의 작품이란 소식부터 기존 유럽풍 뮤지컬이 될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여기에 독일 연출가 길버트 매머트를 섭외했다. 작정하고 유럽에 통할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특히 이번 베토벤은 아예 오페라 같은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페라는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면서도 특정 작곡가의 음악을 감상하는 장르다. 해서 보통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같이 작곡가를 명시한 이름으로 불린다. 음악가가 만든 작품인 만큼 가수 의존도가 높고 반면 스토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실상 뮤지컬 베토벤이 딱 그러하다. 흡사 뮤지컬 형식으로 베토벤 오페라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인상이다. 그러니 백분 이해해 허술한 스토리는 그렇다 치고, 대사와 가사마저 외국 작품을 어설프게 번안한 느낌이 크다. 원작자가 외국인인데 우리말로 대본을 썼을 리 없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는 있게 해야 하지 않나. 로버트 요한슨의 웃는 남자와 비교해서도 말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박효신도 매진 안 돼, 해외 창작진 맹목적 의존 버려야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연출가라 할 수 있는데, 한국 자본으로 한국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한국을 잘 모르는 독일 연출가를 데려다 놓으니 다분히 유럽 색만 강하다.

특히 독일은 뇌졸중으로 일시적 마비가 온 헨델이 온천 여행으로 회복했다는 일화가 유명할 정도로 지금까지도 유럽 최고의 온천 국이다. 그러니 한국 관객은 제발 뺐으면 좋겠다는 일명 욕조신도 독일에서는 빵빵 터질지 모른다. 더불어 극 중 괴테가 언급되는데 독일에서 베토벤과 괴테는 한국인이면 다 아는 이순신과 원균급 스토리라고 한다. 또한, 유럽은 오페라에 익숙한 그대로 뮤지컬에서도 스토리나 개연성을 크게 따지지 않아서 오히려 이런 작은 포인트에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뮤지컬 베토벤은 엄연히 한국 작품 아닌가. 스토리라는 큰 덩어리가 허술한 마당에 독일 맞춤식 깨알 포인트까지 굳이 이해할 아량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개막 전 이러한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비단 베토벤만이 아닌 해외 연출가들의 한 고집은 유명하다. 업계에서 이들과 작품을 하고 싶으면 토 달지 말고가 필수라고 할 정도다. 실상 욕조신이 민망한 것이 어디 관객뿐이었겠는가.

결국, 해외 창작진의 확신을 믿고 강행했다. 그러나 철석같이 믿었던 박효신마저 매진이 드물자 EMK야 말로 충격인 모양새다. 마지막 티켓이 오픈됐음에도 매진은 박효신의 총막공 단 하루다. 배우 장사로 그렇게 욕을 먹어도 장사는 됐건만, 박효신으로도 못 판다는 건 사실상 재연이 불투명하단 소리다폐막 후 곧바로 극장을 옮기는 마당에 초연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망작오명만은 벗어야 했는지 해외 창작진은 진작 돌아갔는데 우리 창작진이 붙어 허락을 구해가며 수정 중이라고 한다. 대본, 음악, 연출이 모두 해외 창작진이니 수정에도 이 모양이다. EMK가 이제라도 맹목적인 해외 창작진 의존을 벗어나길 바란다적어도 마타하리가 권은아 연출에 의해 이야기만은 그럴듯하게 수정되지 않았던가.

작품으로써는 안타까운 일이나, 한국에서 배우 장사도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선례가 남았으니 한국 뮤지컬의 또 다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작품은 작품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정석의 논리를 일깨웠으니 말이다. 결국, 문화를 이끄는 힘은 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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