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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동준, '고려거란전쟁' 현종.."인간 김동준의 성장 계기"

  • 입력 2024.03.14 08:0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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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KBS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고려의 제8대 황제 현종 역으로 첫 사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김동준을 인터뷰로 만났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당대 최강국인 거란과 26년간의 전쟁을 딛고 마침내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고려의 역사를 다룬 정통사극이다.

고려거란전쟁은 공영방송 50주년을 기념할 야심찬 기획으로, 32부작에 270억을 투입했다. KBS로서는 제작비 몰빵에 가깝다. KBS의 대하드라마라는 타이틀이 1981년부터 시작됐으니 그 역사만 40년이 넘는다. 여기에 태조 왕건’, ‘대조영’, ‘대왕의 꿈등으로 대하드라마의 전성기를 이끈 최수종이 10년 만에 돌아오면서 방송 전 화제성도 컸다. 이러한 시즌에 김동준이 최수종과 투톱으로 현종을 맡았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복귀작이었다. 사극이 처음인데 그것도 정통사극이다.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 고군분투가 불을 보듯 빤한 상황. 부담이 없을 수 없는 위치였으나 대선배인 최수종이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12, ‘고려거란전쟁종영 인터뷰에서 김동준은 먼저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드라마가) 끝난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촬영하러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렇게 소감을 얘기하다 보니 진짜 드라마가 끝났구나느껴진다. 현종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점이구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촬영에만 지난 사계절을 모두 함께한 현종의 여운이 큰 모양이었다.

드라마 초반에는 연기력 논란도 있었으나, 실상 뜯어보면 정통사극이라는 특수성이 보태진 감이 없지 않다. 최근 2~30대 배우들의 사극은 퓨전사극이어서 하오체를 사용할 뿐 현대극이나 다름없는 대사 톤을 사용하는데, 대하드라마는 처음 시작된 80년대 당시의 진한 연기톤과 발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젊은 배우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해서 배우도 시청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최수종 역시도 처음 대하드라마의 주연을 맡았을 때는 무게감이 약하다며 미스 캐스팅 논란이 있었기도 하다.

김동준은 그저 현종이 성장사를 오롯이 담아내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우리 역사의 인물인 데다 성군으로 회자되는 현종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제대로 그려내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이 무엇보다 컸다고. 현종의 성장에 집중해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가자 자연스럽게 논란도 수그러졌다.

현종이라는 인물을 제안 주셨을 때, 그 시절을 많이 알지 못했고, 찾아보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더라. 이렇게 성군이시고 대단한 업적을 이뤄주셨고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을 지켜주신 분인데 감히 내가 이 분을 연기해도 될지 부담도 됐다. 이후 감독님, 최수종 선배님을 뵙고 이분들과 함께하면 같이 그려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내가 이 분을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에게 소개하고 알려드리고 싶다는 것,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오히려 그런 부담을 이용했던 것 같다. 긴장하고 날이 서 있고, 그런 것을 왕순에게 붙여 연기했다.”

“32부작이고, 현종은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서, 왕순으로 절에서부터 시작해서 궐에 들어와서 진짜 왕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변화에 중점을 줬다. 왕순 때는 항상 생각했던 게 지금은 왕이 아니다. 내 모습은 왕이 아니다였다. 10대의 패기 넘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야 32회 동안 변화의 폭이 더 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성장캐릭터로 궐에서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나중에 진정한 왕이 되는데, 처음에 궁에 들어와서는 불안감도 있고 실질적인 왕은 아니었다. 이후 호족들 이야기가 나오면서 백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진정한 왕이 되어간다. 해서 성장의 폭을 보여드리려면 제일 낮은 것부터 보여드리면서 회가 지날수록 이 친구가 이랬구나’, 그런 걸 이어가려 했다. 하나 보여드리고 싶었다면 목소리, 발성도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불안한 존재에서는 신하들과 얘기할 때도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이 있었고 왕이 된 후에는 좀 더 왕답게 명을 내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연기력 논란) 당시에도 현장에서 촬영을 계속했던 상태고, 흔들리거나 그러진 않았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신과 이야기가 이미 그려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려 했다. ”

쟁쟁한 연기파 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은 부담과 동시에 큰 배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대하사극이라는 것이 정말 내로라하는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거여서 그 부담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이냐. 연기 교과서 같은 최수종 선배님이 계시기 때문에 많이 여쭤야겠다고 생각했다. 최수종 선배님이 계셔서 내가 현종을 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도 정말 매 신마다 물어봤다. 여러 버전을 준비해가고 여쭤보면, 어떤 모습이 좀 더 나을지 디테일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다. 현종은 정치적 스승인 강감찬을 통해 성장하는데, 누굴 좋아하면 닮아가는 게 있지 않나. 해서 제가 선배님을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이 있으면 어떨까요? 말하는 모습, 발성, 포인트 등이 닮아가면 우리 관계가 좀 더 와닿지 않을까요?’ 했는데 그게 조금씩 쌓이면 나중에 큰 산이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나 혼자 비슷하게 따라 했던 게 있었고, 궁에 들어와서는 평소보다 많이 눌러서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좀 긁어서도 내보기도 하고, 그런 게 있었다. (촬영을 다 마치고서도) ‘이 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런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다. 워낙 2~30년 연기하신 분들이어서 많이 배웠고, 시도해 볼 선택지가 많았다. 정말 많이 배웠기에 그런 고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역 후 복귀작이었던 탓에 용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종의 성장을 그리며 인간 김동준의 성장도 함께였다는 자평도 있었다.

“1년 반 동안 바라만 보는 입장이었다. (전역 직후) 사실 열정이 맥스에 있던 때였다. 그 열정을 가지고 대본을 받았을 때 감사함도 정말 컸고 부담을 이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도전하지 않으면 부담을 지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선배님들 만나면서 부담감이 지워지기도 하고 더 커지기도 하더라. 자료 조사도 하고 연기 준비하고, 선배님들과 많은 분과 소통하면서 현종이 성장해가는 것만큼 인간 김동준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지 않나 싶다.”

고려거란전쟁은 최종회 13.8%의 시청률로 주말 미니시리즈 전체 1위를 수성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으나 그와 별개로 여러 논란과 잡음도 있었다. 심지어 두 감독의 불화설, 감독과 최수종의 불화설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김동준이 직접 겪은 현장은 늘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사계절을 함께하다 보니 흡사 전우애 같은 게 생겼다고 한다. 현장을 늘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어 준 것이 최수종이었다고. 덕분에 모두가 행복한 현장이었다며 어떤 이유로 불화설이 나왔는지 정녕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현장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두 감독님도 워낙 열정이 넘치시고 준비도 많이 하시고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이고, 최수종 선배님은 나에게 은인이시다. 현종에게 정치적 스승으로 강감찬이 존재했다면, 극 중 대사에도 있는데김동준이라는 사람에게 최수종 선배님의 존재는 정말 아버지 같고, 장난기가 엄청 많으셔서 때로는 친구 같고, 연기에 미친 광인 같았다. 정말 존경밖에 없다. 현장에 항상 30분 전에 오시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실 텐데도 한 번도 흐트러진 적도, 인상 쓴 적도 없으시다. 항상 유쾌한 분위기였는데, 그런 분위기를 주도해 준 분이 최수종 선배님이셨다. 정말 존경의 눈빛이 사방에서 있었다.”

최수종과의 일화는 쉼 없이 이어졌다. 연기적으로나 배우로서의 자질 등 여러 면을 직접 보고 배웠다고 한다.

발성도 그렇고, 대하사극은 장단음도 상당히 중요하고, 사실 요즘 현대물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데 동준아 대하사극에서는 지켜주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부분만 깨우쳐도 준비하는 데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그런 얘기를 해주셔서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던 것 같고, 선배님은 대사가 아무리 길어도 NG가 없으시다. 그걸 알고 있으니 더 날을 세워 준비해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선배님이 직접 보여주시기 때문에 후배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마음가짐은, 선배님 SNS를 보면 선한 영향력이라는 글을 쓰시는데, 그걸 직접 눈으로 봤다. 질문을 그렇게 하면 귀찮을 수 있는데 누구보다 많이 알려주시고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고. 보조 출연자 한분 한분 먼저 다가가서 분위기를 풀어주시고 도움을 주셨다. 하나 에피소드라면 전쟁 촬영을 더운 날 찍었는데, 선배님이 검차 위에 올라가셔서 무기 뭐 아무거나 하나 줘봐하시더니 그 위에서 노래를 하시더라. 그런 모습이 정말 강감찬이지 않았나. 군사를 이끄는 힘이지 않았나. 나도 선배님의 에티튜드를 익혀서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드라마 한 작품에 사계절을 보냈어도 어디든 불러만 주시면 하겠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드라마 제작 편 수가 부쩍 줄어 톱스타들도 작품이 안 들어온다고 하소연하는 마당이 아닌가. 기회가 된다면 하루 빨리 배우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다.

찾아주시면 무조건 할 것이다. 나를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년을 현종으로 살았으니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그게 제일 큰 계획이지 않을까. 그게 미래 계획이기도 하다. 여러 인물로 찾아뵙는 게 연기하면서 이뤄가야 할 목적지가 아닐까 싶다.”

한편, 김동준은 고려거란전쟁2023 KBS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차지한 바 있다. [사진제공=메이저나인, KBS '고려거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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