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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은성,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출연이 감회 새롭다는 이유

  • 입력 2024.01.15 12:34
  • 수정 2024.01.15 14:3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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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몬테크리스토 역을 맡은 배우 고은성이 인터뷰로 함께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삼총사’, ‘철가면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전도유망했던 젊은 선원 에드몬드 단테스가 14년간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다가 백작 몬테크리스토로 신분을 세탁해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럽풍 뮤지컬의 대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작품으로, 그의 콤비 잭 머피(Jack Murphy)가 대본과 가사를 썼다. 2009년 스위스에서 초연돼 201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 논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들여와 올해로 여섯 번째 시즌을 맞는 동안 변화를 거듭했고, 특히 올해는 'ALL NEW MONTE(올 뉴 몬테)'를 표방하며 무대, 연출, 넘버, 대사 등 극 전반에 또 한 번 변화를 시도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고은성은 몬테크리스토 백작(에드몬드 단테스) 역할을 맡았다. 워낙 20대부터 좋아했던 작품이었다며 이번 출연이 감회가 새롭다고 한다.

“‘몬테크리스토20대 초부터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다. 워낙 넘버를 좋아했던 작품인데, 항상 공연하는 소감이 어떠냐 물어보면 뭐라 할지 잘 몰랐는데 이 작품은 어려서부터 곡을 많이 들었고, 무대에서 불러보는 상상을 했던 터라 공연하면서 배우 인생을 다시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뮤지컬배우로 감회가 새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연이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는데, 내가 했던 어떤 공연에서보다 굉장히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서, 내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이유가 명확해진 작품이구나 생각한다.”

극 중 에드몬드는 사랑하는 여인 메르세데스와 가장 행복한 순간에 영문도 모른 채 한 섬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십수 년 좌절의 끝에서 생을 놓으려는 찰나 백발의 괴짜 신부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인생 경험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암투의 단초를 얻게 됨과 동시에 복수의 동력을 얻게 된다. 신부는 에드몬드에게 분노와 복수가 아닌 희망으로 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는데, 무사히 섬을 빠져나온 에드몬드는 백작 몬테크리스토로 신분 세탁 후 차근차근 복수를 이루지만, 그는 끝내 신부의 당부를 떠올린다. 고은성은 그러한 인물을 지금 나이에 맡은 것이 적기였다고 자평했다.

실제 무대에 서보니 확실하더라. 아직 경험이 없을 때 맡았더라면 잘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을 한다. 20대는 어디론가 무한정 가야 할 것만 같은? 계속 어디론가 달려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시기와 나이와 그런 주파수가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되게 재밌다. 특히 성경이나 고전 작품들이 비슷한 느낌이 있더라. ‘레미제라블도 그렇고, 인간에게 교훈을 주는 무언가는 똑같구나,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몬테크리스토를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용서를 담고 싶었다. 해서 왜 용서를 해야 하지?’ 하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습실에서도 항상 몬테들이 이 포인트가 정말 중요하다고, 이 포인트만은 놓치지 말자고 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잘 나오게 된 것 같다.”

용서는 이번 몬테크리스토에 유독 고민한 지점이기도 했다. 작품 홍보는 통쾌한 복수극’, ‘뮤지컬 복수극의 원조라는 식의 수식어를 빼지 않지만, 배우로서는 인간을 통찰하고자 했다.

복수극이긴 하다. 물론 복수가 정점에 있지만, 용서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완전히 악귀가 씌운 마냥 (복수를 향해) 달려가는데, 복수해도 시원하지 않은, 계속 그 상태이고, 결국엔 용서하는 이야기인데 왜 용서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후반에 신부님의 목소리가 들린 것으로 생각했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엠마가 그렇듯 누군가 일깨워주듯이, 그게 신부님이면서 자기 안에 있는 목소리가 아닐까. 다만 중요한 건, 용서로 가는 과정이 너무 훅 지나가지 않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용서하면서도 용서하기 싫은 사람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거였다. 내 안에 날 버티게 한 분노가 걷히지 않은 채로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분노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결국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 그 분노를 밟고 올라서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고,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다 보니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할 정도로 저주하던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 그래도 내가 행복해지려면 용서해야 하는구나. 그게 가장 큰 복수이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 배 위의 장면이 중요했다. 순수한 남녀의 모습이 얼마나 잘 보이느냐에 따라 후반이 깊어지더라. 보면 볼수록 웰메이드 뮤지컬이라는 생각이다.”

비단, 고은성의 이번 행보는 다소 의외인데, 말하자면 정통 유럽풍 뮤지컬이 처음이다. 고은성의 출연작 중 '노트르담 드 파리'는 배우와 퍼포머가 완전히 분리된 대표적 프랑스 뮤지컬이고, 그나마 햄릿:얼라이브정도를 가깝게 들 수 있을까, 그조차 모던 스타일에 연극적 재해석이 가미된 작품이었다. 이후 참여한 작품들도 그레이트 코멧’, ‘헤드윅’, ‘젠틀맨스 가이드’, ‘데스노트’,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멤피스등으로 그와는 거리가 멀다. 고전 웨스트사이드스토리조차 오리지널 안무가 들어온 시즌이었고, ‘헤드윅은 모노드라마여서 온전히 나만의해석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 대부분 연출이든 연극적 요소이든 성-스루든 초연이든, 어쨌든 기존과 다른 무엇을 꼽을 만한 작품들이었다. 이는 넘버 소화력이 우선 장기인 배우와는 어울리지 않는 필모그래피다. 뛰어난 오페라 가수여도 뮤지컬을 낯설게 여기는 이유와 같다.

또한, 전체 시장으로 보자면 년간 유럽풍 뮤지컬이 가장 많은 수가 공연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보니 우리 관객의 니즈와도 차츰 벌어지는 추세다. 마침 속속 선보이는 한국 뮤지컬 신작들도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이런 때에 본격 참신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갈 법한 고은성이 14년 째 공연 중인 작품에 들어왔다는 점은 본 기자의 초점에서는 분명 의외였다. 다만 고은성은 그런 추세와 별개로 배우로서 무대에서 차곡차곡 쌓은 경험이 이번 출연에 자신감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몬테크리스토'는 다양한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이야기 구성, 상상을 자극하는 판타지한 무대, 대중적인 넘버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뮤지컬 입문에도 좋을 작품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들이 계속 쏟아지지만, 작품을 결정할 때는 이 작품이 몇 년이 됐고 그런 것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하는데, ‘몬테크리스토는 내가 정말 재밌어하는 작품이고, 무엇보다 때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10주년은 그동안 공연했던 배우들이 참여하니 절대 기회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고, 이번에 참여한다면 내 생각을 온전히 담아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자신 있게 참여했다. ‘그레이트 코멧을 하면서 고풍스러운 유럽을 알았고 데스노트를 하면서 쌔 한 공격적인 인물도 했고 멤피스도 했다. 몬테크리스토는 다양한 인간의 본성이 필요한데, 그런 작품들에서 나의 모습을 봤을 때 몬테크리스토를 하기에 지금이 적격이었다. 해서 선택에 후회가 없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잘해서 잘한다고 하는 소리인지 아닌지 아는데(웃음), 진짜 재밌어하는 것 같고 내 생각이 잘 전달되는 것 같고 그렇다. 민영기 형님은 새벽 2시에 전화하셔서 정말 잘 봤다고, 좋더라고 말씀해주시더라. 보통 메시지로 잘 봤다는 정도인데 새벽에 직접 전화를 주신 분은 처음이었다(웃음).”

이번 시즌의 몬테크리스토는 고은성을 비롯해 이규형, 서인국, 김성철이 함께한다. 네 명의 배우가 워낙 아이디어가 넘치는 스타일이라 연습실이 치열했다고. 그 계기로 지금도 가끔 모여 뮤지컬 수다를 이어간다고 한다.

네 명이 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람이다. 보통 팔로우하는 스타일이 있고, 고군분투하는 스타일이 있고, 나나 규형이 형. 성철이는 불같은 스타일인데 알고 보니 인국이 형도 그렇더라(웃음). 연기 시연할 때마다, 마치 음식을 먹을 때 먹어보고 더 좋은 음식을 찾듯이 서로 계속 먹어보라고, 아이디어가 늘 넘쳤다. 누구 아이디어가 좋다 할 때는 나머지는 바로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연습실이 치열해서 정말 재밌었고 행복했다. 평소에도 네 명이 가끔 모이는데, 연결 고리를 만들고 통합하자고. 그런데 어쨌든 대화의 끝은 뮤지컬이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만나다 보면 결국엔 또 그렇게 되더라. 네 명이 각자 달라서, 모이면 재밌다.”

데뷔 후 가장 중후한 역할을 맡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준비된 배우라며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나는 뮤지컬 유소년 같은 느낌이다. 뮤지컬 하나만 하자고 모든 걸 다 맞춰왔고,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항상 뮤지컬에 이런 캐릭터와 비슷하네?’ 하면서 10대부터 할아버지까지 늘 해보고 준비해놓고 있었다. 해서 불편하거나 어색함 없이 할 수 있었고, 오히려 무대에서 이런 기회가 없다가 이번에 주셔서 좋았고 재밌고 신기하다. 더 나이든 역할도 해보고 싶다.”

“20대에 들었던 무의식의 목소리들이 있는데 지금 그분들의 노래를 들으면 정말 편하다.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한 거구나(웃음). 왜냐면 그때는 곡의 느낌을 살리기 어려웠고 아직 발성도 미숙했는데, 결국 자기 음악성이라는 것도 아무래도 많이 들은 사람이 유리하고 잘 구현할 수밖에 없지 않나. 나는 그걸 많이 해봤기 때문에 뮤지컬 조기 교육의 필요성. 정말 중요하구나.”

드라마나 영화에 아예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배우로 꿈을 꾼 10대부터 지금까지 그저 뮤지컬에 미쳐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군 복무 중이어서 어차피 출연도 못 할 작품인데 휴가 중 오디션에 참여했다고. 군 복무 중에는 까짓 16개월 금방이지 했다가 현실을 깨닫고 좌절했다는 이유가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군대 뭐 16개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들어가기 전에 할 거 다 하고 갔는데, 원래는 하루에 두 끼 정도 먹는데, 하루에 꼬박꼬박 세 끼를 먹다 보니까 차츰 하루가 되게 길더라. ‘그럼 내가 이렇게 몇 끼를 먹어야 하지?’ 세어보니 너~무 많은 거다. 와, 소름이 돋으면서 난 이걸 버틸 재간이 없다!(폭소)’, 그때부터 갑자기 시간이 안 가고 괴로워지고. 그래도 중대장님이 뮤지컬배우 있다고, 노래 잘 부르면 초코파이 한 박스 주신다고 해서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불렀다(폭소). 달달, 촉촉, 엄청 맛있었다.

나는 그냥, 정말 뮤지컬에 미쳐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심지어 일병 때 뮤지컬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는 어차피 복무 기간이라 붙어도 못한다. 그냥 오피셜한 곳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내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폭소). 그게 몬테크리스토(2020년 시즌)’였고 떨어졌는데, 10대 때는 막연한 동경이었다면 지금은 그토록 꿈꾸던 뮤지컬배우로 살고 있고, 그걸 통해서 많은 감사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을 선택했으면 누리지 못할 것들을 뮤지컬을 통해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서, 뮤지컬을 좋아하게 만들어준 흐름이 참 고맙고 다행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뮤지컬은 해도 해도 재밌고 질리지 않는다. 배우로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좋은 작품(‘노트르담 드 파리’)으로 내 인생이 바뀌었기 때문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마법사가 되고 싶다. 보통 내가 긴장 안 할 거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사실 정말 긴장을 많이 한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손끝에 전달될 정도다. 혹시 오늘 공연으로 누구의 인생을 바꿀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수가 없더라. 해서 매번 긴장되고 잘하고 싶고, 그런 30대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나 다른 분야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아직 뮤지컬만큼 나에게 맞는 걸 찾지 못한 것 같다. 뮤지컬이 다른 매체로 가기 위한 수단도 아니고, 유소년 축구부원이 좋은 축구부에 들어갔더니 미식 축구부에 갈래? 하는 느낌이 있다. 뮤지컬 음악을 좋아해서 뮤지컬을 시작한 거여서, 또 그런 여건이 된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그렇다고 기회가 되면 드라마나 영화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그런 건 아니다. 이미 뮤지컬로 충만하고 가득 찬 느낌이어서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게 맞을 것 같다.”

10대 끝 무렵부터 뮤지컬이 좋아 달려왔더니 어느새 서른을 넘겼다. 이제는 대형 작품을 책임지는 롤에까지 이미 훌쩍 성장했다. 뜨거운 열정에 휴가 중 오디션까지 봤다가 떨어진 작품이건만 이번 출연은 EMK의 콜오디션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렇다고 뮤지컬을 인생의 전부로 삼고 있진 않다. 여러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전에는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서른다섯이다. 이 나이면 남자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고은성은 지금까지 했던 역할로 생긴 성격이나 모습들이 있더라. 이번에 몬테크리스토를 통해서도 또 얻은 것들이 아주 많고, 뮤지컬은 정말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만약 못하게 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그렇게 되면 너무 괴롭지 않나. 그동안 오디션 떨어지면 좌절도 많이 했다.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나는 운동도 좋아하고 요즘 테니스도 좋아하고, 다른 식으로 인생을 즐기는 방식들이 있다. 뮤지컬을 좋아하다 보니 직업이 됐지만 언제든 못하게 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항상 영원할 거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지금 내가 이룬 것은 전부 관객분들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어서, 오늘 온 관객에게 가장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다. 해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내 삶을 잘 갈고 닦고 있다. 남은 기간도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

한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오는 22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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