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today초점]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보편적 가치 품은 공연 예술의 참멋

  • 입력 2023.12.06 12:55
  • 수정 2023.12.08 16:04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 속 숨은 감동의 시간이 무대에 되살아난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의 이야기다.

2001911, 미국 경제의 상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여객기 도난 테러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국방 예산만 천조에 달한다는 뜻으로 천조국이라 통하는 미국 본토에 발생한 최초의 테러였고, 3천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로 인해 당시 미국을 향하던 여객기들은 일제히 목적지를 잃는다. 어딘가는 착륙해야 하는 상황. 그중 승객 7천 명가량을 태운 여객기 38대가 캐나다의 갠더 공항으로 기수를 틀었다.

인구 만 명의 작은 도시에 그야말로 긴급 미션이 떨어졌다. 그러나 당황스러움도 잠시, 갠더 시민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구호에 나섰다. 학교며 숙박시설 등이 다급하게 숙소로 제공됐고, 심지어 자신의 집에서까지 그들이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내주었다. 온갖 생필품이며 음식을 마련하는 것도 시민들의 몫이었다. 내 나라 사정도 아닌 일에 그렇게까지? 어쩐지 판타지 같은 이야기이지만, 실화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당시의 갠더를 담은 5일간의 이야기로, 원작의 대본과 작곡을 맡은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은 2011년 현지를 방문해 만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 소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뮤지컬 컴프롬어웨이프레스콜이 열렸다. 전 배우가 참여한 시연에 이어 포토타임, 간담회 등이 진행됐다.

이번 국내에 소개되는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대본과 음악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에서 우리 창작진의 재창작을 거쳤다. 해외 라이선스 중 최초로 원작사가 논레플리카를 허용했다. 내년 초 일본 라이선스 역시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레플리카로 공연된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다음으로 큰 뮤지컬 시장이 한국일 정도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 관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변화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에 따라 한국 공연은 원작에는 없는 인터미션도 생겼다. 쇼노트의 송한샘 프로듀서에 따르면 어린 관객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먼저 송 프로듀서는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고자 한 배경으로 어떤 위기가 있을 때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로 세상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는 보여주는 작품이어서, 전 세계 어디든 요즘 같은 시대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선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희생하는 의료진들을 보며 정말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작품도 그런 메시지를 크게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대사에도 나오는데 우리가 애도할 것을 애도하고 다시 찾은 새로운 것을 기뻐하는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올리게 됐다.”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어서 모두가 실존 인물이고, 대부분 생존해있다고 알고 있다. 픽션에 상상을 더한 작품이어서 좀 다른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미션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이 작품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다 볼 수 있는 작품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을 애초 기획 단계에서 했었다. 작품의 메시지가 정말 좋고, 보시는 것처럼 ‘MSG’가 없는 작품이어서,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 자녀와 부모, 초등학생까지도 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했다. 해서 7세 이상 관람가로 세팅하고 보니까, 인터미션 없이 2시간을 아이들에게 보라고 할 자신이 없더라. 해서 브로드웨이에 양해를 구하고. 어디서 끊고 2막은 어떻게 시작한다는 등 모든 과정에 회의를 거쳤다. 원작사도 우리도 굉장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쇼노트는 앞서 뮤지컬 같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국내에 선보여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엔 연극 같은 뮤지컬 프롬어웨이를 소개한다. 한국 뮤지컬은 국내 시장의 포화와 제작 역량 강화로 나아가 브로드웨이를 꿈꾸지만, 현실은 여전히 과거 유행에 머물고 있다. 년간 공연 중인 대극장 작품들만 보아도 드레스를 입지 않는 작품이 손에 꼽히는 정도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런 변화에도 늘 자국의 문화를 담고자 한다. 한때 미국 영화에 자유의 여신상이나 ‘HOLLYWOOD’ 사인이 빠지지 않았는데, 이는 당시 미국의 경제 성장과 영화산업의 상징으로 전 세계에 각인됐다.

뮤지컬을 대표하는 브로드웨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표적 공연 형태인 쇼(Show)를 결합한 쇼뮤지컬은 여전히 강세이고, 여기에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 고도의 연극적 연출을 가미하는 식으로 진화하면서도 특유의 블랙코미디나 자국의 소재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그것으로 훌륭한 작품을 세계에 소개함과 동시에 미국의 문화적 수준을 자랑하는 발판이 된다. 뮤지컬 컨프롬어웨이는 실상 자국의 가장 큰 상처였던 9·11 테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건 자체가 아닌 그와 함께 빛난 인류애를 조명하며 세계인의 감동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문화 콘텐츠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뮤지컬 컨프롬어웨이는 여러 면에서 한국 뮤지컬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특히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흡사 넘버가 포함된 연극을 보는 듯하다. , 조연이 따로 없을 정도로 한 무대 12명 배우 전원이 4, 5인 이상의 다역을 소화한다. 순간순간 의상을 입고 벗으며 여객기 승객과 갠더 시민을 번갈아 연기하고, 부지런히 의자를 움직이며 장소를 만든다. 더욱이 극 전반에 켈틱 음악이 배경 음악처럼 깔리면서, 그 사이로 인물 간 대사를 주고받는 타이밍도 매우 빨라서 마치 성스루 작품(대사까지 모두 노래 형식으로 연결되는 작품)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송 프로듀서는 성스루는 아닌데 성스루 같다는 말씀이 정말 맞는 말씀이다. 모든 대사가 전부 악보 안에 마디 수로 계산돼 짜여있다. 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번역이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 느낌상 길이가 한 120% 이상 늘어나서, 대사를 정말 줄 단위로 컨펌을 받았다. 말이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줄여야 하는 거 아닌가, 큰 강박에 시달렸는데, 작품을 본 아이들을 붙잡고 물으니 정말 재밌다고 하더라. 혹시 일부 놓치는 대사가 있더라도 작품의 큰 메시지는 7살 아이들도 다 따라오는구나, 굉장히 울컥했고 힘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부분은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잘 보완해가겠다.”라면서 사실 원리로 따지면, 캐나다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오픈했고, 이제 우리나라에 오게 됐는데, 박소영 연출님이 굉장히 연극적이고 무대의 빈 공간을 잘 쓰는 분으로 내가 톱으로 꼽는 분이다. 해외 원작이어도 크리에이터가 한국인이고 우리 언어가 가미되고 배우의 몸이 우리 것이면 또 이렇게 훌륭한 우리 작품으로 바뀔 수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공연 문화의) 시류는 정말 빨리 변하고, 관객의 입맛도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그 시류에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관객에게도 만족할만한 작품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한 이유로 최고의 배우들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송 프로듀서는 이번 캐스팅에 대해 “12명의 배우가 공연 내내 거의 무대를 떠나지 않으면서 2시간을 책임지는 구조다. 해서 캐스팅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정말 누구 하나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지 않는 배우들은 없어야겠다, 최고의 배우들로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배우들의 퍼포먼스만 봐도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공연을 기획했고 또 그럴 목적으로 가져왔다. 결과물을 봤을 때 정말 자신 있을 만큼, 그것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박소영 연출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는 배우들의 힘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12명의 인물이 승객과 마을 사람까지 모두 담당하는 구조다. 여기에 당시의 사건을 다루는 작가의 태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서 관객에게는 친절한, 배우들에게는 불친절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배우들을 괴롭히는 방식이 됐다. 갠더 주민들처럼 부지런하게 연습을 한 결과라면서 캐릭터의 변화는 의상으로 주 캐릭터가 분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한 명의 배우가 다역을 맡기 때문에 주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의 성향을 최대한 멀리, 다르게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 홍유선 안무감독은 모두 음악에 연결되어 있었고 하나가 틀어지면 다 틀어지는 구조였다. 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작품이다. 우선 배우들이 의자로 여러 공간을 만드는데, 의자의 개념이 각자의 자리이기도 했고 각자 삶의 무게이기도 했고 고립된 섬이기도 했다. 흩어졌다가 하나로 뭉쳤다가, 어떨 때는 남의 의자를 옮겨주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움직임에 녹아들 수 있도록 구성했다.”라고 전했다.

작품에 끊임없이 흐르는 켈틱 음악의 의미는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구소영 음악 감독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해양업에 종사하며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오히려 켈틱 음악이 지역의 전통음악처럼 여겨지게 됐다고 하더라. 그것이 작품의 메시지와 닮지 않았나 싶었다. 다른 것을 수용하고, 배척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의미로 아마 이 음악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짚었다.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는 남경주, 최정원, 최현주, 정영주, 신영숙, 차지연, 지현준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기존 작품에서는 가장 빛나는 주역을 맡는 이들인데, 누가 주인공인지 티도 안 나는 작품으로 대거 뭉쳤다. ‘컴프롬어웨이만의 색다른 차별화가 이들을 끌어모은 모양새다.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와 함께 현란한 연극적 요소가 으뜸인 만큼 중장년 스테디셀러 맘마미아!’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2040세대 겨냥에도 부족함이 없다. 대극장 주인공의 연령대를 넓힌 기회이기도 해서 한국 뮤지컬에 또 하나의 다양성을 보태는 좋은 발판이 될 듯하다.

남경주는 연말에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들을 만나게 돼 우리도 요즘 정말 행복하다. 캐스팅 조합을 보고, 배우가 자기 나이에 맞는 배역을 할 수 있구나, 그렇다면 무대가 얼마나 안정감이 있고 무게감이 생길까.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이제 그럴 때가 됐다는 게 참 행복했다. 지금 클로드두 라인만 합쳐도 한 230살 정도 된다.”라며 나이가 어린 후배들과 무대에서 똑같이 세트도 움직이고 똑같이 배역을 나눠서 대여섯 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의미 있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연습 초반에 이거 완전 전쟁이다라고 할 정도로 서로 치열하게 자기가 할 것들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면 정말 그 앙상블이 확 드러나겠구나, 뒤에서 바라보면서 흐뭇했던 과정들이 생각난다.”라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그런 남다른 배우라면 최현주를 빼놓을 수 없다. 소프라노 출신으로, 이러한 연극적 작품의 소위 생활 연기는 처음이다. 스스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실 그동안 시대극밖에 한 적이 없다. 해서 드레스만 입었었는데, 이렇게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다. 무대 리허설을 하는데 아직도 연습복을 입고 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신선했고, 대본을 재밌게 읽었는데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어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렵더라.”라면서 너무 많은 역할을 해야 하고, 캐릭터의 변화를 확실히 보여 달라는데, 그게 단순히 목소리의 변화를 말씀하시는 게 아니었다. 대사가 없는 버스 승객이더라도 그 캐릭터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보셨다. 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여기 배우분들은 그걸 정말 잘하시더라. 어떻게 저런 목소리를 내지? 했는데, 그건 잘못된 고민이었다. 굳이 목소리나 톤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태도나 눈빛이나 표정에서 다른 게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 해서 연습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정영주는 작품이 우리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 특히 갠더 주민들의 국민성이나 다정다감하고 인정 많은 부분이 우리 국민과도 닮아서, 그것을 이해하고 표현하거나 정서를 만들어내는 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1인 다역을 다양하게 표현해야 해서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하고 매일매일 숙제같이 해결했다. 연습실은 매일 전쟁이 치러졌다.”라면서 의자가 사람인지 배우가 의자인지 모를 정도로 밀착된 장면이 많다 보니까, 우리 뮤지컬에 뮤지컬 도미노라고 별명이 있다. 하나가 잘못되면 도미노 현상으로 연결이 안 된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감과 떨림이 있어서 매일 새 공연을 한다는 마음으로 공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장 많은 역할을 한다는 오즈역의 이정수는 10개 정도 된다. 10개여도 찔끔찔끔 나오는 것도 많다. 그런데 배우는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든 그걸 해내야 하는 무게감은 마찬가지여서 연기해야 할 인물이 많다는 것은 좀 부담감도 있고, ‘오즈가 아무튼 무대 양쪽에서 굉장히 바쁘고 옷도 입고 벗는 순서가 있다. 원래는 퀵 체인지가 아닌 장면인데 퀵이 됐다. 물 마실 시간도 없더라. 먹고 살기 진짜 힘들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 주민진은 처음에 (캐스팅에) 선배님들 성함을 듣고 그냥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다. 거기에 저도 넣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다.”라며 그 가운데 정말 예상치 못한 일도 많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그 과정이 우리 작품의 색깔과 많이 닮아서, 그것이 온전히 무대에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00년생 막내 김영광(스윙)에게 이 작품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질문이 가자 김영광은 (답변하는 순간에) 무대에서 스포트를 받는 것이 처음이라며 정말 영광이고 너무 떨린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하면서 집에 있는 것보다 연습실에 오는 게 더 행복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을 뵙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더라. 살아 있는 게 행복하다는 걸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2023년이다. 여러분도 오셔서 나와 같은 행복한 가정을 많이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라며 들뜬 마음을 전해 선배들의 우레와 같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한편, 뮤지컬 컴프롬어웨이20242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