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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모딜리아니' '에곤실레', 뮤지컬 두 편을 한 무대에..낮은 밀도 아쉬움도

  • 입력 2023.12.15 09:50
  • 수정 2023.12.15 18:5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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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 두 화가를 무대에 옮긴 옴니버스 연작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실레가 재연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모딜리아니는 자신의 그림을 두고 쏟아진 비평 속에 힘겨워한 모딜리아니의 생을 그린다. 뮤지컬 에곤 실레1918년 빈 분리파 전시회 중앙전시실에 걸린 자화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HJ컬쳐의 화가시리즈로 제작된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는 각 60분의 별개 공연이다. 두 작품은 비슷한 시기에 짧은 생을 산 두 화가와 그의 연인의 이야기가 한 공연장 같은 무대에서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각 공연이 진행된다. 해서 예매 페이지가 다르고, 같은 날 두 작품을 잇따라 관람하거나 한 작품만 선택해 관람할 수 있다.

1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SKON2관에서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 실레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초연은 프레스콜이 없던 만큼 이날 작품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정찬수 연출은 작품의 제작 배경에 대해 화가 시리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당시 유행하는 화풍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화가들을 선정하려 했고, 그런 점이 현대의 관객들이 그들과 삶을 비교해보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할 여건을 마련할 수 있는 화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하면서 "그들의 그림과 삶이 화가와 가장 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이 영향을 받은 것을 어떻게 삶에 녹여낼지 고민이 있었다. 해서 큐레이팅 개념으로 그림과 작가의 삶을 소개한다. 그를 위해 모딜리아니는 화상이라는 존재가 모딜리아니를 대신해 전파하고, 반대로 에곤 실레는 모딜리아니와 다르게 생전에 큰 영광을 누린 화가여서 본인의 입으로 자신의 삶과 그림을 소개한다. 그런 점이 다른 포인트라고 밝혔다.

모딜리아니는 흡사 조각 형태의 단순하고 대담한 윤곽을 활용한 두상(초상화)이 유명하다. 생전엔 평생 헐값에 그림이 팔렸다. 어려서부터 잔병이 많았던 그는 형편이 좋지 못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술과 마약으로 버티다 결국 35세로 사망했다. 슬픔을 못 이긴 아내 잔은 둘째를 임신한 채로 곧바로 그를 따랐는데, 그들의 사망 불과 십여 년 후 경매 최고가를 경신한다. 에곤 실레는 왜곡이 강조된 자화상과 에로틱한 주제의 누드화 작품들로 유명하다. 애초 보수적인 아카데미 학풍에 반발한 그는 클림트를 만나 추종에 가까울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고, 이후 차츰 그에서 벗어나 특유의 왜곡과 강렬한 필선을 강조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뮤지컬 에곤 실레에 등장하는 여성 발리는 무명 시절 에곤 실레의 모델이자 연인이다. 그러나 에곤 실레는 발리를 배신하고 부유층 여인과 결혼했다. 그의 그림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당시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으로 28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아내도 3일 전 같은 이유로 사망했다. 두 화가의 사망은 불과 2년 사이다.

백혜빈 작가는 한승원 대표님께 두 화가의 옴니버스 뮤지컬을 제안받고 돌아가는 길에 검색해봤는데, 비극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런데 과연 본인들도 자신의 삶을 비극이라고 생각할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화가 시리즈의 시작이었다.”라면서 젊은 시절에 세상을 떠난 화가들이기도 하고 60분 안에 담아야 해서 두 사람의 유한하고 짧은 삶을 ‘340라는 시간과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모딜리아니는 큰 전시회라는 틀로 시작해 마지막 주마등이 스치면서 자화상을 그리는 이야기를 화상이 전시회로 만드는 구성이다. ‘에곤 실레는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자신의 가장 화려한 순간인 전시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구성해간다. 두 화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어서 인물의 정서와 감정을 중점으로 다루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작품의 키워드에 관해 좀 더 구체적 설명으로 “340초가 일반 가요의 길이다. 모딜리아니가 남은 시간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림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짧지만 하나의 완결된 형태의 노래로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340초라는 키워드로 표현했고,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에 사망했는데, 흔히 청년기를 여름에 비유하지 않나. 에곤 실레가 뜨거운 인물이기도 해서 그의 삶 자체가 여름이었다는 식의 은유를 사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연출 포인트는 목소리여서,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했다고 한다. 정찬수 연출은 모딜리아니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지 않는 세계와의 대립을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극장이라는 자체가 관객 모두가 들어주고 있고 극 중에서도 잔과 피카소도 들어주고 있어서, 누군가는 듣고 있는 목소리를 표현하려 했고, 에곤 실레는 스스로 목소리를 확성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세계를 뛰어다니는 사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라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마이크의 움직임이다. 그 말 속에 갇히기도 하고 열어주기도 하고, 결국 어떤 형태로 그들의 목소리가 뻗어 나가느냐가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했다. ‘모딜리아니는 쓰러져가는 마이크,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하는 마이크라 생각했고, ‘에곤실레는 무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마이크의 높낮이와 방향성만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외치지만 최종적으로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뮤지컬 모딜리아니’, ‘에곤실레60분 연작인 탓에 시간의 제약이 너무 크다. 이 조건 속에서도 두 인물을 무대에 담고자 한 창작진의 노력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으나 그들의 인간적, 예술적 고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밀도 있게 풀어내기엔 분명한 한계로 작용한다. 주로 그들 생의 기점 포인트를 나열하며 대사나 노래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데, 키워드까지도 ‘340’, ‘여름’, ‘목소리등 추상적이다. 일부 돋보이는 감각적인 대사와 두 극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음악을 고려하더라도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 자체를 조명하기 위한 작품이라기보다 '한 무대에 두 작품'을 염두에 둔 차별화를 위한 고심으로 비치는 인상이 안타까울 정도다.

그렇다 보니 그들과 유사한 전기를 가진 이들, 예를 들어 '모딜리아니'는 시인 이상이 붙어도, '에곤 실레'는 음악가 파가니니, 리스트가 붙어도 별반 들어맞을 구성이다. 소재를 불문하고 청춘, 성장 드라마는 지금도 차고 넘치는데, 꼭 이 작품을 통해 두 '화가'를 소비해야 할 변별력이 약하다는 소리다. 더욱이 이번 화가시리즈의 특징은 닮은 듯 다른 두 인물을 한 무대에 조명한 점이라는데, 같은 HJ컬쳐의 '빈센트 반 고흐'와도 다른 듯 닮은 인상이지 않나. 최초의 옴니버스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왜 필요했을까, 실상 HJ컬쳐의 무리수로 보인다. 차라리 그 역량을 하나에 쏟았다면 훨씬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함에도 창작진과 배우들이 기울인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모딜리아니에곤 실레는 한 명의 배우가 두 화가를 연기한다.

초연부터 함께한 황민수는 작품이 정말 좋아서 재연까지 흔쾌히 하겠다고 먼저 말씀을 드렸다. 두 화가는 다르게 보이지만 닮은 부분이 많고, 그 안에 가지고 있는 건 사실 똑같다. ‘모딜리아니는 잦은 기침을 한다든가 신체적인 불편함에도 꿋꿋이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면 에곤 실레는 오히려 결핍이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나 역시 결핍이 있던 사람이라 나는 어땠는지 고민했을 때 속으로는 겁나고 무서웠지만, 더 당당하게 드러내고 당당하게 부딪혔던 것 같다. 그 부분을 생각하며 에곤 실레를 연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최민우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두 캐릭터가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모딜리아니는 긍정적으로 갈 것인지 에곤 실레는 부정적으로 갈 것인지, 그 차이를 두는 것이 핵심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모딜리아니가 당당하게 나아가고 싶지만, 계속 기가 죽고 그 안에 결핍이 생기고, 에곤 실레는 급진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이 재밌었던 것 같다.”라며 모딜리아니는 살아온 생애와 비슷하게 노래와 극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에곤 실레는 많이 열려 있고 자유로워서 개척해 나갈 포인트들이 흥미로웠다. 두 작품의 상반된 매력이 재밌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작품이, (배우로서) 같은 예술가로서 공감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냥 한 사람으로 더 끌렸다. 내 생각이나 신념을 말했을 때 그걸 받아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행복하지만, 그마저 잃었을 때 슬픔이 너무나 크게 다가왔고, 에곤 실레도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기는 아픔이 있어서, 사람의 원초적인 감정에 좀 더 중점을 뒀고 공감했다. 관객분들도 많이 공감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이었다.

끝으로 백혜빈 작가는 우리도 모딜리아니처럼 우리를 재촉하는 삶의 시계 초침 소리를 반겨야 할 시간이 있고, 에곤 실레처럼 전쟁 같은 세상을 이겨내야 할 순간들이 분명히 있는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들의 삶은 모두 비극이라고 하지만 사실 삶에는 딱히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지 않나. 이 작품을 통해서 각자 마음속의 정답을 꺼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HJ컬쳐의 화가시리즈 모딜리아니에곤 실레는 서울 대학로 소재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SKON) 2관에서 2024310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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