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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려거란전쟁', KBS 대하드라마에 역사 왜곡 불명예라니

  • 입력 2024.01.19 19:48
  • 수정 2024.01.19 20:1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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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공영방송 50주년을 기념해 아낌없는 투자로 제작됐다는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총 32부작 중 18회 방송으로 본격 전쟁의 서막을 예고한 가운데, 작품의 원작자가 극의 내용을 항의하는 사태에 이르러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제작 몬스터유니온, 비브스튜디오스)’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길승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한 드라마로, 길 작가 역시 자문으로 참여했다고 알려지는데, 원작자가 직접 드라마 내용에 항의하는 글을 올려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

길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6화 양규의 전사 이후 원작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의 주장은 드라마가 원작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역사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 지난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17~18화에서는 양규 장군의 사망과 현종이 개경으로 돌아와 고려의 재건 방향을 두고 조정 신료들과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진 바 있다.

길 작가는 일전에도 밝혔다시피 KBS 원작 계약은 출간된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쓰고 있는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까지 했다라며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400페이지 정도 KBS에 제공됐으며 양규 사망 후 전후복구 부분을 담은 내용이라고 우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원작에서는 하공진이 거란군에 의해 북쪽으로 끌려가며 서경의 건재와 양규의 분전을 보고 고려로 반드시 돌아올 것을 다짐한다. 현종은 나주에서 개경으로 돌아오는 중에 흥화진과 통주에서 보낸 전령을 공주에서 만난다. 여기서 양규가 곽주를 탈환하고 3만의 포로를 구하다 전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까지 현종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는데 양규의 이야기를 듣고 각성한다. 앞으로 한탄 따위는 하지 않고 나라와 백성을 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현종을 호종하던 신하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10118, 동여진족이 배를 이용해 경주를 급습한다. 이에 현종은 강감찬을 경주로 급파하고, 강감찬은 동북면과 연관을 맺으며 군사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채충순, 김은부 등이 거란에 사신으로 가서 외교전을 벌인다. 현종의 지방제도 정비도 나오는데, 드라마처럼 심한 갈등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리고 당연히 KBS ‘고려거란전쟁’ 18화에 묘사된 현종의 낙마는 원작 내용 중에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앞서 KBS는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촬영에 동원된 말이 촬영 후 사망한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른 바 있어 그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 누리꾼은 그를 빗대어 현종을 충직한 신하 목 조르려 하다가 개경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하고, 무고한 백성과 충돌해 낙마하는 중2병 금쪽이로 만들어버렸다.”라고 비꼬았고, 또 한 누리꾼은 현종의 낙마 사고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 실제 역사인가 찾아보다가 이 글(작가의 포스팅)까지 보게 됐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이건 막장이라고 평했다.

그러자 길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아 대본을 써야 하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고 본다라며 “16화까지는 그래도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는데, 17화부터는 대본 작가가 완전히 자기 작품을 쓰고 있다.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고, 낙마 장면에 대해서도 나도 굉장히 놀랐다. 전작 태종 이방원에서 말 때문에 그 고생을 했는데 또 낙마라니, 쓸데없는 장면이었다.”라고 비판했다.

이후에도 이어진 질 작가의 언급은 매우 직설적이었다. 특히 현종 캐릭터에 관해 제작진에게 잘 설명해 줬는데, 결국 대본 작가가 본인 마음대로 쓰다가 이 사달이 났다. 대본 작가 문제가 생각보다 더 크더라라며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라고 힐난했고, “대하사극이 아니라 웹소설 같았다”, “드라마가 삼류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한다.”라는 식의 거침없는 언급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번 사태의 초점은 원작자가 왜 내 책과 똑같이 진행하지 않느냐는 식의 단순 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라마를 위한 각색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어서 파장이 큰 것이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어려서 궁에서 쫓겨났다가 하루아침에 왕이 된 현종이 명군으로 성장한다는 성장에 초점은 잡은 모양새다. 강감찬을 스승으로 배치한 것도 그 때문일 터. 급기야 왕 전문배우 최수종이다. 그렇다 보니 그를 통해 성장한다는 현종은 금쪽이가 될 수밖에. 무게감으로 보나 극 중 캐릭터 서사로 보나 강감찬이 주인공인 듯한 느낌이 크다. 흡사 물정 모르는 어린 왕의 안하무인을 대쪽같이 받드는 나이 든 신하가 주인공이지 않은가.

비단,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원작이 고려거란전쟁: 고려의 영웅들인 것과 같이 현종과 강감찬만이 아닌 당대에 숨은 영웅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해서 최전방에서 목숨을 잃은 양규 장군(지승현 분)의 최후에 고슴도치 같은 화살을 맞고도 적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며 우뚝 선 채 죽음을 맞는 모습을 장렬하게 담아 꽤 긴 시간 할애했다. 그러나 정작 관용의 리더십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현종이 시청자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드라마 전체의 힘을 잃게 된다. 더욱이 KBS 대하드라마는 낙마 장면이 꼭 필요하다고 어디 메뉴얼에 있는가. 그를 고집하는 것도 실로 이해 못 할 일이다.

역대로 KBS 대하드라마는 팩션(사실과 허구의 조합)’이면서도 드라마로 보는 역사의 기능이 컸다. 여느 고전 소설보다도 방대한 갈등 구조를 품은 역사야말로 드라마적 재미가 높았고, 훌륭한 배우들을 통해 재현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장쾌한 전쟁신은 대하드라마의 백미로 꼽혀왔다. 이번 고려거란전쟁역시 시청률 10%대를 달리며 지난 1년 내내 가뭄이던 KBS 드라마에 유일한 흥행작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양규 장군의 죽음에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양규'라는 해시태그가 급속도로 번지며 구글 트렌드 검색어 1위로 단숨에 등장하는가 하면, 40만 대군에 맞서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고 결국엔 전장에서 최후까지 싸운 양규 장군을 '고려의 이순신'으로 칭하며 제삿상, 추모글이 등장하는 등 젊은 세대에도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건만, 이번 원작자의 비판은 KBS 대하드라마의 근간을 묻고 있는 만큼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려거란전쟁이 지금의 불명예로 남는다면 향후 제작에 동력을 상실할 수 있음이다.

한편, KBS2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2차 전쟁 후 지방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현종과 그에 반기를 든 신하들과의 대립이 그려지며 드라마의 후반부 시작을 알렸다. 매주 토, 일요일 밤 92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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