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임성훈과 박소현이 무려 26년째 MC 자리를 지키고 있는 SBS 장수 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세상에 이런 일이’)’의 폐지를 두고 SBS 시사교양국은 물론 시청자들에게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1998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세상에 이런 일이’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가 사건을 중심으로 다룬다면 ‘세상에 이런 일이’는 ‘선풍기 아줌마’의 안타까운 사연부터 ‘섬유종 여인’, ‘부산 원숭이’, ‘맨발의 기봉이’ 등이 큰 화제를 모았고, 어느 날부터 사람과의 동거가 시작된 모란앵무 한 쌍, 90대 줄넘기의 달인, 고무대야로 한강을 건넌 김철규 씨 등 일상에 일어나는 온갖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시청자와 소통해왔다.
특히 MC 임성훈과 박소현은 그러한 사명감으로 매회 ‘세상에 이런 일이’를 지켰다. 단 한 번의 대타 기용 없이 20년 넘게 스튜디오를 지킨 임성훈, 박소현은 남녀 최장수 공동진행자로 인정받아 공식 인증서를 받았다. 임성훈은 녹화 전날 캐나다에 거주 중인 모친의 비보에 곧장 달려갈 채비를 했다가 생전 프로그램의 열성 팬이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끝내 MC석을 지킨 후 비행기에 올랐고, 박소현은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지경에도 책임감 하나로 녹화에 임했다. 지난 2022년 박소현이 코로나19 확진으로 23년 만에 한 차례 녹화에 불참한 것이 유일하다.
지난 2018년 열린 10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원동력으로 “모두 시청자분들의 제보 덕분”이라며 1,111회를 향한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현재 무려 1260회까지 방송되었다.
그렇게 지켜온 ‘세상에 이런 일이’건만 최근 SBS는 ‘세상의 이런 일이’ 폐지를 결정하고 담당 PD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이 오래된 느낌을 주고 경쟁력이 없다. 방송국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자”라는 취지의 공지와 함께 폐지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시사교양본부 PD들의 강력 반발은 물론, 시청자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반대 목소리를 담은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는 프로그램 폐지는 확정이 아니라지만, 앞서 KBS ‘홍김동전’,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비슷한 수순으로 결국 폐지된 사례가 있어 우려의 시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재미를 추구하는 여느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다. 방송과 시청자, 시청자와 시청자 간 소통의 의미가 더욱 큰 시사교양프로그램이다. ‘6시 내 고향’, ‘한국인의 밥상’, ‘동네 한 바퀴’ 등이 그와 같은데, 이 프로그램들이 출연자가 어느 지역을 방문해 고장의 특색이나 동네 풍경을 소개하는 방식이라면 ‘세상에 이런 일이’나 'TV 동물동장'과 같은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제보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포맷이어서 소통의 기능이 더욱 크다.
이는 방송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건만, 그것도 예능 전장터라는 주말(토) 오후 7시대에 편성해놓고 '오래된 느낌’, ‘경쟁력’을 폐지의 잣대로 겨누는 것부터가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는 기존 화요일 편성에서는 평균 시청률 4~5%대였다가 2023년 6월부터 토요일 저녁으로 옮기면서 2~3%대로 내려앉았는데, 토요일 동 시간대 평균 시청률도 기껏해야 KBS '불후의 명곡' 6~7%대, MBC '놀면 뭐하니?'도 4~5%대 아닌가.
SBS 시사교양본부 PD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는 단순히 수익만을 평가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시사교양국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그램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시청자의 폐지 반대 목소리도 이어지는 만큼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제작진이 수없이 바뀌었을 26년간 굳건히 프로그램을 지킨 두 MC의 사명감 털끝만큼이라도 방송의 사명을 챙길 순 없었는가.
한편, SBS ‘세상에 이런 일이’는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5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