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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 '사랑한다고 말해줘' 호평이 유독 감사하다는 이유

  • 입력 2024.01.22 06:24
  • 수정 2024.01.23 06: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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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느린) 드라마에 믿음은 있었다. ‘시작과 결과만 알면 돼’. 이런 요구가 있는 사회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답은 아니지 않나.”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정우성의 이야기다.

지니TV 오리지널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 드라마다. 1995년 방송된 일본 드라마가 원작으로, 천천히 느린 듯 색다른 아날로그 감성과 두 인물의 섬세한 멜로를 그리며 호평받았다. 13년 전 정우성이 판권을 보유해 이번 작품의 제작과 주인공을 맡았다. 

특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정우성의 11년 만의 멜로 복귀로 큰 화제를 모았고 기대는 현실로 증명됐다. 손예진과 함께한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한국 멜로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데, 정우성은 이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드라마의 진지하고 잔잔한 호흡을 이끈 차진우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또 한 번 자신의 멜로 대표작을 갱신했다. 호평에는 "이런 감성 멜로 정말 오랜만이다", "흠뻑 빠져서 봤다", "이렇게 집중해서 드라마를 보긴 처음이다"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정우성은 드라마 종영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호응이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굉장히 다행스럽고 감사하고 뿌듯하다. 생각해보면 촬영이 막연하게 예전 일인데 얼마 안 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라며 특히 드라마 결말에 대해 제목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이지 않나. 진우의 목소리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우의 마음의 소리가 모은에게 들리는 걸 수도 있고, 그 소리를 시청자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서 마지막에 의견을 감독과 나누고 감독도 작가도 동의했다. 해서 그런 엔딩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드라마는 16부작이어서 방영 내내 실시간 오픈톡 반응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15회에서 두 사람이 이별을 맞는데, 당시 반응을 확인하며 새드엔딩에 대한 불안함이 읽히더라. 엔딩을 그렇게 하길 정말 잘했구나 싶었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진우와 모은의 사랑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사랑의 정적 돌출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관념에 판타지를 가지고 그 하나만이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그리거나 그 판타지를 기반으로 많은 이야기를 상상하는데, (진우와 모은의 사랑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자신은 갖고 있지만, 진우는 갖고 있지 못한 특성, 그것조차 받아들이지만, 실생활에서 두 존재가 함께하는 상황에서 여러 돌출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3자 입장에서는 두 사람에게 예쁘기만 한 사랑을 바랄 수 있겠지만 실제 두 사람의 관계에서의 돌출이 생활에서도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실상 그것이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소리 없는 세상을 사는 차진우의 로맨스를 그린 이유일 것이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최근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진우와 모은이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매우 느린 리듬과 정적인 섬세함으로 가득하다. 배경 음악 또한 그 분위기를 배가한다. 해서 느리다’, ‘무겁다라는 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에 대해 정우성은 처음엔 뭔가 사건, 사고를 더 만들어줘야 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실생활에서 갈등하고 입장 차이로 힘들어하고 이해하고 그런 게 사실 다 사건 아닌가. 그걸로 충분히 갈등하고 행복할 수 있지 않나, 이 드라마는 그런 것들의 무게를 담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외형적 요인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사회와 나, 진우와 모은, 그 입장 차인 거여서 그렇기에 무겁고 그렇기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느린 드라마에 관한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소비하는 드라마가 아닌 기억될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또한, 그것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꾀하고자 했다. “요즘은 (영상) 빨리 돌리기도 보기도 한다는데, 이 드라마는 그러지 못하는 드라마인 것 같다. 그렇게 한다고 생각이나 사고를 줄여서 할 수는 없지 않나. 남의 사고를 빨리 돌려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인데, 요즘은 빠른 해결을 원하고, 시간은 없고 접해야 할 정보도 많고 대화해야 할 소재도 많아서 시작과 결과만 알면 돼’. 이런 요구가 있는 사회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답은 아니지 않나. 소비하고 빨리 잊히는 드라마가 되느냐, 시간이 지나도 계속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되느냐, 그 차이인 것 같다. 나는 당연히 후자를 선호하는 성향인 것 같고, 물론 소비하는 드라마가 주는 에너지도 있고, 그런 작품은 그런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이런 드라마는 이대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편중되지 않는 문화가 중요한 것이지 않나.”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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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우가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은 주로 스케치북이나 메모를 이용한다. 원작이 90년대 드라마였으니 당시엔 수어가 아니고서는 적는 것이 유일한 소통이었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진우가 간혹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화가인 진우의 취향과 성향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진우가 원작의 나이보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고스란히 나이 먹은 진우가 된 것인데, 시대가 흘러 계속 새로운 것이 온다고 새로운 것만 좇진 않지 않나. 자기 취향도 있을 것이고, 나도 아직 챗GPT를 써 본 적이 없다. (진우는) 변화에 능숙하지 않은 것이다. 소리가 배제된 진우이지만 그렇기에 소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연필의 사각거림, 그런 것 하나가 소중하게 시청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글을 쓸 때 짧은 시간이지만 단어를 더 선택하게 되고 집중하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

정우성이 연기한 차진우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과 비교해 의사 전달에 필요한 표정이 크지 않고 수어 역시 느리게 구사한다. “진우를 연기하면서,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수어가 중요했다. 수어를 사용할 때, 표현을 더 명확하게 하려 표정을 많이 쓰는데 진우는 표정을 좀 절제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학생들과의 시간에서는 학생들의 정서적 표현에 맞추기 위해 표정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는데 일상에서의 진우는 표정을 좀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은과 대화할 때는 모은이 수어를 잘 모르기에 일부러 천천히 보여주려 한 것도 있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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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방영된 작품을 지금에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시대가 허락한 것이라며 “‘정우성이 나오는데 말(대사)을 해야지그러는데, 내가 (배우를) 오래 했다고, 정우성이 나온다고 되는 건 아니다. 제작환경이나 여건이 이제 맞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동료 배우의 동의, 연출자의 동의, 그리고 그들도 이 방향이 맞다는 스스로 믿음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엔 좋은 드라마라는 평을 얻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신현빈 배우가 아니면 이 드라마가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드라마가 내포하고 있는 주제에 관한 이해가 굉장히 깊었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회의를 할 때도 자극적이거나 재밌느냐보다 그게 이 드라마에 어울리냐 안 어울리냐에 관한 고민을 계속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상대역으로 함께한 신현빈에 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작자는) 정우성이니 준다고 하는데나와 멜로를 할 수 있는 상대역을 찾는 것이 폭이 굉장히 좁았다. 신현빈 배우가 아니었으면 내가 차진우를 하지 않고 제작만 했을 수도 있다. 신현빈 배우는 단순히 신뢰라기보다 믿음직한 무게감 있다. 그만큼 신현빈 배우가 작품에 임하는 자세, 그리고 그렇게 깊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 그건 평상시에 신현빈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사고하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진지하고 담백하고, 트렌드보다 자신을 찾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제공=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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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줘는 그 흔한 피부톤 후보정도 없었다. 드라마의 결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했다고 한다. "후 보정하지 말자. 그냥 자연스럽게, 그게 진우와도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 얼굴에 피로가 너무 짙더라(웃음). 해서 촬영 후 회식이나 술자리를 자제했고, 머리 스타일도 그냥 자연스럽게 했다. 이 장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홱 부는데 진우 머리가 흔들리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겠나(웃음).”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영화 서울의 봄도 초대박 흥행 중이다. 정우성이 출연해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현재 129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아직 상영 중인 만큼 1300만 돌파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흥행은 배우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 지론이었다.

정우성은 이 정도 흥행할 줄은 몰랐다. 요새 한국영화의 바람은 BEP(손익분기점)를 넘기는 거다. ‘서울의 봄도 마찬가지인데, 그 또한 시대가 선택해 준 것이다. 어제 마지막 감사 인사를 돌면서 농담으로 새내기 천만 배우라고 인사도 했는데, 내가 천만 한 게 아니라 영화가 천만 영화인 것이다. 감사하고, 다음 프로젝트는 다시 또 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라며 결과를 목표로 할 수는 없다. 그냥 바랄 뿐이다. 모든 작품에 개인적인 의미나 바람을 얹는데 그렇다고 나도 천만 배우그런 즐거움은 없었다. 그런데 드라마는 이렇게 호평해주신 것에 감사함과 뿌듯함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사진=영화 '서울의 봄' 스틸
사진=영화 '서울의 봄' 스틸

영화 개봉 후 무대 인사를 가장 많이 한 배우가 정우성이라고 한다. 232회나 된다고. ‘서울의 봄으로 앞으로 더 일정이 있느냐는 물음이 나오자 관객인사를 가장 많이 한 배우라는 통계가 있더라. 워낙 무대 인사를 많이 하는 배우인데, (‘서울의 봄) 이제 그만해야 한다. 여기서 더 하는 건 관객 주머니를 털기 위한 꼼수다.”라며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정우성의 무대 인사 때 관객의 청혼과 정우성의 냅다 거절이 이어지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중학생 친구들이 결혼하자고(헛웃음), 요즘 친구들 같은 건가 보더라. (나이 든 사람과 그런 건) 꿈도 꾸지 마라, 인생 망치는 거다.”라고 한다는데, 정작 관객이 원하는 반응은 같은 말이면서도 “(어딜 감히 정우성을) 꿈도 꾸지 마라고 한다니 그 또한 재밌지 않은가.

올해로 만으로도 꽉 찬 50대가 됐다는 그다. 다시 로맨스를 볼 수 있겠느냐고 하니 아마 다른 모습으로, 그때 어울리는 로맨스를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 오기까지, 도전을 위해 연기를 하진 않았지만, 지나온 과정이 결국은 도전이 되었다는 자평이다. “도전을 생각하고 작품을 하진 않았는데 그동안 계속 나의 수식어를 벗어던지려 하다 보니까 도전을 하려는구나그런 인정이 따르는 것 같다. ‘멜로는 왜 계속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다룬 작품만 이렇게 많을까’, 그러면서 빠담빠담이나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된 거고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밑바닥에 그런 정서가 있어서 용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도전이라기보다 나도 재밌을 수 있을 것으로, 아마 그게 트렌드에 머물기 싫어하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

사진=영화 '비트' 스틸
사진=영화 '비트' 스틸

50대가 되었어도 정우성은 요즘 핫한 만찢남투톱이라는 송강, 차은우와도 꾸준히 언급된다. 영화 비트의 정우성은 외모에서부터 반항적인 분위기까지 지금도 넘사벽이라는 댓글이 꾸준하게 이어지는데, 과거 정우성은 한 인터뷰에서 “(주변에서) 아직 안 죽었냐고 하더라. 내가 정말 죽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라고 털어놓아 모두를 놀라게 한 바도 있다. 당시 정우성은 한국의 제임스 딘으로 통했는데, 당대를 대표한 제임스 딘, 커트 코베인, 마릴린 먼로 등이 젊은 시절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오히려 시대의 아이콘으로 추앙한 데에서 비롯한 반응이었다.

그런 정우성은 현재 배우로 나아가 제작자로도 역량을 넓히며 살아 있는 전설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 소회까지도 그는 겸손했다. “잘 버틴 것이다. 지치지 않고, 그리고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그냥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그것이 경쟁 상대가 있는 게 아니고, 나와의 경쟁이다. 사회나 관객, 팬을 두고 버티는 게 아니라 나에게서 버티는 것을 잘 해왔다고 느낀다.

실로 열일 행보로 달려왔다. 일단은 무 계획이 계획이라고 한다.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한 타이밍이다. 현재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정신없이 서울의 봄이 개봉했고, 이제 잠깐 한숨 돌리려 한다. 물론 이미 계획된 프로젝트는 있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 안 하고 시간을 두고 하려 하고, 일단 쌓인 피로감을 얼굴에서 걷어내려 한다. 오래 준비해온 것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얼굴에) 너무 많이 쌓였다(웃음). 좀 쉬면서 앞으로 차분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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