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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황금연휴, 뮤지컬 추천 3선..'판' '쇼맨' '사칠'

  • 입력 2023.09.29 09:03
  • 수정 2023.09.29 16:0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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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올해 2023년은 29일 추석 당일 이후로도 임시공휴일을 포함, 103일까지 긴 연휴가 이어진다. 곧이어 다음 주 역시 월요일인 9일이 한글날이어서 3일의 연휴가 있다. 코로나 펜데믹를 딛고 공연계도 활기를 띤 요즘, 10월 황금 연휴를 맞아 한국 뮤지컬 3선을 소개해본다. (이후 본문에는 작품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음을 알립니다.)

뮤지컬 '판'

2017년 초연된 뮤지컬 19세기 말 조선을 배경으로, 춘섬의 매설방(이야기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백성들 사이 세상을 비판하는 풍자 소설이 유행하자 조정은 세책가를 폐하려 하지만 그에 회의적인 양반가 자제 달수가 조선 최고의 이야기꾼(소설을 연극과 같이 보여주는 인물) 전기수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면서 그 역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된다는 스토리다.

뮤지컬 은 형식은 분명 뮤지컬이면서 관객과 함께 노는 마당놀이와 흡사하고, 여기에 이야기꾼들이 극 중 극으로 선보이는 아기자기한 인형극을 포함해 최고 권력자를 표현한 탈(가면극), ‘난타와 같은 퍼포먼스까지 그야 말로 신명나는 한 판이 벌어진다. 더불어 우리 가락이 믹스 매치된 넘버, 현대인의 공감을 자아내는 시의성 강한 에피소드,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애드리브 등 기존과 다른 한국적 소재의 뮤지컬 총체극(복합 형식)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마당놀이나 판소리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양념은 판소리의 고수(북으로 장단을 맞추며 추임새를 넣는 사람)와 같은 이다. 뮤지컬 에서는 고수로 음악에 가담하는 역할을 넘어 해설자이자 특정 인물과 같은 역할을 소화하면서 그의 위치까지도 무대인 듯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낯선 듯 익숙한 뮤지컬 은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도 안성맞춤일 것이다. 깔깔대고 웃다가 뻐꾸기(관객)’가 되어 흥나게 놀다가 배우들의 '대환장' 열연에 자동 기립박수를 치게 된다. 1126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는 지난해 국립정동극장이 선보여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포함해 극본상, 남우주연상(윤나무 분)을 차지한 작품이다. 대학로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을 함께한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가 3인 콤비가 의기투합했다. 냉소적인 속물 청년이 우연히 과거 어느 독재자의 대역배우였다는 괴짜 노인의 사진 촬영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회와 이데올로기 안에서 주체성을 상실한 개인의 삶과 회복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독재자의 대역배우로 살아온 네불라가 사진작가로 오해한 수아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자신의 삶을 털어놓는다. 무명배우였던 네불라는 과거 독재자를 연기한 탓에 당시의 영광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독재자의 대역을 했다는 것이 자신 역시 떳떳하지 않지만, 인생 가장 소중한 성취감을 느낀 순간으로 회상하며 괴로워하는 복잡 미묘한 심리가 생생하게 표현된다. 그런 네불라를 마주한 수아 역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

뮤지컬 쇼맨은 연극적 요소가 뛰어나고, 배우들의 섬세한 열연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초연에서 네불라 역으로 작품을 이끈 윤나무, 강기둥이 재연에도 함께한다. 더불어 이번 시즌은 신성민의 뉴 캐스트 합류도 기대 포인트다. 타인의 시선에 들볶이는 현대인들에게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1112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 소재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사칠'

뮤지컬 사칠은 소방관을 다룬 2인극이다. 원작 격인 아이즈너를 보는 나쇼케이스 이후 6개월의 개발 과정에서 각색을 거쳐 지금의 제목과 구성으로 초연이 완성됐다작품은 작가 본인이 의무소방관으로 복무하던 경험을 극에 녹였고, 극에 등장하는 모든 소품을 실제 소방 장비들로 꾸려 현실감을 높였다.

'사칠'은 한때 현장 최고 요원이었다가 현재는 소방행정과 장비계 창고에서 내근직으로 근무 중인 안정원과 의무소방대 시절 금쪽 같은후임이었던 강이준이 정식 소방관이 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소방관을 다룬 작품이면서도 불의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데, 그러함에도 조명의 변화로 장소와 현장의 분위기에 변화를 준 연출이 매우 흥미롭다. 일부 장면에서는 암전으로 사고 현장 한복판에 놓인 소방관의 시야와 감정을 표현한 점도 독특하다.

다만, 극의 가장 큰 극적 요소인 강이준 사고의 원인이 다소 불친철하다. 극을 관람한 그대로라면 공기통 폭발이 있었는데, 그것이 오롯이 장비 결함 탓인지 안정원이 사고를 유발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두 요소가 엉킨 것인지도 뚜렷하지 않아 이후 안정원의 서사에 힘을 싣기에 부족하다. 물론 함께 출동한 동료의 사고라면 그 자체로 큰 정신적 충격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작품의 드라마적 개연성은 못내 아쉽다.

그러나 뮤지컬 사칠은 애초 소방관이라는 스케일 큰 소재를 소극장에 풀어낸 구성은 칭찬할만하다. 두 인물의 의무소방관 시절은 배우들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가 더해져 풋풋하고 유쾌한 청춘을 그리는데, 그것이 현재의 두 사람과 대비를 이루면서 2인극의 쫀쫀한 밀도를 만끽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찰나의 순간에 오가는 배우들의 열연이 관전 포인트라 하겠다. 115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된다.

한편, 그 외에도 독립운동가를 소재로 한 박열과 후미코의 이야기 ‘222개월(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115일까지)’, 독립운동가 양우조-최선화 부부의 실제 육아일기를 소재로 한 제시의 일기(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1029일까지)’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경성과 미8군 무대 등에서 활동했던 여성 그룹을 소재로 한 신시컴퍼니의 신작 시스터즈(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11월 12일까지)’, 소설 피터팬의 후크를 주인공으로 한 후크(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1126일까지)’, 스페인 희곡의 거장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속에서(대학로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1126일까지)’가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제작되는 등 다양한 소재의 뮤지컬 초연작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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