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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서울예술단 ‘잠시, 놀다’..이유리 이사장의 "결단" 담긴 변화의 초석

  • 입력 2022.10.12 08:41
  • 수정 2022.12.13 01:0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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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가 지난 8일 막을 올렸다. 특히 이 작품은 서울예술단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1986년 창단된 서울예술단은 ‘88서울예술단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립예술단체이다. 원작이나 표현 등 한국적 소재를 담아 우리 전통연희인 가무악일체를 표방한 가무극 형태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대표작으로 바람의 나라’,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등이 있다.

애초 설립목적은 1985년 남북 예술공연단 교환 공연 이후 남북한 문화예술 교류에 대비하고 국가적인 주요행사를 위한 대형 종합예술단체의 중점 육성 필요성에 따라 창단되었다. 하여 실상 서울예술단은 한국무용수가 단원의 뿌리라 할 수 있는데, 이후 남북 문화 교류는 소원해졌고,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서울예술단은 최근 10년 사이 더욱 대중 친화적으로 변모해 웹툰 원작 신과 함께-저승편’, 박지리 소설 원작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급기야 발레를 소재로 한 웹툰 원작 나빌레라와 같은 작품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그렇다 보니 서울예술단은 전문 무용단원과 뮤지컬 단원이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문제는 뮤지컬 형태의 가무극 공연이 많을수록 무용단원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같은 이유로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도 끊이지 않았다.

사진=연예투데이뉴스DB

이에 지난해 새로 부임한 이유리 이사장은 이번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를 통해 투 트랙전략을 실험한다. 한 마디로 정면돌파 의지다. 이유리 이사장은 무용단원과 뮤지컬 단원의 공존을 서울예술단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승화하고자 했다.

지난 11,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서울예술단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의 프레스콜에서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는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고, 얼트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 사진조각가 권오상, 일본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타카유키가 협업한 작품이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소설가인 김만중이 쓴 구운몽을 모티브로 삼았다. 꿈에서 누린 모든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잠시, 놀다에서는 몽환적인 음악, 꿈의 관찰자이자 현실을 표현한 와상, 동화 속 환상의 서커스와 같은 모빌, 직관적인 조명 등이 작품의 이해를 돕고, 그 속에 어우러진 무용수들이 꿈속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세상, 형형색색의 컬러로 표현한 삼라만상 등을 담아낸다. 전체적인 형태는 현대무용 작품에 가깝지만, 서울예술단 무용단원의 특기를 고려한 듯 하나하나의 춤사위에 한국무용의 표현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잠시, 놀다는 서울예술단의 무용단원만으로 공연되는 작품이다. 현재 국립정동극장에서는 뮤지컬 단원만으로 공연되는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작품 금란방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이유리 이사장은 사실은 좀 결단이 필요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성을 확보하면서도 첨단의 여러 양식을 시도한 공연을 해왔던 서울예술단이 지난 10년은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뮤지컬로, 그것을 가무극이라고 하는 서울예술단만의 장르 형태로 선보여왔다. 해서 이런 무용 공연이 좀 생소하게 느껴질 것으로도 보인다.”면서도 세계적인 추세에서도 공연이라는 것이 형태나 장르, 매체도 구분 없이 공연되고 있고 관객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공연을 접하고 있다. 해서 서울예술단의 다양한 단원 특성과 역량을 통해 미래 문화예술의 방향이 요구하는 여러 장르적 도전과 실험으로 우리 공연계에 선두적인 모델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 국립단체로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이번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더불어 내년에는 이러한 시도가 더욱 확장될 것을 귀띔하면서 이번 잠시, 놀다는 단계적 과정의 초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앞서 언급했 듯 이번 잠시, 놀다는 현대무용 작품에 가까워 그동안 서울예술단이 꾸준하게 확보한 가무극 팬층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인데, 그를 위해 금란방의 동시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유리 이사장은 사실 동시 기획이 쉽지는 않았다. 국립정동극장에서 뮤지컬 단원들의 금란방이 오늘 개막하는데, 서울예술단의 레파토리 중에서도 관객이 참여하는 대중적인 레파토리다. 둘 중 어느 것이 주()라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서울예술단의 역량을 올 하반기 시즌에 최대한 전부 발휘해보자, 그것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단계적 확장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2주간 무용 공연을 한다는 것이 현실적인 기회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과 시도로 시장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라는 의미를 고려한 기획이고, 한 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이 내년 기획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내년도 사업이나 성과와 관련해서는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있었다.

그렇다면 서울예술단은 앞으로도 뮤지컬 단원의 가무극과 무용단원의 무용 작품으로 세분화하는 걸까. 여기에는 다시 원점의 의문이 든다. 국립단체만 해도 서울시뮤지컬단과 서울시무용단이 각각 존재한다. 하여 굳이 서울예술단은 왜?’라는 의문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울예술단은 뮤지컬, 무용 단원이 고루 참여하는 기존의 가무극을 이어가면서 향후 첨단 기술, 영상, 미술, 무용, 음악 등을 접목한 융합 공연 예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에게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겠다는 포부다. 그것이 이유리 이사장이 제시한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정체성이었다.

이유리 이사장은 지난해 와서 임기의 반을 채우고 있는데, 나에게 가장 무거우면서 가장 핵심적인, 어쩌면 꿈속에서도 매일 하고 있는 물음이라고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사실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안팎으로 계속 논의되었다. 그것이 서울예술단이 풀어야 하는 단점이면서 숙제라고도 말씀들 하시더라. 국립단체라고 하면 장르의 대표성을 띠는 단체인데, 서울예술단은 총체극을 표방하지만, 정확히 어떤 장르라고 말하기 힘든 작품을 30년 넘게 해오면서 정체성에 대한 물음, 그리고 이 단체의 한계로도 많이 이야기들 한다. 해서 서울예술단의 여건, 조건을 어떻게 차별성을 주고 그 차별성으로 인한 경쟁력, 그리고 독보적인 특징으로 만들지에 계속 치중했다. 최대한 그 해답을 풀고 어느 정도 모양새를 만든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고, 우리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과감한 도전이고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기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공연의 세계적인 추세가 이것이 연극인지 무용인지, 공연인지 영상 예술인지 알 수 없는 공연들이 많아지고, 장르 모델 자체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해서 나는 서울예술단의 악조건이라고 하는 부분이 오히려 최대 장점이자 차별성이면서 경쟁력이라는 단서가 여기에 있다고 포착했다. 국립예술단체 중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공연 모델을 제시하고 구현할 단체가 서울예술단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악조건이라는) 개념과 의식만 바꾼다면’, 그런 차원에서 여러 예술가와 함께 이러한 작업을 시도한 것이고, 점점 더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침내 이유리 이사장의 내놓은 청사진은 이러했다. 그는 서울예술단의 공연 사업 방향을 두 축으로 설정했다.”면서 하나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국적인 뮤지컬.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은 여전히 핵심축이다. 이러한 가무극 공연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도록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고, 또 한가지 축은 미래 지향적인 공연 모델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흥행 위주의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단체에서는 힘들다. 서울예술단은 공적 역할이 중요한 국립예술단체이기 때문에 이러한 융합 공연의 모델을 계속 제시하고 탐색하면서 기존에 없던 공연 형태를 한국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더불어 서울예술단이 쌓은 프로덕션 시스템 노하우 안에서 여러 장르의 순수 공연 예술가에게 다양한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나가려 한다. 그것이 국립예술단체가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는 어떤 협업의 결과물로 탄생했을까.

먼저 안애순 연출은 작품에 대해 “‘잠시, 놀다구운몽안에서, 꿈 이야기를 통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본인의 일상, 본인을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했다. ‘구운몽이 극 중 양소유의 이야기를 풀었는데, ‘잠시, 놀다화이트’, ‘컬러’, ‘블랙과 같은 공간으로 나눴다. 꿈속에서 또 다른 나와 만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나와 만나면서 다른 세계를 내가 만들어보는 것, 그것은 몸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나의 또 다른 내가 어떤 세계를 만드는 것이 꿈이 아닌가 싶다. 나의 경험이나 과거, 미래를 편집하거나 왜곡하는 것. 어떤 본능이 본인의 억압된 상태였던 것들을 꾸며낸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은 곧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해서 많은 예술가가 작품을 할 때 꿈을 꾸는 것처럼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우리가 몸에서 가장 찾아야 하는 것이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이번 무대는 몸의 오감이 조금 더 감각될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을 했고, 소리와 시각, 촉각 등을 어떻게 좀 더 자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권오상 조각가는 앞서 한류스타의 사진으로 만든 조각상으로 유명세를 얻었기도 한데, 이번 잠시, 놀다에는 와상, 모빌 등 4점의 작품으로 함께한다. 그는 미술 쪽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움직임이 많이 없다. 전시장도 굉장히 정적인 공간인데 무용수들이 같이 조각을 보면서 동작을 만들어주셨고, 작품은 정적이지만 동적인 요소가 있는 작품을 선정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사진을 활용한 조각품을 주로 만들고 있는데, 사진이 겹치면서 앞 장면과 뒷 장면 사이에 어떤 실험과 공간이 존재한다. 이것들이 무용으로 만들어지는 시간의 퍼포먼스와 닮아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해서 안무가님이 생각하시는 구운몽의 꿈에 관련한 이야기, 그리고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인간의 상상이 내 작품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악을 맡은 해파리는 가사를 통해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먼저 무용수분들에게 우리의 해석한 바를 전달하면서 신체를 통해 그릴 이야기가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면서 “‘구운몽의 세계관이 흥미롭더라. 여러 세계관이 동시에 흘러가는 다중 메타버스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현실의 소셜미디어나 증강현실 책 같은 공간에 자신을 분화해 다른 자아를 만드는, 그런 과정을 대입해 생각하게 됐다. ‘화이트에서는 음악이 한 2~30분 반복되는데, 같이 꿈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컬러블랙은 각각 사운드의 질감과 소재를 다채롭게 사용했고, 가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부분을 잘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타카유키는 연출 선생님에게 꿈속 이야기에서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온다는 스토리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인식하며 (조명을) 디자인하려 했다.”면서 조명은 작업적 측면에서는 세트가 정해지고 연출, 음악이 정해진 뒤 가장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해서 작업의 경과를 보면서 연출의 의도를 이해하고 음악 등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명으로 레이어를 쌓으며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울예술단 형남희 단원은 “‘잠시, 놀다에 참여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사실 이 작품 새로운 도전이어서 많이 불안했고, 이상적이지 않은 춤 선을 많이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굉장히 난해했다. 그런데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버리기도 하고 새로 창조해가면서 새로운 시도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 새로운 동작들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한국무용을 주로하고 있지만, 이 안에서 현대무용과 발레 등 여러 다른 장르를 많이 배우고 있고 공감이 많이 됐다.”면서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인간의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결국엔 삶의 투영인 것 같다. 꿈은 일장춘몽이지만, 그것이 본인에게 어떻게 발현되는지, 또 어떻게 앞으로를 생각할지, 그런 것들을 잘 생각하면서 보시면 더 좋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피지컬 퍼포먼스 잠시, 놀다는 오는 10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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