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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돌아온다', 서울연극제 작품이 세계시장을 향한다는 것은

  • 입력 2022.05.17 14:32
  • 수정 2022.05.17 14:4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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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서울연극제가 배출한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 연극 돌아온다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입성했다.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이제는 해외시장을 향한 새로운 꿈에 도전한다.

지난 7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돌아온다(선욱현 작, 정범철 연출,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작)’는 경기도 외곽의 작고 허름한 돌아온다식당을 배경으로, 식당 안 벽면에 걸린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옵니다라는 문구를 간절히 믿고 찾아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연극 돌아온다는 서울연극제를 통해 발굴된 순수 한국 연극이 초연 7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 하우스에 입성했다는 점은 단연 주목할만하다. 그것도 자유소극장도 아닌 토월극장이다. ‘돌아온다는 앞서 밴쿠버 플레이하우스, 창녕문화예술회관 공연으로 대극장을 경험했으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12일 열린 연극 돌아온다프레스콜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몇 초점을 짚어본다.

# 순수 한국 연극이 문화의 중심 예술의전당 입성

최고 권위의 극장은 클래식, 독립 장르 외에 상업극에서는 대형 뮤지컬이 공연되거나 연극이어도 리어왕’, ‘햄릿’, ‘리처드 3와 같이 해외 명작 기반인 작품이 대부분이다. 극장에 선보이는 작품이 곧 극장의 얼굴이 되는 만큼 작품성, 흥행성 등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연극 돌아온다는 작품의 인지도 면에서 그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작품성만큼은 이미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연극 돌아온다2015년 초연으로 제36회 서울연극제 우수상, 연출상을 차지했고, 2017년 동명의 영화로 제41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첫 영화 경쟁(1st Film Competition)’ 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한국-캐나다 문화교류재단 초청으로 밴쿠버 공연이 성사돼 현지의 높은 관심으로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초연 이후 서울과 지방, 해외를 오가며 작품 알리기에 힘쓰면서 관객 입소문도 꾸준히 늘고 있다.

마침내 그 결실이 이번 시즌이다. 우수 소극장 작품을 발굴, 업그레이드해 선보이는 예술의전당 연극 육성사업 창작 키움 프로젝트에 연극 돌아온다가 선정되면서 토월극장 공연이 성사되었고 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으로 함께하고 있다. 또한, 박정철, 이아현, 홍은희 등 미디어와 친숙한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대중적 호감도를 크게 끌어올렸고, 연극 전 시즌과 영화에까지 욕쟁이 할머니로 출연해 작품을 지킨 배우 김곽경희를 필두로 김수로, 강성진, 유안, 리우진, 정상훈, 안두호, 최영준 등 작품의 터줏대감들이 여전한 앙상블로 관객을 맞고 있다.

평소 프로듀서 김수로는 작지만 좋은 작품, 특히 상업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전 작품과 우리 연극이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소신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 일환인 연극 돌아온다가 예술의전당에 입성했다는 것은 비단 더블케이만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연극계를 지키고 있는 많은 종사자와 작지만 훌륭한 작품들에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김수로는 이번 토월극장 공연의 의미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목표가 예술의전당 토월이었다. 대학로에서 삼연, 사연하면서 이 작품이 토월에 설 수 있나 없나를 계속 체크했던 것 같다. 해서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다들 기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4년 전에 여기서 연극 밑바닥에서를 했었다. 고전 작품이었고 이번엔 창작극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것이 돌아온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6~7년 전부터 준비를 계속했었다.”연극이 좋은 장르인데, 뮤지컬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연극은 죽어가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일조가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돌아온다는 평소 연극을 어려워하시거나 처음 접한 연극이 너무 어려워서 끊으신 분들에게도 도입으로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 더블케이의 문화 도네이션, 연극학교와 함께

연극 돌아온다는 더블케이가 운영하는 후배 양성 지원사업 더블케이 연극학교(이하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더블케이는 매년 졸업을 앞둔 연기 전공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에게 연기에 필요한 각종 수업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프로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는 주로 고전 작품이 소개되고, 관객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고전 연극을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만으로 올린 연극 폭풍의 언덕은 연일 매진을 이루는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또한, 더블케이의 상업극에서도 꾸준하게 이들을 볼 수 있는데, 무려 토월극장의 이번 돌아온다에서도 연극학교 출신 3, 5, 6, 8기에서 7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극 중 귀신 남편 역의 안두호를 제외하고 젊은 역할의 배우가 모두 연극학교 출신이다. 앞서 폭풍의 언덕에서 주인공 히스클리프 역을 맡았던 김아론은 당시 단발에 가까웠던 헤어스타일을 이번엔 거의 삭발을 하면서 이미지부터 변신했다. 그만큼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은 작품에 올인하기로 정평이 난 정도인데, 이번 돌아온다에서도 이들은 베테랑 배우들과 훌륭한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어느덧 8기를 배출하면서 차츰 두각을 보이는 배우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성장은 향후 대학로를 넘어 문화계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를 위해 설립한 것이 더블케이 연극학교다.

# 해외시장 향한 K-연극의 포부

연극 돌아온다는 지극히 한국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만국 공통의 감성 그리움을 토대로 투박한 듯 반전을 숨긴 연극적 기법이 으뜸인 작품이다. 해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딱히 진입장벽이랄 것이 없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파친코등이 연이어 세계를 놀라게 한 이후 해외 언론과 영화계에서는 한국 콘텐츠는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거나 감성을 건드리는 데에 탁월한 힘이 있다고 꼽고 있는데, 연극 돌아온다역시 누구에게나 쉽고 자연스러운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만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K콘텐츠에 주목하는 세계적인 추세도 마침 호기다.

김수로는 한국의 감성을 담은 연극으로 돌아온다를 해외에서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그 첫 도전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될 전망이다.

김수로는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연극 현실이 되게 세련되고, 번역극에, 시대를 관통하는, 그런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돌아온다는 다른 감동이지 않나. 이 연극만의 그리움이라는 주제,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잘 찾는 것을 잘 보여드리고 싶은, 또 이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세계를 관통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아서, 내년, 후년쯤에 해외에서 공연을 다시 해보는 게 목표라며 세련되진 않지만 묵묵한 한국적 그리움을 가지고 세계를 관통해보면 어떨까. 흔히 얘기하는 연극이라는 것을 좋은 작품으로 우리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해외에는 K콘텐츠에 이런 연극이 있다고 알리고 싶은 꿈을 또 갖게 됐다.”고 밝혔다. 

말하는 대로 첫 꿈은 이뤘다. 더블케이 작품을 비롯해 연극학교에까지 김수로와 오랜 기간 조력자이자 크루로 활동하고 있는 강성진은 기자와의 여담에서 "정말 말하는 대로 되더라. (김수로가) 토월, 토월 하더니 정말로 됐다. 해외에 가겠다고 하는데, 그동안 여러 면에서 이런 저런 했던 말들이 현실이 되었던 만큼 이번에도 언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나는 지금과 같이 조력자로, 열심히 돕겠다."고 전했다.

연극, 뮤지컬을 막론하고 극 형태의 작품은 사이즈가 클수록 해외 원작, 해외 소재에 기대고 있는 것이 우리 공연계의 현실이다. 연간 공연 중 라이선스가 아닌 작품을 찾는 것부터 가뭄에 콩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국내 연극 관객의 풀을 넓히고, 동시에 세계를 향하겠다는 연극 '돌아온다'의 또 다른 꿈이 이루어지길 희망해본다.

한편, 연극 돌아온다는 오는 6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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