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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 '한 남자'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하다

  • 입력 2023.08.27 16:07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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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던 영화 <한 남자>(A Man)가 정식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한 남자>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 『한 남자』를 원작으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린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리에'는 삶을 꾸려나가는 문구점에서 '다이스케'와 처음 맞이한다
'리에'는 삶을 꾸려나가는 문구점에서 '다이스케'와 처음 맞이한다

영화 <한 남자>는 죽은 남편의 이름, 과거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정체가 묘연해진 한 남자 ‘X’의 거짓된 인생을 따라가는 추적 미스터리 영화다.

변호사 ‘키도’(츠마부키 사토시)는 어느 날 의뢰인 ‘리에’(안도 사쿠라)로부터 그녀의 죽은 남편인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의 신원조사를 해달라는 기묘한 의뢰를 받는다. 

'리에'와 '다이스케'의 관계는 이어지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을 꾸린다
'리에'와 '다이스케'의 관계는 이어지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을 꾸린다

사랑했던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떠난 후,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던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마시마 히데카즈)가 찾아와 영정을 보고는 “이 사람은 ‘다이스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

한 순간에 정체가 묘연해진 남자 ‘X’. ‘키도’는 그의 거짓된 인생을 마주하게 되면서 점점 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진실에 다가설수록 충격적인 과거들이 드러나는데... 그는 도대체 왜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던 걸까.

하지만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는 '다이스케'의 사진을 보고 그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하지만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는 '다이스케'의 사진을 보고 그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영화  <한 남자>는 '죠하츠', 즉 '자발적 실종'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이는 실제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로, 하루아침에 이름, 신분, 가족, 지인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12년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가 '죠하츠'를 소재로 다룬바 있다.

영화는 '다이스케'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가 자발적 실종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들여다 봄과 동시에 '키도'를 통해 한 남자의 삶을 곱씹어가며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호적 브로커 '오미우라 노리오'(에모토 아키라)는 '키도'가 재일교포 3세임을 단번에 눈치챈다
호적 브로커 '오미우라 노리오'(에모토 아키라)는 '키도'가 재일교포 3세임을 단번에 눈치챈다

영화는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가 예전부터 언급했던 '분인주의'(인간은 타인과 맺는 관계에 따라 자아가 달라지고 그 자아의 총합이 개인의 특성을 이룬다는 관점)로서 '다이스케' 뿐만 아니라 '키도'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게 만든다.

<한 남자>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금지된 재현'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는 객관적인 자신이 자신의 존재를 다 비추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키도'는 변호사로서 꽤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재일교포 3세인 정체성을 뿌리 뽑지 못하고, 추후에 밝혀지는 '다이스케'의 정체는 떨쳐 내고 싶었던 자신의 존재 기반을 부수고 다시 시작하지만 결국 비극의 결말을 맞이한다.

진짜 '다이스케'를 알고 있는 '미스즈'(세이노 나나)는 그를 찾기 위해 '키도'를 돕는다
진짜 '다이스케'를 알고 있는 '미스즈'(세이노 나나)는 그를 찾기 위해 '키도'를 돕는다

영화의 엔딩은 그렇기에 의미심장하다. '키도'가 들른 술집에서 만난 옆자리 남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키도'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노출하지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과연 '진심'의 대화가 이루어질까.

술집에서 만난 옆자리 남성은 '키도'를 '키도'가 말한 거짓 정보를 그를 기억하게 되지만, 완벽한 타인에 의해 결정된 인상이 과연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론지을 수 있을까.

'리에'는 아들 '유토'에게 '다이스케'의 진짜 정체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리에'는 아들 '유토'에게 '다이스케'의 진짜 정체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관객들은 '자신'의 존재가 타인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곱씹게 되고, 다양한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씩 다르게 대응하는 자신의 모습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닌 타인들이 보는 '나'가 될 수 있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나라는 정체성도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변호사 '키도'는 'X'가 살았던 궤적을 좇으며 자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한다
변호사 '키도'는 'X'가 살았던 궤적을 좇으며 자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한다

영화는 제46회 일본아카데미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 최우수 남우조연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등을 수상하는 기록을 달성한 만큼 <한 남자>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 <한 남자>는 원작의 깊이만큼 영화 또한 깊이 있고 묵직하게 연출돼 관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영화가 아닌 생각으로도 즐길 수 있는 영화의 개봉은 언제나 반갑다. <한 남자>는 8월 30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 '한 남자'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하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영화 '한 남자' 존재의 이유를 묻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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