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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멸화군', 디벨롭 버전 소개에 아쉬움 컸던 이유

  • 입력 2023.07.22 13:27
  • 수정 2023.07.22 15:5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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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멸화군이 1년여 빌드업 과정을 거쳐 스케일을 확장해 돌아왔다.

뮤지컬 멸화군(시작프로덕션 제작)’은 조선 시대 세조 13, 정원 50명으로 24시간 화재를 감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대원이자 국가 조직인 멸화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멸화군 이전에 창설된 금화군이 있었으나 1467년 한양 대화재 이후 대화재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멸화군으로 개편되었다. 불을 극도로 무서워하던 시대에 방화로 일어난 대화재. 작품은 여기에 착안, 상상력을 보태 의문의 연쇄 방화범을 추적하며 자신만의 사명을 지켜나간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 범죄 추적 드라마로 탄생했다.

뮤지컬 멸화군2017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 리딩 공연으로 개발되어 2019년부터 시작프로덕션과 작품 개발 과정에 돌입했고, 2020년 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후보로 선정돼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드라마와 캐릭터들의 전사를 보완하고 뮤지컬 넘버를 개편하는 등 수정작업을 거쳐 202110월 초연했고, 마침내 올해는 확장한 스케일로 선보이게 됐다.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뮤지컬 멸화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화마’, ‘멸화군’, ‘불씨’, ‘타올라’, ‘불새13개 넘버를 시연했고, 이후 우진하 연출, 이정연 작곡가, 마창욱 음악 감독 등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뮤지컬 멸화군은 초연부터 다음 시즌의 디벨롭을 예고한 바 있다. 앙상블의 도움이 없어 애초 멸화군이라는 제목이 기대하게 하는 역동성을 풀어내기에 역부족이었는데, 올해는 멸화군 대원들을 추가하고, 일부 기존 넘버를 빼고 새로운 넘버 9개를 추가하여 러닝타임도 90분에서 140분으로 길어졌다. 세트 역시 초연이 단 세트였다면 재연은 세트의 질감을 달리하고, 이동식 세트를 추가하는 등 작품 전반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은 뮤지컬 멸화군의 향후 시즌제 가능성을 점쳐 볼 시험대에 가깝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시즌을 소개하는 프레스콜이 여러 아쉬움을 자아냈다.

먼저, 제작사는 이번 프레스콜에 펀딩 후원 관객을 초대했다. 작품의 후원자들이니 엄연히 고마운 이들이다. 그런데 어째 펀딩 후원자를 대접하는 자리가 하필 프레스콜인가. 수 초도 끊이지 않는 셔터 연사로 시연 관람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조용히 대화가 오가는 질의응답에서조차 연사가 계속되는데도 진행자마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는 엄밀히 말해 제작사의 오판이고 진행 착오다. 물론 연사는 스스로 적당히 자제했으면 좋았겠지만, 애초 제작사가 초대했고,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하니 그랬을 것 아닌가. 좌석 구분만 해놓았지 엄격히 확인한 것도 아니고 연사 관련 주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들만 좀 참으면 그만이라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올해 멸화군프레스콜에서 시연한 넘버들이 초연 프레스콜에서 공개된 넘버가 주를 이뤄 멸화군만의 디벨롭 변별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이나 넘버가 늘었다는 정도는 여느 작품의 재연, 삼연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특히 뮤지컬 멸화군 초연은 제작 규모가 축소돼 본래의 기획을 수정했다고 밝혔던 만큼 스케일을 키운 이번 시즌이야말로 뮤지컬 멸화군의 애초 기획 형태와 방향성을 엿볼 수 있을 기대감이 컸다.

초연 프레스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뮤지컬 '멸화군'은 애초 인물 9인의 대형 재난 활극이었다는 것인데, 이번 시즌이 그에 가까울수록 진정한 의미의 디벨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여러 언론에 공식적으로 소개할 기회가 바로 프레스콜이건만, 정작 알맹이가 빠진 셋 리스트여서 의아하기까지 했다실상 프레스콜을 왜 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소리다. 이날 시연은 초연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넘버이거나 배우들의 실력을 뽐낼만한 곡들로 리스트를 채운 느낌이 컸다. 

결국, 제작진을 통해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의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우진하 연출은 초연 때는 한 장면 안에서 보여주면 될 것을 영상으로 대체하는 것들이 매우 많았다. 예를 들면 중림의 트라우마인 지키지 못한 백성들, 이 경우도 오늘 보여드리지 못한 검은 목소리라는 넘버에 나오고, 초연에서도 보여주고 싶었으나 못 보여줬던 장면이, 훈련 장면만이 아닌 실제로 불을 어떻게 끄는지, 그런 장면을 이번 재연에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초연 당시에는 불이 났다, 끄고 왔다는 상황으로 멸화(불을 끄는) 작업 이후의 장면들밖에 보여줄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멸화라는 넘버를 통해서 그들이 어떻게 불을 껐는지 보여주고, 연화와 함께하는 무리인 흑립이라는 집단도 어떻게 멸화군에게 위기를 주고 멸화군과 어떤 대치를 하는지, 그런 장면들이 표현된다.”라고 설명했다.

멸화군의 멸화작업의 구체성은 사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우진하 연출은 당시 멸화군은 줄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붕을 무너뜨려 불이 더 번지지 않게 했고, 천을 감은 막대인 멸화자(긴 막대에 천을 매단 대걸레 형태의 도구로, 물을 묻혀 두드려 불을 끄는 용도로 사용)를 물에 묻혀서 불을 제압했다고 하더라. 해서 저희는 그들이 어떤 식으로 불을 끄기 위한 훈련을 했을지 상상해서 표현했고, 상상으로 만든 멸화 천을 이용해서 마치 방패막 진을 펼치듯이 불을 제압하고, 물통에 물을 길어 날라서 불을 끄는 것들로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여전히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불의 표현은 무대에 불을 낼 수 없으니 재연에서도 영상과 조명, 스모그 등으로 표현하고, 또 하나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무대는 ‘멸화일지를 콘셉트로 불에 잘 타는 소재인 종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다만, 종이를 말아 나열해 붙인 듯한 형태여서, 많은 장면에 영상을 활용하면서도 영상이 매끄럽게 표현되지 않는 점은 다소 아쉽다. 반대로 흡사 얇은 대나무를 쭉 엮은 듯한 울퉁불퉁한 질감은 조선 시대라는 큰 배경으로 제법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또 하나, 9곡이나 추가했다는 넘버를 빼놓을 수 없다. 이정연 작곡가는 처음 시작할 때는, 조선 시대의 소방관을 멋진 영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멋지게 만드는 게 목표였던 것 같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사람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 아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또 그 안에서 생기는 사건들, 문제, 관계성 등이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데, 곡을 쓸 때 뚜렷하기보다는 모호함을 주려 했던 것 같다. ‘멸화같은 넘버는 연화와 중림의 묘한 감정선이라든지 불씨에서는 어떤 서스펜스가 느껴질 수 있도록, 오히려 더 모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9곡이 러닝타임을 늘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왜 수정하고 뭘 수정하느냐에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연화캐릭터의 리빌드였다. 해서 연화가 부르는 혹은 연화캐릭터가 담겨 있는 곡들을 리뉴얼 하다 보니 그 관련된 곡들까지 합해서 많이 새롭게 나오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마창욱 음악 감독은 “9곡이 추가된 것뿐만 아니라 더 확장된 부분도 많다. 기존 곡에 서사를 추가하거나 뒷부분에 노래를 더 넣거나 리딩 때 있다가 초연에서 사라졌던 걸 다시 복원한 부분들도 있다. 서사나 살을 붙이는 과정도 있었지만, 극장이 커지고 인물이 추가돼서, 그 추가된 인원들의 역할과 기능을 음악적으로, 장면으로 보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초연보다 인원이 추가되었다고는 하지만 앙상블 몇 명이 추가된 거여서, 적은 인원으로 어떻게 큰 에너지를 낼 수 있을지, 큰불의 에너지를 어떻게 음악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된 곡도 있지만 빠진 곡도 있다. 연화의 피어나라는 곡이 원래 연화가 압도적으로 중림을 제압하는 곡이고 메인테마로 사용했었는데 기능적으로 중첩되다 보니 그 곡이 빠지고 불씨라는 노래가 새로 들어왔다.”라고 첨언했다.

뮤지컬 멸화군은 이번 재연의 디벨롭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수정, 보완을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다. 유진하 연출은 초연 때도 말씀드리긴 했는데, 브로드웨이가 오프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 이렇게 사이즈를 키워가면서 작품을 디벨롭하는 것처럼 이 작품 또한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 이 재연의 완성도를 만들기 위해,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서는 베스트라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최선을 다했다.”면서 “(변화가 담긴) 장면들이 오늘 프레스콜에는 다 담지 못한 장면들이어서 꼭 전막을 봐주시면 좋겠다.”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올해 시즌은 멸화군 대장 중림역에 박민성, 조성윤, 고상호가, 멸화군 신입 천수역에 최재웅, 김민성, 이석준이, 대화재로 멸문지화를 당한 이후 복수를 계획하는 연화역에 안유진, 김청아가, 멸화군 5년 차 선임 강구역에 강동우, 구준모, 이기현이 출연한다.

한편, 뮤지컬 멸화군은 오는 910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공연사진 제공=시작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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