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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임윤찬, 반 클라이번 우승 후 첫 앨범..'베토벤, 윤이상, 바버'

  • 입력 2022.11.28 19:05
  • 수정 2022.11.29 02:3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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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세계 클래식계를 흥분하게 한 만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첫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를 발매한 가운데, 기념 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음악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공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28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임윤찬과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홍석원이 함께했다. 이날 임윤찬은 몸포우 정원의 소녀들연주를 짧게 선보이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하는 이번 '베토벤, 윤이상, 바버'는 지난 10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광주시향과의 공연 실황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황제’,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등의 연주와 이 공연에서 선보인 몸포우 정원의 소녀들’, 스크리아빈 ‘2개의 시곡1, ‘음악 수첩등 앙코르 3곡이 앨범에 수록됐다. 특히 이 3곡은 조금은 덜 알려진 작곡가의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임윤찬의 뜻이 담겼다고 한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앞서 2021년 광주시향 송년음악회에서 지휘자 홍석원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바 있는데, 이때 임윤찬을 눈여겨본 홍석원의 요청으로 다시 한번 광주시향과 협연한 통영 공연 실황이 앨범으로 탄생했다.

임윤찬과 광주시향의 만남.

광주시향이 녹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이번 앨범에도 담긴 윤이상 선생님의 광주여 영원히!’라는 작품을 정식으로 광주시향이 음반을 내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 곡을 찾아봤는데 광주시향은 없고 다른 곳의 연주가 많더라. 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서 음반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작년에 처음 윤찬 군을 만난 3일 사이에 내가 너무 반해서 바로 제안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 최고의 피아니스트에게 감사하다.” 홍석원.

광주시향과 연주하기 전에 광주가 예향의 도시라고 들어서 광주시향의 음악이 정말 궁금했고, 특별한 공연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휘자 선생님과 단원분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나에게 큰 영향을 줬다. 라흐마니노프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제일 좋아했다고 알고 있는데 나에는 광주시향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해서 처음에 녹음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임윤찬.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애도의 뜻 담아.

“‘광주여 영원히!’라는 작품이 5.18민주화운동을 담고 있는데, 나는 타지 사람이어서 광주시향에 온 이후 당시 광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공연 직후에도 한 분이 말씀하시길 젊은 세대가 좋은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하시더라. 모든 분에 대한 애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했을 때 임윤찬 군 덕분에 모두가 집중된 상황에서 애도의 의미를 넣기 위해 바버를 선택하게 됐다.” 홍석원.

수록곡 중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 코로나19 이후 곡에 대한 인식 바뀌어.

사실은 베토벤 협주곡 중 이상하게 황제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황제를 듣다 보니 4번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해서 1번이나 4번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최근 인류에 큰 시련(코로나19)이 닥치고 나도 매일 방안에서 연습하다 보니 황제를 들었을 때 그냥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사실은 베토벤이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베토벤이 바라본 우주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임윤찬.

임윤찬, 두 번째 만남에 다른 느낌..천재라는 말밖에.

윤찬 군은 이미 음악 하는 사람들한테서는 정말 대단하고 잘 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나의 첫 느낌은 그냥 (피아노를) 너무 잘 치더라. 작년에 처음 만나 라흐마니노프를 했을 때 10대 청년의 질풍노도와 같은 엄청난 에너지와 파워를 느꼈고, 해서 황제도 굉장히 에너제틱한 것을 생각했는데, 다양한 피아니스트와 '황제' 공연을 많이 했지만, (임윤찬은) 정말 색달랐다. 특히 2악장을 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너무 슬펐다. 그 정도로 컬러를 완전히 바꿔와서 나 역시 되게 놀랐다. 항상 변할 수 있는 다양한 컬러의 피아니스트인데 그것이 모두 설득력이 있으니까 진짜 너무 좋았다. 천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홍석원.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실황 앨범의 매력.

라이브 연주라는 것이 관객과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튜디오에서 따로 한 것보다 공연의 분위기까지 담을 수 있는 실황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정말 좋은 관객과 함께했기에 혹시 작은 실수가 있더라도 그런 부분까지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실황 녹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홍석원.

실황 앨범이 훨씬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스튜디오는 자칫하면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압박이 들 때가 있어서 오히려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된다. 또 스튜디오 레코딩은 누가 치는지 모를 정도로 무난한 연주가 될 수 있다. 스튜디오 녹음에서 느낄 수 없는, 관객과 음악을 같이 느끼는 시간이 그대로 음악으로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혼자 했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인 부분을 더 채운 느낌이어서 정말 영광이라 생각한다.” 임윤찬.

솔로 앨범 기회가 있다면?

솔로 기회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곡은 너무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운데, 작곡가의 어떤 뿌리가 되는 곡을 해보고 싶고, 유행인 레퍼토리보다는 누구나 하지 않은 걸 시도해보고 싶다. , 내년이 라흐마니노프의 해인데 에튀드를 녹음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임윤찬.

콩쿠르 우승 후 첫 앨범, 콩쿠르 곡이 빠진 이유?

사실 처음에 제의를 받았을 때는 콩쿠르 곡 연주를 해줬으면 했는데, 내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냐면 나도 그 곡을 좋아하지만,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게 했어서, 다시 치는 건, 그건 아니다(웃음).”

좀 의미 있는 곡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올랜도 기번스는 많이 연주되지 않은 곡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르네상스, 바로크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바흐 '신포니아'는 베토벤이나 리스트를 만들어낸 곡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시적인 표현들, 멜로디도 아름다운 곡이어서 잘 연주하지 않은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곡을 보여주고 싶었고, 2부는 제 음악 인생과 평생 함께한 리스트를 고르게 됐는데,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혹은 옛날부터 전해오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표현하기에 리스트만한 작곡가가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가장 편한 작곡가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임윤찬.

콩쿠르 우승은 석 달 정도의 관심일 뿐 대단한 업적은 아니다.” 임윤찬이 생각하는 대단한 업적이란?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의 전곡을 연주하거나 전부 녹음하는 것은 음악의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대단한 업적이라기보다는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콩쿠르 우승을) 내가 왜 대단한 업적이 아니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확실히 콩쿠르를 해서 연주를 하고 다니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기는 하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대단한 업적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근본이 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봤는데, 나는 후원한다든가, 그냥 후원도 아니고 관객에게 티켓값을 받아서 후원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신이 있어서 내게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음악을 못 듣는 분들을 나의 연주회에 부르는 게 아니라 내가 그분들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나 사회에서 절대 음악회를 볼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내가 직접 가는 것. 그것이 내가 말한 대단한 업적이다. 그리고 음악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손민수 선생님 밑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그런 것이기 때문에 대단한 업적이라는 것이 콩쿠르 나가서 운 좋게 1등 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분들을 위해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곧 그런 일을 할 것이고, 내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돈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나누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오랫동안 고민해봤는데, 그분들은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나처럼 부족한, 그리고 미숙한 사람이 연주하면서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돈 이상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스승 손민수의 미국..앞날은 어찌 될지 몰라.

사실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내년에 부득이 혹시 많이 다치거나 한다면 잠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 내년에 어딜 간다고 지금 섣불리 얘기해버리면 약속을 못 지키는 결과가 생길 수 있기에 아직은 모르겠다.” 임윤찬.

한편, 임윤찬은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서울을 포함 밀라노, 파리, 토쿄 등 국내외 공연 스케줄이 연이어 이어진다. 특히 내달 20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독주회를 연다. 국내 공연마다 티켓 오픈 수 초 만에 매진을 이루는 등 실로 클래식계 아이돌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시향과 함께한 이번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28일 오후 12,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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