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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유승호, 어느새 데뷔 19년차..여전한 'ING'

  • 입력 2018.02.11 10:4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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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로봇이 아니야’ 종영으로 만난 배우 유승호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유승호는 이번 ‘로봇이 아니야’로 성공적인 멜로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토록 어려워했던 로맨틱코미디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향후 활동에서도 가장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을 했던 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제가 그렇게 고민하고 했던 것들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깨져버리니까 너무 좋은 거죠.”

‘로봇이 아니야’가 시청률에서는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오히려 성적에 대한 압박을 내려놓으니 보다 자유로운 연기를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사실 배우 유승호라는 이름은 적어도 이만큼의 연기와 이만큼의 기본 성적은 내줄 것이라는 기대가 늘 따랐다. 어린 나이에서부터 큰 책임을 맡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알게 모르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맞아요.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편으로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민규라는 캐릭터를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람에게 받은 아픔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됐기 때문에, 그만큼 캐릭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민규가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또 어떤 이유일까. “민규 만큼의 큰 상처는 아닌데, 그냥 저는 되게 사람을 잘 믿었어요. 그 사람이 조금만 호의를 보여주면 바로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게 사람인 것 같고, 내가 어디까지를 해야 되는 건지를 모르겠고, 그런 것들이 민규의 상황이 너무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근데 그것은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상처를 받았을 거고 고민도 해봤을 거고, 또 그런 메시지를 저희 드라마가 담고 있는데, 해서 아쉬움이 크죠.”

극중 민규는 지아로 인해 치유를 받았건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 ing라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람에 대한 상처를 치유 받고 싶다기보다 이제는 혼자인 게 편하더라고. 여러 노력도 해보았건만 결과가 썩 좋지 않았던 탓에 혼자로 남기기로 했다는 고백이었다.

“민규랑은 약간 다른 방식인 것 같아요. 저는 그냥 포기했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깊은 관계를 가지려고 안 해요. 나중에 헤어졌을 때 서로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수준까지만. 정말 마음이 맞고 그런 사람이면 깊게까지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는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는 정도로만 유지해요. 그렇게 오래 지켜보다가 정말 마음이 맞으면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거고, 아니면 자연스럽게 이별이 되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제일 안 좋은 방법이긴 한데 제가 그만큼 감당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런 선택을 한 건데, 어쨌든 저도 제가 제일 편한 선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도 인맥도 넓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에 노력도 했어요. 근데 그게 제 마음 같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저렇게 다 해봤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그냥 저 혼자인 게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것이 개인적으로는 좋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작업을 해야 하는 배우로서는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스스로 알고 있었다. “굉장히 안 좋죠. 어쨌든 상대방과 친해져야 되고 소통을 해야 되는데 그게 정말 제 진심이 아니고 그런 척을 하는 거죠.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친해졌기 때문에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렇게까지 친해질 생각도 못했고 이렇게까지 느끼질 못했었는데 그 이상을 느껴보니까 너무 좋았던 거고, 그래서 수빈 씨한테 너무 고마운 거고요. 딱히 장담은 못하겠지만 다음에는 제가 먼저 상대에게 열 수 있을까, 아예 닫혀있진 않고요.”

마지막 회 엔딩에서 군복을 입고 등장한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복을 입으니 섹시한 어른 남자의 이미지가 제대로 보이더라는 것. 극중 입었던 군복이 실제 자신의 군복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얘기할 때부터 아마 엔딩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얘기는 했었고, 좀 바뀌겠지 했는데 실제 그렇게 가더라고요. 그때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라 실제로 그냥 제가 입었던 걸 가져갔거든요. 베레모도 제 머리에 맞는 거니까, 군화고 뭐고 싹 다 제가 실제로 입던 걸로 했는데, 올해 예비군도 마지막이거든요. 군복을 입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고 이제는 나라에서 찾지도 않는, 예비군도 못 쓰는 민방위 아저씨가 됐죠(웃음). 그래서 기념으로 한 번 입었다 생각하고, 되게 좋았어요.”

군대 얘기가 나오니 최근 억울한 이야기에 대한 성토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유승호가 PX병이었네, 꿀 빨았네, 그런 소리 하는데, 제가 단 하나 후회가 되는 게 그때 훈련병들한테 더 빡세게 했어야 되는데 너무 편하게 해줬더니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그거 하나가 아주 길이길이 후회가 되죠(웃음).”

‘로봇이 아니야’까지 이제 로코도 섭렵했다. 그간 많은 장르와 인물들을 연기했는데 그럼에도 새롭게 욕심이 나는 것이 있을까. “제가 제일 걱정했던 멜로, 로코를 만족스럽게 끝내서 일단 장르적인 것에 대해서는 어떤 것을 하던지 크게 부담스럽거나 무서워하진 않을 것 같아요. 해서 다음에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이제 캐릭터적인 걸로, 조금 색다른 걸로 보여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조금씩 들어요. 장르는 거의 대부분 한 번씩은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그걸로 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로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래도 매번 똑같은 걸 계속 할 수는 없으니까 또 그런 새로운 모습을 원하는 게 팬들이고 시청자 분들이어서, 저도 하던 거 하는 게 제일 속 시원하긴 한데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고요.”

최근까지 바쁘게 달려온 만큼 잠시의 짬에는 그간 못 했던 일들을 하고 싶다고 한다. “쉬면서 일단은 친구들도 좀 만나면서 놀고 싶어요. 좀 많이 쉬고 싶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또 ‘군주’ 때 시작했던 레이싱도 좀 하고 싶고요. 제가 원래 차를 좋아했는데 차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까 레이싱을 시작하게 됐는데, 굉장히 좋아요, 재밌어요. 단순히 좋은 차를 타는 게 좋은 것보다 드라이빙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레이싱을 할 때도 빠른 속도도 좋아하진 않아요. 내가 이 차를 가지고 제어를 하면서 그냥 즐길 수 있는 그 자체가 좋더라고요.”

그라나 한편으로는 또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바로 연기를 하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 “이게 정말 장담을 못하겠어요. 내일 당장 또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바로 하겠다고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웃음).”

근 20년의 세월 동안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유승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스스로 연기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역시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정말 솔직하게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잘 해보자? 사실 원래 제 꿈이 배우가 아니었다는 건 예전부터 얘기했어요. 근데 원래는 아니었지만 이쪽 일을 하면서, 물론 외적인 것들은 굉장히 힘들죠. 밤새고 배고프고 춥고 그런 걸 어느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만큼 정말 열심히 해서 (사랑을 받으면)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작업을 하면서 작품이 완성되는 그 과정을 봤을 때 거기서 힘도 많이 얻고 즐거움도 많이 얻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짜 한 번 해보자’ 생각하게 됐죠.”

그러나 배우로서의 청사진은 있다고 한다. “딱히 어떤 목표를 세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있었어요. 배우들마다 각자의 색이 있잖아요. 근데 그걸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저만의 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되게 부러워요 그런 배우들을 보면.”

그렇다면 인간 유승호의 색, 배우 유승호의 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람 유승호로는 저는 아직 백지수준인 것 같아요. 아직은 하얀 도화지 같은, 아직 무엇이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요. 배우로서는 그동안 제가 캐릭터를 연기했던 것들이 100%는 아니지만 제 안에 조금씩 묻어있을 텐데 그런 와중에 좋은 것은, 많은 경험들을 했고 겪었기 때문에 생각도 좀 더 깊어질 수 있고 다양해질 수 있고 그런 장점이 있는데, 또한 단점이 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그런 깊은 감정들을 겪다보니까 현실에서는 중요시해야 될 문제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그런 불안함? 그런 게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왜냐면 현실에서의 문제들이 드라마 속 사건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 현실과 드라마의 충돌에서 오는 불안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끝으로, 앞으로의 유승호는 또 어떤 모습이고 싶으냐는 질문이 나가자 결국 연기자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다. 2000년 데뷔해 햇수로 19년간 연기자로 활동한 배우 유승호에게 다시금 ‘새롭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게 축적되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를 보여주려 한다고.

“사실 연기로밖에 없을 것 같긴 해요.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들이 많은데 나중에 경험도 많아지고 했을 때에는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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