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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백진희, '저글러스'를 마치고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구나"

  • 입력 2018.02.04 09:2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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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저글러스’를 통해 유쾌 통쾌한 오피스 로맨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백진희가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인터뷰에 나섰다.

‘저글러스’는 헌신과 순종의 서포터 정신으로 살아온 수동형 여자와 타인의 관심과 관계를 전면 거부하는 철벽형 남자가 비서와 보스로 만나 펼치는 오피스 드라마로, 백진희는 극중 5년차 프로페셔널한 비서 좌윤이 역을 맡아 직장인의 애환을 코믹하면서도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는 한편 ‘보스’ 남치원(최다니엘 분)과는 알콩달콩 로맨스까지 완벽하게 그려 ‘백진희의 재발견’, ‘로코퀸’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큰 호평 속에 작품을 마무리했다. 백진희에게는 첫 로맨틱코미디였고, 대 성공이었다.

특히 백진희는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발목부상이 채 낫지 않은 채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모았는데 그럼에도 방송에서는 이를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쳐 극 초반 상승세에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캐스팅도 가장 마지막에 확정된 탓에 다른 배우들에 비해 준비할 시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오랜시간 고대했던 탓일까, 왠지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더라고.

‘저글러스’가 오피스 로맨스 드라마였던 만큼 백진희의 역할이 참으로 다양했다. 좌윤이는 일에서는 프로페셔널하지만 일상에서는 지극히 굼뜨고 단순한 여자인데다 “보스와 스승과 아버지와는 일체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가진 탓에 남치원과의 로맨스도 티격태격, 좌충우돌이었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야 해서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사실 백진희는 그간 주말드라마의 사연 많은 캐릭터나 ‘기황후’, ‘트라이앵글’, ‘오만과 편견’, ‘미씽나인’과 같은 장르물에 주로 출연한 탓에 로맨틱코미디와는 제법 거리가 있었는데, 그래서 평소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더라고.

“그동안 제가 사연이 많다거나 출생의 비밀이 있거나(웃음) 그런 역할들을 주로 하기도 했고, 완전 센 장르물까지는 아니지만 희한하게 그런 작품들을 많이 해서 작품이 끝나도 캐릭터가 남는 경우가 없다는 게 너무 마음이 무너지더라고요. 해서 로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잘해야겠다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고요. 이번에는 마음껏 애교도 부려보고 좋더라고요(웃음). 또 감정에 솔직하고 내숭부리지 않고, 좋으면 그냥 ‘사랑해 달라’ 그런 캐릭터여서 굉장히 좋았어요. 그리고 윤이는 회사에서는 철두철미하지만 집에서는 정말로 뭘 안 하거든요. 근데 사실 다들 그렇잖아요.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냥 편한 차림에 침대에서 뭉그적대는(웃음). 그게 보통의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은 저하고도 비슷해서 좀 더 극대화해서 보여주려고 했고 그래서 연기하는 데에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고요."

"‘혹시 이렇게 하면 미운 거 아닌가?’ 그런 장면들도 있었는데 그게 밉지 않고 현실에 부합하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공감을 얻는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대본 자체가 굉장히 밝고 따뜻하면서 신선했어요. 마지막 회까지 그 톤이 유지되는 게 신기했고 작가님께서 정말 모든 캐릭터를 되게 고민하고 쓰신 게 느껴져서, 배우로서도 정말 감사했죠.”

‘저글러스’의 좌윤이는 지상파 안방극장에서 오랜만에 현실 여성 캐릭터를 보여줬다. 물론 상무와 비서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여전히 신데렐라 스토리인가'하는 지적도 있었지만 특히 극 초반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애환들이 좌윤이를 통해 그려져 시청자들의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다.

“제가 실시간 의견이나 기사 댓글도 다 보는 편인데 확실히 전과는 다르더라고요. 시청자분들이 이렇게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캐릭터가 진짜 오랜만이어서, ‘이렇게 사랑받을 수도 있구나’ 그렇게 느끼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짠하다는 얘기도 많았고요. 사실 초반에 직장인의 애환을 정말 잘 그리고 싶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이후 로맨스라든가 회사에서 잘린다거나 그런 것들이 다 응원받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수화를 하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데, 다행히 초반부터 모든 게 합이 잘 맞아서 끝까지 잘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좌윤이 캐릭터를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도 따랐었다고. “로코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국내 드라마부터 해외 드라마까지 많이 사랑받았다 하는 작품은 거의 다 봤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보다 뭔가 하나라도 해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저의 외소하고 작은 이미지가, 저한테는 딱히 콤플렉스까지는 아니었는데 ‘오만과 편견’을 하면서 나의 외적인 것들이 이렇게 부각이 되면 안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윤이는 작고 외소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오히려 더 평범하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고, 비서라는 직업 자체가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에 교육도 받았고 책도 받아서 읽어보기도 했고요. 비서들의 에티튜드나, 전화응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마인드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 배웠고 에피소드들도 많이 들었고요. 드라마이다 보니 과장된 부분도 분명 있을 텐데, 제가 들었던 몇 에피소드가 물론 일부겠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에피소드들도 있더라고요. 해서 저는 작가님이 써주신 글을 보면서 충분히 납득이 가더라고요.”

드라마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비서라는 직업의 고충을 느껴보기도 했다고. “이게 말로 설명하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한 사람의 인생관이 바뀌어야 하는 직업이고 많이 노출된 직업이 아니라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고요. 사실 비서분들의 진짜 애환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거든요. 아예 자신을 내려놓고 서포트 해야 되는 직업이어서 정말 대단하다 했고요. 이런 면은 또 모든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비애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저글러스’라는 제목은 저글링을 하듯 양 손을 사용해서 여러 가지 업무를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비서 군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설명되었지만 ‘저글’이라는 단어가 가장 익숙한 것은 한 유명 게임에서의 유닛 ‘저글링’이다. 능력치 자체는 약하지만 떼로 모이면 작전에 큰 효과를 낸다. 이들은 주로 최전방에서 방패가 되거나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정탐에 쓰이고, 쉽게 소모되는 만큼 복제도 간단하다. 어쩐지 ‘파리 목숨’이라는 말단 직장인과도 닮아있다.

하여 애초 ‘저글러스’는 그 제목에서부터 비서4인방의 여성 판 ‘미생’을 기대한 바도 컸다. 극 초반 ‘저글러스’에 열광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여성 캐릭터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 가는 작품을 만나는 것조차도 흔치 않은 요즘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초반을 막 지나자마자 로맨스가 본격 드러난 전개는 그래서 더욱 아쉬움을 샀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장르 자체가 오피스 극이 될까봐 많이 염려하셨던 것 같아요. 초반에 그런 부분들이 잘 살아서, 작가님은 그런 쪽으로 많이 고민을 하셨던 것 같은데, 감독님께서 ‘그래도 이건 로코다. 로맨틱코미디로 좀 더 가야된다.’라는 의견이 갈리면서 후자에 조금 더 힘이 실렸던 것 같아요. 초반은 초반대로 잘 살았지만 어쨌든 사랑이야기로 좀 더 많이 다뤄진 것 같고, 초반에 그런 애환들을 잘 살렸기 때문에 로맨스에서도 공감을 받고 응원을 받았던 것 같고요. 그런 베이스가 없이 정말 사랑에만 목메고 일도 안했다면 윤이 캐릭터를 좋아해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단 잘 끝내서 좋고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제목이 ‘저글러스’잖아요. 비서4인방의 이야기로 조금 더 몰아갔으면 했던 생각이 있었는데 중반에 로맨스가 나오고 회사 중심으로 가다보니까, 영상사업부가 또 너무 합이 잘 맞고 캐릭터들이 잘 살다보니까 그쪽으로 좀 더 치중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사실 보나(차주영 분)와 경례(정혜인 분)한테는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요. 제가 그 부분을 좀 더 잘 살렸다면 같이 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한데 그건 또 저 혼자 힘으로 되는 건 아니어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쉽긴 해요.”

※ KBS 월화드라마 '저글러스'를 통해 만나 배우 백진희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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