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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강혜정, "캐릭터로 기억되는 할머니 배우 되고파"

  • 입력 2018.02.02 09:3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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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KBS 월화드라마 '저글러스' 종영으로 만난 배우 강혜정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강혜정에게 ‘왕정애’는 사실 롤은 작았다.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롤의 크기에는 초연해지더라고. “롤이 작은 건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하다면, 또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인상적이라면 크기나 분량이 얼마나 되든지, 또는 타이틀 순서에 내 이름이 몇 번째인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28살이었으면 모르겠으나, 이제 그런 부분에는 많이 열렸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강혜정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에 아직은 지망생이던 작가인 한 친구가 스페인의 어떤 여배우를 예로 들면서, 스페인에 오드리 헵번 못지않게 정말 예쁘고 정말 사랑받는 배우가 있다, 또 한 배우는 연기력이 정말 좋아서 사람들이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라고 하면 다 아는 배우가 있었는데, 둘 다 할머니 배우가 되고 한 영화제에 같이 노미네이트가 됐는데 당시 상의 주인공은 후자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는 나중에 어떤 배우가 될 거냐’고 하는데 확 깨더라고요. 저도 2번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뭔가 나로 남지 않고 역할로 남고 싶다고,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저한테는 되게 먼 길을 바라보게끔 해줬던 좋은 조언이었거든요. 이번에도 ‘왕비’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요.”

이번 ‘저글러스’는 배우 강혜정이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다는 신호탄과도 같은 느낌이 크다. 사실 강혜정이라는 이름에서는 ‘센 캐릭터’, ‘색다른 캐릭터’를 기대하는 대중도 아직 많다. '왕정애'로 본격 재시동을 건만큼 다양한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까. “시대의 흐름과 소스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변화하는 시간이 있는 거고, 인내하다보면 또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겠지 하다 보니까 이번에 운이 좋게도 ‘저글러스라’는 작품을 만난 것 같고요. 해서 이제 여력이 되면, 또 좋은 작품들로 활발하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요.”

다시 연극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강혜정은 ‘프루프’, ‘리타‘로 연극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굉장히 어렵더라고. “연극은 항상 베스트를 뽑아야 된다는 그게, 진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정말 어렵겠더라고요. 저는 진짜 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되게 떨렸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평소 캐릭터를 준비할 때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까. “어렸을 때는 메모하듯이, 그냥 끄적거리면서 그 캐릭터 이름을 불러가면서 편지를 쓰듯이 썼어요. 그러면서 계속 그 인물에 대해 생각했고 장면들을 계속 생각했고. 그 이후에 캐릭터의 외모, 스타일부터 성격, 어떤 템포를 가지고 있을지를 맞춰갔어요. 근데 최근에는 사람들하고 토론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전에는 혼자 막 싸워야 했던 것 같고 그나마 감독님과 상의하는 정도였는데, ‘허브’라는 작품을 하면서 그걸 많이 깼어요. 그 작품이 리딩만 스물세 번을 했는데, 리딩이라는 게 사실 배우들은 뭔가 시험을 받는 것 같고,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 얼마나 하는가 보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리딩을 스물세 번을 하고 나니까 이젠 막 편하더라고요. 아, 생각해보니까 그래서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가 봐요(웃음). 연극은 그런 준비를 굉장히 오래하니까.”

배우 강혜정에게 좋은 작품이란 어떤 기준일까. “대본이 빨리 읽히면, 보는 것도 빨리 보지만 빨리 보는 순간에도 집중도가 높아져요. ‘벌써 다 읽었어?’ 싶은 작품은 그렇게 만들어지기만 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잘 되는 게 아닌가. ‘올드보이’는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었고 엔딩까지도 관객들이 추론해야 되는 작품이었는데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읽을 때,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쭉 읽히고, 다음 얘기가 궁금해서 바로바로 넘어가는, 그런 시나리오였거든요. 이번 ‘저글러스’는 유쾌하고 위트 있는 작품이면서 이것도 빨리 읽혔단 말이죠. 확실히 배우에게 빨리 읽히는 작품이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가족들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깔깔거리고 웃다가 또 찡하게 볼 수 있다가, 그래서 하루한테 보여주기도 편했고요. 다들 일일이면 좋겠다고(웃음), 월화 기다리는 게 너무 어렵다고 그런 얘기도 했었죠.”

혹시 최근 공개된 작품 중에 욕심나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꼽아볼 수 있을까.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전반적으로 캐릭터를 살릴 줄 아는 분들이 똘똘 뭉쳐서 만들어낸 작품인 것 같더라고요. 해서 어느 캐릭터 하나도 소외되거나 눈에 띄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보면서 정말 잘 만든 드라마다, 이야기도 재밌고 캐릭터도 잘 살아있었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시그널’ 같은 작품을 좋아해요. ‘누굴까, 누굴까?’ 그렇게 쪼아서 보는 맛이 좋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시트콤은 워낙 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아하고요.”

드라마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실시간 피드백이더라고. 9살이 된 딸 하루가 매주 방송을 통해 엄마의 본업인 연기자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면서 배우라는 직업을 이제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더라고 한다. “영화는 일단 찍고 나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차가 생기는데, 드라마는 바로바로 증거물이 나오잖아요. 일주일마다 엄마가 방송에 나오니까 좀 더 신나게 봐주고 기다려주고 그러더라고요. 처음에는 역할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다가 진희 씨를 보면서 ‘윤이인 척하는 언니’ 그렇게 캐릭터와 배우라는 개념을 분리하는 게 신기했어요. ‘이제야 내 일을 조금 이해해주는 구나’ 싶었죠(웃음).”

가수 아빠에 배우인 엄마를 두었으니 하루에게도 남다른 끼가 있지 않을까, 하루에게 그런 재능이 보이더냐는 질문이 나가자 “하루가 저를 쫓아다니고 싶다는데 그게 뭘까요?”라며 반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성격부터 식성까지 전반적으로는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워낙 엄마 아빠를 좋아하는 친구여서 항상 같이 다니고 싶어 해요. 근데 아직은, 여자아이고 9살이다 보니까 미용 쪽에 더 관심이 많아요. 해서 저보다도 항상 저를 꾸며주는 스타일리스트 분들한테 관심이 많더라고요(웃음).”라고 전하기도.

벌써 데뷔 20년을 넘겼는데,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저는 사실 이것밖에 안 했어요. 물론 다른 걸 하더라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근데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직업이잖아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온갖 열정을 모아 만드는 작업이고, 어떤 한 가지 일을 위해 어벤져스들이 모여서 확 쏟아내는 일이 저희 작업이어서 그 중독성이 상당히 크고요. 또 여러 인물들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안주하지 않고 변화의 의지만 있다면 여러 인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고 또 원동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끝으로 배우 강혜정의 스스로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저는 오래하고 연기하고 싶어요. 아까 얘기한 스페인 할머니 배우처럼 오래하고 싶고, 연기하는 사람, 역할로 사는 사람, 그 부분만 남겨졌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해내는 일 외에 인간 강혜정으로는 편안하고 당당하고 아쉬울 것 없고, 그런 힘으로 20대를 살아왔다면 30대에는 거기에 가정과 경험과 더 큰 무언가가 얹어져서 살고 있는 거겠죠. 그런 게 계속 쌓이고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저도 늙어서 할머니 배우가 돼 있을 텐데 그럴 때에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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