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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강혜정, 배우인생 2막 신호탄 '저글러스' 애정 가득 A to Z

  • 입력 2018.02.02 09:2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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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KBS 미니시리즈 ‘저글러스’를 통해 5년 만에 안방시청자들과 만난 배우 강혜정이 드라마 종영과 함께 인터뷰에 나섰다.

강혜정은 지난 2012년 tvN 월화드라마 ‘결혼의 꼼수’ 이후 ‘저글러스’로 미니시리즈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1997년 하이틴잡지 모델로 데뷔, 1998년 SBS 은실이‘로 연기활동을 본격 시작해 어느새 20년 경력을 넘긴 강혜정은 2001년 영화 ‘나비’로 스크린에 데뷔해 그해 부천국제영화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후 2003년 ‘올드보이’, 2005년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등을 통해 충무로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다. ‘올드보이’로는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가 강혜정에게는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직후 강혜정은 전과는 달라진 얼굴로 세간의 주목을 샀다. 새는 발음 때문에 치아 교정과 발치 시술을 받았는데 그것이 배우 강혜정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강혜정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을 때 스스로도 당황스러워 많이 울었다는 속내를 밝힌 바도 있다. 이후 2007년 개봉한 영화 ‘허브’가 13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KBS ‘꽃 찾으러 왔단다’는 차태현과 주연을 맡아 열연했지만 역시 참패였다. 2년의 절치부심 끝에 2009년에만 영화 ‘우리 집에 왜 왔니’, ‘킬미’, ‘걸프렌즈’, ‘트라이앵글’ 등이 한꺼번에 개봉하는 등 재차 공격적인 행보를 시도했지만 전과 같은 반향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실상 작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강혜정의 달라진 얼굴이 어딘지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연기력 논란도 아닌 탓에 강혜정으로서는 더욱 뼈아픈 시기였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편 타블로와 딸 하루가 KBS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면서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강혜정의 일상이 동시에 노출됐는데, 이는 점차 강혜정의 얼굴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효과를 냈다. 현재는 한눈에 보아도 치료 직후보다 제법 정돈된 느낌이어서, 특히 이번 ‘저글러스’에서는 그를 크게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배우 강혜정 만을 다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고, 5년만의 드라마 복귀임에도 호평 속에 작품을 마무리했다. 허나 실상, 전성기에서도 그를 다소 벗어난 지금에도 다르지 않은 것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강혜정은 연기를 매우 잘하는 배우라는 점이다. 이를 회복한 지금이 강혜정에게도 남다른 소회가 따르고 있는 듯했다.

사실 영화의 경우는 개봉 전 홍보의 수단으로 적극적인 인터뷰가 진행되지만 드라마의 종영 인터뷰는 작품의 성적이 좋거나 화제성이라도 있지 않고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자리다. 강혜정은 이를 두고, 미니시리즈로는 정말 오랜만이라며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된 자체에 감사하고 이 시간이 즐겁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 ‘저글러스’에서 강혜정은 절대동안을 무기로 ‘스물아홉 싱글녀 왕미애’로 신분을 세탁해 YB스포츠사업부 황보율 이사의 비서로 근무하게 된 서른일곱의 전업주부 왕정애 역을 맡았다. 괴팍한 성격에 비서가 100일을 붙어있지 못하는 ‘황보율’ 이원근과 호흡하면서 따뜻한 성장기를 그렸다.

강혜정은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저글러스’에 애정을 드러냈다.

“‘안 끝났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은 처음이랄까.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현장에서 같이 작업했던 분들과 헤어지는 게 유독 아쉽고 짠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되게 화기애애하고 서로 많이 배려하고 의지하면서 작업하지 않았나. 그리고 정성호 배우님을 못 뵈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웃음), 닮고 싶기도 하고, 제가 원래 재밌고 위트 있는 사람을 되게 좋아하는데 성호 오빠가 뉴욕개그를 정말 잘하세요(웃음). 현장에서 이런저런 상황극을 막 하시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진짜 끔찍하게 동료들을 잘 챙기세요. 빵을 몇 박스씩 가져와서 현장에 다 나눠주시기도 하고, 뭔가 그런 현장에 있다가 벗어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오랜만에 드라마 현장에 복귀하면서, ‘꼰대’ 같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진짜 꼰대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했어요. 세대차이 느끼고 어려워하고 불편하고 그러면, 서로 계속 봐야 되는데 호흡을 맞추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오케이’ 했어요. 모르죠,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어요(웃음).”

극중 왕정애가 전업주부로 지내다 사회로 나오게 된 만큼 다소의 경력 단절을 경험한 강혜정 스스로의 공감은 꽤 높았을 게다. 그러나 ‘국보급 순수녀’라는 설정에서는 걱정도 많았다고. 또한 이원근과는 커플을 넘어 인간적인 성장의 호흡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황적인 부분에서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이와 남편 뒷바라지만 하던 분들은 아마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설정이니까 그 부분에서는 전혀 이질감이 없었는데 ‘국보급 순수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웃음). ‘내가 이걸 못하면 연기력 없는 거지’, 그랬는데 어쨌든 부족한 면이 많았죠. 처음에 많이 불안해서 조은지 씨를 찾아가서 리딩을 봐달라고 했어요. 맞춰도 주고 바꿔도 주고 많이 도와줬고요. 더 잘해야 했는데, 해서 혹시 시즌2가 나오면(웃음)? 그리고 이원근 씨가 익살스럽게 너무나 잘 해줘서 저도 같이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회단절 속에서, 원근 씨의 황보율은 혼자의 틀에 갇혀 있었던 아이 같은 어른에서 둘이 같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준 작품이라 더 의미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왕정애의 소심함은 답답하기도 하면서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 “정말 답답해서 미치고 환장하는 줄 알았어요(폭소). 근데 충분히 있을 수 있잖아요. 저렇게 정말 아무런 능력이 없고 집안 뒷바라지만 해오다가 갑자기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을 때는 내가 뭔가를 해쳐가야지, (당장에 생각이 들기)보다 그냥 막막할 것 같은 거예요. 이미 회유가 안 되는 대상과 저런 극단적인 상황이 정말 힘들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이기 때문에 강하게 해쳐나가야 될 수밖에 없는? 그런 면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워낙 좀 생각이 굵직하게 넘어가는 스타일인데 이 친구는 섬세하고 여려서 온전히 이 친구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만 그렇게 귀엽게 살랑살랑 말을 못해서 그런 부분은 되게 힘들었고요(웃음).”

물리적으로는 ‘최강 동안’을 연기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정말 화장을 안 먹는 게 제일 힘들었던 같아요(웃음). 세월은 절대 못 속이는 것 같더라고요. 피곤하면 벌써 화장이 뭉치고 들뜨고 하니까. 가뜩이나 최강 동안이라고 하니, 하루에 세 번을 메이크업을 새로 싹 다시 하면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리고 저희 찍었을 때가 제일 추울 때여서 한파랑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고, 파업 때문에 초반에 조금 미뤄진 것들이 있어서 아주 초반이 지난 뒤에 마구 몰아치느냐고 조금 숨찼던 게 있었는데, 처음 일하는 분들과 손발을 맞추는 데에 필요한 시간을 조금 쓴 뒤에는 착착 진행이 되었던 것 같고요.”

‘저글러스’를 택한 이유는 드라마 자체의 재미였다고 한다. “어쩌면 또 저한테 1도 없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서 좀 걱정은 됐어요. 저는 겉으로는 상남자의 모습이 있어서 이 ‘국보급 순수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했는데 대본 전체를 보고 결정했어요, 드라마가 재밌는데 안 할 이유가 있을까? 그랬었죠.”

이번 ‘저글러스’로 스스로의 성장을 일군 면도 있을까. “일단 협동에 대한 성장이 가장 커졌어요. '인생은 독고다이'가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얼마만큼 마음을 열고 다가갔을 때 작품의 질이 얼마나 달라지는가에 대한,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배우게 된 작품이에요. 되게 오랜만에 왔고 드라마는 순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데 배우의 입장에서 많은 호흡을 쓸 수 있는, 또 그만큼의 물리적인 시간을 주고, 주변에 드라마를 많이 한 친구들, 선배들을 통해서 그런 집중력을 많이 배웠고요.”

이 부분에서 특히 강혜정은 동료배우들의 활약을 예로 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인교진 오빠나 최대철 오빠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장면의 맛을 살리는 데는 정말 장인이에요(웃음).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저는 그나마 있는 설정에서 무언가를 한 건데, 그 분들은 대본에 없어도 어떻게 하면 장면이 더 잘 살겠구나, 그런 포인트를 정말 잘 아세요. 그런 건 자신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캐릭터도 잘 알고 있어야 되고, 이 장면에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그런 전체적인 것들이 계산이 안 되면 못하는 건데 정말 대단했어요. 그리고 정성호 오빠의 애드리브는 어떨 때는 대사보다도 좋더라고요. ‘나는 다음 생에 태어나면 비둘기로 태어날 거야’, ‘사춘기야? 왜 문을 닫아.’ 그런 건 정말 대본을 얼마나 봤으면, 상대와 나의 관계부터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건데, 정말 제가 극을 쓰는 사람이거나 연출이라면 되게 진지한 캐릭터로 100% 캐스팅할 것 같아요(웃음).”

주연으로 함께 호흡한 최다니엘과 백진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다니엘 씨 경우는 탐구 의지가 굉장히 강해서, 탐구하고 분석하고, 이 장면에서 필요한 것이 뭘까를 계속 찾아가더라고요. 해서 현장이 늘 질문과 이야기가 많아서 작업이 굉장히 재밌었고, 진희 씨는 사전에 준비가 많은 타입이에요. 마지막에 들어와서 많이 바빴을 텐데 저렇게 혼자 준비하다보면 외롭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드라마 초반은 진희가 다 살렸죠.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특히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이원근에 대해서는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기도 했다. “이원근 씨는, 처음에 서치했다가 깜작 놀랐어요. 와, 프로필에 작품들이 쭉 나오는데 저보다 많이 한 거 같은 거예요(웃음). 근데 이 친구도 배워가는 단계고, 처음에는 몰라서 오는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굉장히 빨리 배우더라고요. 후반 촬영 때 보니까 카메라 앵글을 계산하고 움직이는 거예요. 제가 앵글에 계속 걸려있게 옆으로 살짝 비켜서 빠지는 걸 보고 ‘오, 이제 카메라 앵글도 알아?(웃음)’. 그리고 되게 노력형이라 제가 긴장을 많이 했어요. 저렇게 노력을 많이 해오는데 저도 노력을 안 할 수 없으니까 같이 긴장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 배우 강혜정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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