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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유승호, '로봇이 아니야'로 이룬 또 한 번의 도약

  • 입력 2018.02.09 10:1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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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그렇게나 걱정했던 멜로라는 장르에서 제가 이렇게까지 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어요. 이제 던지는 기능도 생겼고요(웃음)."

최근 종영한 MBC 미니시리즈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첫 로맨틱코미디 장르에 나선 배우 유승호의 이야기다.

유승호는 지난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를 통해 데뷔했다. 데뷔 경력이 햇수로 19년 차다. 2002년 출연한 영화 ‘집으로’가 대 히트를 치면서 꼬마배우 유승호는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슬픈 연가’, ‘태왕사신기’, ‘왕과 나’, ‘선덕여왕’ 등 굵직한 작품 속 주인공의 아역으로 분했고, 2010년 ‘욕망의 불꽃’, ‘공부의 신’ 등을 필두로 ‘무사 백동수’, ‘보고싶다’ 등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롤을 맡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승호는 청소년 배우의 이미지가 컸다. ‘리틀 소지섭’으로 불리기도 했고 ‘집으로’의 포텐이 여전히 남아있기도 했다. 그를 벗어나기 위해 유승호는 주로 장르물이나 다크한 이미지의 역할을 선택했다. 스무 살에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군에 입대했다. 전역 후 MBC every1 8부작 ‘상상고양이’로 빠르게 복귀했다. 이후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 MBC ‘군주-가면의 주인’을 통해서는 재차 자신의 장기인 다크한 남자로 돌아왔다. 특히 ‘군주’를 통해서는 ‘어리다’는 이미지를 벗는데 성공했고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첫 도전한 로맨틱코미디에서는 과거의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김민규 역으로 분해 채수빈과 함께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선보여 ‘로맨스도 된다’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유승호는 앞서 ‘군주’의 종영 인터뷰에서 “로코가 제일 어렵다, 그동안 두려워서 선뜻 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전한 바 있는데, 그 직후 차기작으로 ‘로봇이 아니야’를 택해 모두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샀다. MBC 파업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어수선한 때에, 특히 바로 전주까지 방송된 ‘보그맘’이 B급 코미디로 마니아층을 생산했던 탓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출발한 ‘로봇이 아니야’는 크게 조명되진 못했다. 최고 시청률이 첫 방송의 2회가 기록한 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다. 그럼에도 유승호의 로코는 합격점을 받았고 ‘로봇이 아니야’ 역시 밝고 착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무엇보다, ‘로봇이 아니야’는 유승호에게 배우로서 또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현장과 캐릭터에 익숙해지면서부터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도중 문득 떠오른 애드리브를 던져보기도 했다는데, 이러한 경험이 ‘로봇이 아니야’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것을 또 상대역으로 만난 채수빈이 잘 받아주면서 점차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다만 이제 던지는 기능은 생겼는데 아직 받는 기능이 없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시청률은 다소 부족했으나 스스로에게는 큰 성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유승호는 인터뷰의 시작에서부터 “시청률 빼고는 다 좋았다.”는 애정 어린 소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 시청률 빼고는 다 좋았어요. 너무 아쉬운 거예요. 드라마가 이렇게 재밌었던 적이 거의 처음이거든요. 감독님도 그렇고 배우들도 그렇고 다들 너무 아쉬워하고요. 이렇게 좋은 드라마가 시청률이 좀 낮고 많이 모르셔서 (드라마는) 끝났지만 홍보하고 싶은 마음도 좀 있고 다시보기라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고요. 정말 좋은 드라마고, 제가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이번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얘기했었던 거고요. 제가 보면서도 너무 재밌었고 드라마에 정말 빠져서 연기했고요. 감독님, 배우들뿐만 아니라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작업했고, 수빈 씨하고도 너무 잘 맞았고. 드라마가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그걸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군주’ 종영 인터뷰 때까지만 해도 멜로가 무섭다고 밝힌 바 있는데 곧바로 이은 ‘로봇이 아니야’로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줬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초반부터 멜로가 나왔으면 저도 큰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초반부터 많지는 않았고 후반에 수빈 씨와의 멜로가 많이 나왔는데, 저도 하면서 놀랐던 게 제가 평소에 정말 친하거나 아끼거나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투? 그런 것들이 수빈 씨한테 전혀 거부감 없이 편하게 나오더라고요. 민규가 처음에 아픔을 가지고 지아를 만났고 또다시 갈등을 겪고 사랑으로 치유가 됐는데 그 과정을 유승호라는 사람도 똑같이 겪다보니까 저도 지아, 혹은 수빈 씨가 너무 편해졌고 저도 모르게 좋아하게 됐고, 그러다보니까 점점 더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들을 보니까 ‘아 내가 진짜로 이 민규라는 인물에 잘 빠졌구나’ 저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어요. 사실 부담은 있었죠. 대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근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민규의 인간적인 성장을 잘 보여주었는데, 아역에서부터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해온 스스로의 과정에서도 일맥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일까. “맞아요. 민규가 겪었던 그런 아픔들을 저 또한 어려서부터 활동하면서 겪었고, 근데 이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일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상처를 받고 다시 치유를 받는 것도 분명 사람일 거고. 드라마의 경우는 로봇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상처받은 걸 그대로 다시 인간에게 치유 받고, 거기에 사랑의 힘이 더 커진 거고, 그런 메시지들이 들어있는 드라마라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을 해요.”

로맨스는 성격상 그렇다 치고, 극 초반 혼자 있는 민규의 모습에서 아이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배우 유승호가 다시 어리게 보이진 않았다. 이 또한 이번 민규 역할로 얻은 큰 수확이라 할 것이다.

“민규라는 캐릭터가 극중에 나이가 스물여덟인가 그럴 거예요. 나이는 많지만 사람과 상대를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까 이 친구는 아직 어린 그때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표현했을 때 혹시 저도 어려보이지 않을까, 예전처럼 또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게 시간이 해결해준 건지 저의 노력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저에게 듣기 좋은 이야기였어요.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냥 편하게 했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되게 좋았죠.“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한 가지를 꼽아달라는 물음에는 역시 ‘멜로’를 꼽았다. “제가 멜로에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 지아가 간다고 할 때, 민규가 가지 말라고 하는 것들은 정말 연인들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그런 애교고 행동인데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다는 게 제 자신에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런 게 만약에 극 초반이나 다른 작품이었다면 이렇게 나왔을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제가 그렇게나 걱정했던 멜로라는 장르에서 이렇게까지 표현을 할 수 있었다는 게 굉장히 신기했고, 앞으로 멜로를 많이 만날 수 있을 텐데,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한 겁이 크게 없어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너무 괜찮았거든요(웃음). 한편으로는 되게 기쁘더라고요 그런 사실이.”

그렇게 멜로에 대한 겁이 없어진 공에는 채수빈과의 호흡을 으뜸으로 꼽기도 했다. “사실 수빈 씨가 잘 받아줘서 그런 것도 있어요. 만약에 수빈 씨가 저처럼 좀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면 저 또한 그러지 못했을 거고, 또 대본의 힘도 있고요. 초반부터 멜로가 있었던 게 아니고 그 과정을 유승호라는 사람도 같이 겪게 해줘서 그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고, 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보다 어린 파트너하고 연기하는 게 이번이 두 번째여서, 이번에도 뭔가 내가 좀 챙겨줘야 되나? 오빠로서 뭘 해야 되나? 했는데, 정말 그건 저의 잘못된,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나이 때문에 뭘 더해야 된다? 그런 것도 필요 없고 저 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그냥 한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료 배우로서 생각을 해도 될 정도로 너무 잘하는 배우더라고요.”

채수빈과의 호흡에서 특히 그런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있을까. “연기를 하다보면 대본에 쓰인 것 말고도 짧은 순간에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서 그냥 툭툭 던지는 것들이 하나둘 있는데 수빈 씨가 그런 것조차 받아주더라고요. 센스가 있다고 해야 되나? 그게 사실 쉽지가 않거든요. 만약 저에게 상대배우가 그렇게 던지면 저는 당황해서 아무 것도 못 하거든요(웃음). 저는 그런 것에 굉장히 약한데, 그냥 혹시나 해서 한 번 해봤어요. 뭔가 적응도 되고 편해지기 시작하면서 그런 걸 제가 던져봤을 때 수빈 씨가 또 너무 잘 받아주니까. 진짜 센스가 있고 정말 잘하는 구나, 하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대본 외에 조금만 틀어져도 당황한다는 이야기는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배우에게서 나온 고백으로는 참으로 신선했다. 이는 실상, 어려서는 대본에 있는 대로만 잘 해줘도 좋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연기 잘하는 배우 유승호에게 바랐을 것이다. 그런 세월을 오래 겪으면서 그것이 오히려 체화된 상태였던 듯했다. 그러다 처음 만날 로맨틱코미디 ‘로봇이 아니야’로 또 다른 연기의 맛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

“대본에 너무 집중해 있어서 그런지 그 외에 것이 생기면 몸이 멈춰요.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래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게 해보질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캐릭터에 적응을 하고 이 상황이 점점 더 재밌어지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한 번 해볼까? 그런 느낌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했는데 그걸 또 수빈 씨가 받아줬고요. 근데 중요한 건 제가 받지를 못해요(폭소), 받는 기능이 없어요. 이제 던지는 기능은 생겼는데 받는 기능이 없는 거예요, 아직은(웃음).”

그의 표현대로 던지기 기능이 발휘된 순간은 어떤 장면이었을까. “사실 별 거 아니에요. 우산 설명하다가 로봇이 너무 괘씸하니까, 걸어가다가 ”아휴, 이거 한 대 쥐어박을까‘ 뭐 그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을 해서 좀 많았는데, 문제는 지아에서 끊겼다는 거죠(웃음).“

역시 처음이 어려운 법, 한 번 경험한 만큼 다음은 좀 쉬워질 것 같다고. 그러나 애초 대본을 최우선하는 연기 소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도 한다.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한 걸 느꼈으니까 다음 작품을 할 때 받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고 해도 될 것 같고. 그런데 저는 웬만하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뭘 하는 것보다도 사전에 감독님과 미리 얘기를 해서 하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찍고 있다가 더 좋은 게 생각나면 저도 모르게 한 번씩 하는 경우였고, 그게 아니면 미리 상의하고 얘기를 해서 이왕이면 가장 좋을 수 있는 상태로 연기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러한 현장에서의 유연함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 것 또한 ‘로봇이 아니야’가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한다. “멜로여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충분히 영향이 있었고, 찍다보니까 ‘민규가 혼자서 그렇게 진지할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셨고. 그때부터 아마 풀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뭔가 제가, 민규라는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민규의 순수함을 보여주기에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을 했고요.”

민규로는 트라우마를 가진 상처에서부터 이후 로맨스와 인간적 성장까지 많은 부분을 보여주었는데, 그런 다사다난했던 민규를 연기하면서 가장 지키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일까. “원래 민규라는 인물이 코믹적인 요소는 많이 없었고, 혼자 진지함 속에서 묻어나는 그냥 가벼운 웃음 정도였는데, 하다보니까 저도 욕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고 좀 더 가볍게 많이 바뀐 것도 있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과거의 아픔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해서 코믹도 그냥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는 걸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하려고 했었죠.”

※ ‘로봇이 아니야’ 종영을 만난 배우 유승호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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