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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비주얼과 엠마 스톤의 멋진 연기가 합쳐진 환상 모험의 세계. 영화 '가여운 것들'

  • 입력 2024.03.13 22:41
  • 수정 2024.03.14 07:5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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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을 수상해 무려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예를 얻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관객들을 맞이하는 포스터부터 범상치 않은 비주얼을 선사한다.

주인공 '벨라'의 가슴팍은 마치 동굴에서 밖으로 흘러나오는 거센 물줄기와도 같은 화강암 조각상에, 뒤로 손을 포박당한 두 여인의 기둥, 그리고 물결 조각상에는 영화 스토리에서 '벨라'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다섯 명의 남성 캐릭터가 각자 개성대로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경이로운 비주얼과 엠마 스톤의 멋진 연기가 합쳐진 환상 모험의 세계. 영화 '가여운 것들'
경이로운 비주얼과 엠마 스톤의 멋진 연기가 합쳐진 환상 모험의 세계. 영화 '가여운 것들'

포스터 정면을 바라보는 '벨라'의 두 눈은 외부 세상의 모든 것을 포착하려는 듯 크게 떠 있고, 굳게 다문 입술은 결의에 찬 담대함마저 엿볼 수 있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천재 과학자의 손에서 새롭게 되살아난 세상 하나뿐인 존재 ‘벨라’(엠마 스톤)의 눈부시게 아름답고 놀라운 환상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엠마 스톤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놀라운 캐릭터 ‘벨라 백스터’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어린 아이와도 같은 '벨라'는 악기인 피아노를 자신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어린 아이와도 같은 '벨라'는 악기인 피아노를 자신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는 어른의 겉모습이지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나는 존재다. 미성숙한 인간으로 시작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벨라’의 여정에는 파격적인 장면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들이 펼쳐진다.

'벨라'의 몸과 정신은 어린 아이의 것과 다름이 없이 미숙한 것 투성이에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기 일쑤지만 그녀를 돌봐주는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와 갓윈의 제자 ‘맥스 매캔들스’(라미 유세프)에 의해 사회성에 대한 제지를 받으면서 '벨라'의 일탈은 점점 증가한다.

‘갓윈 백스터’는 자신의 제자 ‘맥스'에게 '벨라'의 모든 생활을 기록하라고 이야기한다
‘갓윈 백스터’는 자신의 제자 ‘맥스'에게 '벨라'의 모든 생활을 기록하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의 관람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애당초 투신한 여성의 시체에 태아의 두뇌를 이식해 재탄생한 '벨라'의 원초적 모습은 인간이 사회에 나온 태초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과 악의 구분이 없고, 남성과 여성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을 뿐더러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도덕적 가치란 그녀가 알지 못하는 것들 뿐이다.

'덩컨'과 함께 포르투갈에 도착한 '벨라'는 드디어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덩컨'과 함께 포르투갈에 도착한 '벨라'는 드디어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를 창조한 '갓윈 백스터'는 그녀에게 전지적 존재처럼 여겨지지만, 그녀가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말리지만, 차마 말릴 수 없었던 성숙한 부모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벨라'는 '덩컨'과의 여정에서 성인 여성으로서의 성적 쾌감을 알게 되고, 또한 상대 남성에게 직접적으로 성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덩컨'은 끊임없이 '벨라'를 사회적 테두리에 가두기 위해 그녀를 억압한다
'덩컨'은 끊임없이 '벨라'를 사회적 테두리에 가두기 위해 그녀를 억압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쾌락을 위해 스스로 쾌락을 좇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크루즈 여행에서 '벨라'가 새롭게 사귄 여행자 친구이자 냉소 주의자인 ‘해리 애슬리’(제로드 카마이클)는 '벨라'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목격할 수 있게 도와주고, '벨라'는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

'벨라'는 상류층 사람들이 추는 춤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여 춤을 춘다
'벨라'는 상류층 사람들이 추는 춤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여 춤을 춘다

그리고 '벨라'는 파리의 밑바닥에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하며 직접적으로 남성에 대한 요구를 하며 '돈'을 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며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책을 읽기 시작한 '벨라'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빠른 속도로 습득하게 된다
책을 읽기 시작한 '벨라'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빠른 속도로 습득하게 된다

'벨라'의 여정은 억압으로부터 시작된다. '하면 안돼'로 모든 것이 시작되고, 그녀가 파리까지 거쳐간 여정을 통해 '벨라'는 모든 것에 '왜?'라는 의문을 품고 스스로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는 진취성의 대명사가 되어 간다.

그녀가 투신하기 전에 결혼생활을 했었던 그녀의 남편 '블레싱턴 경'(크리스토퍼 애벗)의 등장은 그녀가 억압을 깨고 나오는 가장 큰 계기가 된다. '벨라'가 여행을 통해 쌓아왔던 내면의 단단함은 또 다시 죄어오는 억압을 거부하고 '벨라' 스스로가 자유의지를 표출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크루즈 여행 중 문득 떠오른 궁금증 때문에 '벨라'는 홀로 선상을 배회한다
크루즈 여행 중 문득 떠오른 궁금증 때문에 '벨라'는 홀로 선상을 배회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가여운 것들'이란 '벨라'를 둘러싼 인물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관습에 의해 부여되는 '~다움'을 갖추게 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벨라'의 여정에서 욕구를 일깨워준 '덩컨'은 수시로 남성중심 상류사회의 인간들은 이러이러해야 한다, 라고 끊임없이 '벨라'에게 주지시킨다. 하지만 '벨라'는 '덩컨'이 부르짖는 '상류사회'의 관습에 아랑곳없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의지를 멈추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벨라'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벨라'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경이로운 비주얼을 만나 더욱 독특하게 관객들에게 인식된다. 황홀한 색채의 향연과 유니크한 캐릭터에 영감을 주는 의상과 분장은 영화 <가여운 것들>의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생생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더 랍스터>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킬링 디어>를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탄생시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비주얼과 연출로 세상에 하나뿐인 이야기로 작품을 완성한다. 엠마 스톤의 대범한 연기는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전무후무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을 볼 수 있는 영화 <가여운 것들>은 지난 3월 6일 개봉해 절찬 상영중이다.

결연한 모습으로 '벨라'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의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결연한 모습으로 '벨라'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의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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