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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어차피 혼자', 시즌 가능성 확인한 초연

  • 입력 2022.11.16 05:54
  • 수정 2023.07.06 22:5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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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PL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오리지널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금주 폐막을 앞둔 가운데, 향후 시즌을 향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뮤지컬 '어차피 혼자(제작:PL엔터테인먼트,프로듀서:송혜선)'는 지난 2013CJ문화재단의 크리에이티브마인즈리딩 공연을 통해 처음 공개된 작품으로, 특히 한국 소극장 뮤지컬 신화로 꼽히는 뮤지컬 빨래의 추민주 작/연출과 민찬홍 작곡가와 신인들의 깜짝 반란을 보여준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PL엔터테인먼트가 의기투합한 작품이어서 제작 소식에서부터 주목이 쏠린 바 있다. 작품은 남구청 복지과에서 무연고 사망자를 담당하는 독고정순과 같은 과 신입사원 서산을 중심으로 1인 가구 시대를 조명하며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화두를 무대 위로 끌어냈다.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10집 중 절반에 가까운 무려 4집에 사람이 혼자 산다는 소리다. ‘이웃사촌의 정겨움은 이미 옛 소리가 되었고, 고독사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성을 담은 작품이 바로 뮤지컬 어차피 혼자. 뮤지컬 어차피 혼자혼자 태어나 혼자는 살 수 없는 사람”, 나아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피력한다.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이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국적 소재의 참신한 혁신을 보여주었다면 어차피 혼자는 지극히 현대인을 위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다만,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개막 초반만 해도 일부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PL엔터테인먼트는 김선영, 김우형, 홍광호, 윤공주, 조정은 등 뮤지컬계 스타들이 대거 소속된 데다 워낙 팬 친화적인 매니지먼트로 호감도가 높다. 이러한 행보는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으로 그대로 이어졌고, ‘조선 백성(관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식의 각종 이벤트, 굿즈, OST 발매 등이 발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연 제작사로서의 호감도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런 PL엔터테인먼트의 두 번째 작품이 뮤지컬 어차피 혼자. 여기에 윤공주, 조정은을 비롯해 대형 신인 양희준, 황건하 등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으니 개막 전 예비 관객의 높은 기대감은 당연했다. 이 기대감은 첫 티켓 오픈 동시에 거의 매진을 이루는 성과로 이어졌는데, 막상 뚜껑을 연 어차피 혼자는 못내 실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괴리감이었다.

어차피 혼자는 지극히 현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물 관계성이며 대사며 너무 올드했다. ‘빨래의 추민주 작/연출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그럴 것을 예상했음에도 예방효과로는 딱히 무의미했다. 극의 개연성도 캐릭터성도 어느 한 구석 시원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없고, 대사 여기저기서 6,70년대 소설, 연극에서나 쓰였을 법한 표현이 난무해 낯뜨거움은 관객의 몫인가 싶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열연을 보고 있자면 어느 새 코끝이 찡해지니 이건 또 신기할 노릇이다.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하는 것이 바로 한국 관객이다. 극의 기승전결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물론 작은 암시에서도 의미를 찾아 더욱 큰 퍼즐로 맞춰가는 특징이 있다고 말하는데, ‘어차피 혼자는 그런 지금의 관객 수준을 놓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어차피 혼자는 뮤지컬이면서도 연극적인 작품이어서 강렬한 넘버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지 않고, 오롯이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목적에 충실하다. 하여 무엇보다도 극 자체의 완성도와 각 캐릭터성을 더욱 탄탄하게 잡아주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뮤지컬 어차피 혼자가 계속되길 희망하는 원동력은 작품이 품은 메시지 때문이다. 향후 핵가족, 1인 가구 밀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에 현대인과 밀접한 시대성을 지니면서도 시의성에 구애받지 않는 '어차피 혼자'는 오히려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이다. 또한, 여전히 유럽풍 뮤지컬이나 쇼뮤지컬 형식의 해외 라이선스 의존도가 높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이런 새로운 도전이 실패로 남는다면 앞으로 이러한 시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송혜선 프로듀서 역시 그러한 의미를 잘 알기에, ‘어차피 혼자는 프리뷰 기간 이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다듬어왔다. 음악의 시간, 조명, 동선, 대사의 길이 등을 꼼꼼히 계산하면서 관객의 지적 사항을 참고해 하나둘 걷어내고 고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구조적 세팅이 끝난 상태에서는 실상 대사 한 줄 바꾸는 것도 여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러나 어떤 작품인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티켓을 구매해 준 의리의 관객들, N차 관람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는 배우의 팬들, 앞으로 찾아올 관객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초연에서부터 최대한의 변화를 끌어내 보자는 것이 송혜선 프로듀서의 판단이었다.

그 결과로 지금 공연 중인 어차피 혼자는 개막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독고정순의 캐릭터성에 차츰 힘이 실렸다는 것은 단연 고무적이다. 그에 더한 여러 변화로 관객 반응도 조금씩 돌아섰다. 드디어 향후 시즌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무엇보다 우리 뮤지컬은 변화와 수정이 자유롭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차피 혼자가 재연이 온다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귀띔도 있었는데, 세팅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태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자유로운 수정,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연극의 3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이라 했던가. 결과적으로 관객의 냉철한 평가가 어차피 혼자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격이 됐다. 이번 초연의 담금질은 재연의 큰 밑거름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뮤지컬 어차피 혼자는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개막 초반에 관람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후반의 변화를 확인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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