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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뮤지컬 '프리다', 고통의 대명사 프리다 칼로의 위로.."인생이여 만세"

  • 입력 2022.03.04 13:57
  • 수정 2022.03.04 15:0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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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멕시코 출신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뮤지컬 프리다로 탄생했다.

프리다 칼로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고통이다. 그는 불과 47년의 삶 동안 몸과 마음에 끔찍한 고통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화가로, 사회주의 혁명가로서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6세에 찾아온 소아마비로 성장 과정에서 다리 길이가 달라 놀림을 받으면서 늘 발목까지 오는 멕시코 전통의상을 고집했다. 이 모습이 대중이 기억하는 프리다 칼로의 대표 이미지다.

18세에는 버스 사고로 온몸이 산산이 부서진다. 사고 잔해가 복부를 관통해 평생 척추를 지지할 외과 교정용 코르셋을 착용하고 살아가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병실 침대에 누운 채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생의 운명의 남자 디에고 리베라는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으나 프리다의 종착지도 결국은 디에고였다. 처참한 고통 속에 수술이 반복됐고 말년에는 결국 썩어들어가는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프리다의 최후를 직감한 디에고는 프리다의 전시회를 연다. 프리다는 침대에 누운 채로 자신의 전시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듬해, 프리다는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같은해 남긴 유작은 맛있게 잘 익었을 법한 수박을 그린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였고, 마지막 일기에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프리다 칼로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되지만, 본인은 부정했다. 자신의 삶 그대로의 현실을 그렸기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프리다 칼로의 작품은 중남미 여성 작가 중 최초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됐을 정도로 당대 최고의 여성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프리다 칼로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담은 뮤지컬 프리다(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작곡, EMK뮤지컬컴퍼니 제작)’가 최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초연의 막을 올렸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쩐지 고통의 대명사 프리다 칼로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쇼 뮤지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부제에도 ‘THE LAST NIGHT SHOW’라는 이름이 붙었다.

‘THE LAST NIGHT SHOW’는 극 중 프리다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출연한 쇼의 이름이다. 여기서 그는 레플레하, 데스티노, 메모리아와 함께 자신의 삶을 펼쳐놓는데, 스윙, 락 등의 장르에 탭댄스가 등장하고 일부 넘버에서는 관객의 흥을 돋우며 호응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특히 코끼리에 비유될 정도로 덩치가 큰 디에고를 대변할 레플레하 역을 남자 배우가 아닌 전수미, 리사가 맡는다. 프리다 칼로라는 전형의 이미지를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다간 어리둥절할 수 있다. 

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추정화 연출은 프리다 칼로에게 세리머니 같은 최고의 쇼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프리다 외 모든 등장인물은 프리다를 지켜준 천사 내지는 수호신이기에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말하자면 뮤지컬 프리다는 판타지란 소리다.

뮤지컬 작품에서 이러한 설정은 흔히 볼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이나 엘리자벳의 죽음 등이 그러하다. 이번 프리다 칼로에서는 디에고를 대변할 레플레하’, 죽음의 유혹 데스티노’, 완벽한 모습의 또 다른 자아 메모리아가 프리다와 함께 ‘THE LAST NIGHT SHOW’를 꾸민다.

추정화 연출은 “‘프리다는 사실적인 뮤지컬이 아니다. 프리다를 제외한 세 명은 프리다를 지킨 천사 같은 사람들이다. 모든 인간에게 수호신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이) 그런 존재다. 프리다의 마지막 날, 프리다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면서 역할을 해주는 구성이라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다 사실적으로 담을 수가 없었다. 3~4명으로 프리다를 어떻게 꾸릴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사실적으로 그리자면 휠체어나 의족 없이는 그녀 말년의 인생을 꾸릴 수 없어서 판타지로, 환상적인 이야기에 프리다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구의 인물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다가 어렸을 때 만났다는, 평행한 우주 속에 있었다는 완벽한 모습의 프리다도 프리다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인지 아니면 실제인지 (모르지만), 프리다는 정말로 프리다를 만났다고 얘기했고, 또 프리다가 사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침대 옆을 돌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고 하는 죽음이라는 존재, 그리고 프리다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디에고, 이렇게 3명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해서 그 세 명의 존재를 수호신 같은 존재로, ‘너 이런 사람도 만났지, 이런 존재도 만났지, 그때 너는 어땠어?’ 이렇게 간다면 프리다의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거대한 세트가 없어도, 작은 극장에서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THE LAST NIGHT SHOW’가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처음 작품의 구상단계에서부터 프리다로 참여하고 있는 김소향은 그렇게 큰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실제로 늘 유쾌하게 풀려고 노력한 인물이었다. 연출님께서 이 극을 유쾌하게 풀고 싶다고, 정말 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고, 그 말씀이 굉장히 머릿속에 박혀서, 지금도 매일 생각하고 있다. 무대 장치로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그것을 깨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치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런 장면이 한국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은 모두 고통 속에 산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힘든 과정에 살고 있는데, 작품을 통해 함께 환희를 느끼고 같이 인생을 축제로 즐기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 관객도 행복한 마음으로 '그래 내 인생이 이렇게 힘들어도 내 인생은 만세야'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프리다를 맡은 최정원은 실존 인물이라 캐릭터 분석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디에고를 자기보다 사랑한 여인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런 인생을 살지라는 연민과 동정으로 시작했는데, 점차 프리다 칼로를 알게 되면서 무대 위에서 그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살아보고 싶은 인생이라고 생각했고, 사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하게 만드는 캐릭터다. 프리다 칼로로 살고 있는 지금의 제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에 맞춰 음악 역시 경쾌하고 강렬한 분위기가 흐른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고통스러운 프리다를 이야기하는데 음악이 신파 같이 흐르는 걸 원치 않았다.”“'프리다'의 넘버의 특색은, 대부분이 길다. 5~10분이 넘는 곡도 있다. 챕터와 테마가 다양해서 한 곡처럼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데에 중점을 뒀고, 강렬한 음악과 음역 폭을 넓게 사용했다.”면서 배우들을 힘들게 해 죄송하다.”는 너스레를 붙였다.

레플레하를 연기하는 전수미와 리사는 프리다에게 구애하는 장면에서 자신만의 특기를 살렸다. 전수미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선보였던 탭댄스 실력을 응용했고, 리사는 공작새의 구애와 같은 화려한 스캣을 넣는다. 조명감독의 수락으로 두 장면의 조명 디자인이 다르게 구성돼 각각의 장면이 가능했다고 한다. 추정화 연출은 이 장면은 배우마다 골라보는 맛이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정희, 정영아는 프리다의 사고 후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려 하는 데스티노 역을 맡는다. 임정희는 데스티노를 이해하는 게 어려웠다. 프리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인지, ‘넌 프리다이고 할 수 있어라고 힘을 주는 역할에 비중을 둬야 할지 고민되고 어려웠다.”결국 데스티노도 프리다의 자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삶을 보면 100번이라도 포기할 것 같은 삶이지만. 삶이 진정 좋은 것만 주지 않겠지만 할 수 있다고 힘을 준다. 관객분들이 같이 공감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영아는 처음부터 이번 공연까지 함께했다. 서울에서 공연을 올리는 게 굉장히 의미 있고 너무 감격스럽다. 캐릭터도 매번 고민이 많고 변화도 있는데 이번에는 확신이 생긴 것 같다. 3개월간 즐기면서 공연할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프리다의 어린 시절과 평행우주 속 또 다른 프리다를 보여줄 메모리아 역은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이 맡는다. 최서연은 프리다는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었지만 강인함으로 유쾌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웃으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 여성이다. 그 내면을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다가 부서지고 힘들 때 벼랑 끝에서 일으키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고, '미스트롯2' 이후 무대로 돌아온 황우림은 “1년 동안 경연에 매진했다. 그동안 카메라 앞에만 섰는데 오늘 첫 공연이 있어 떨리고 설렌다.”“2019년에 '그리스' 이후에 뮤지컬 '프리다'로 처음 찾아뵙게 됐다. 배우들이 굉장한 감동을 줄 거라고 장담하는 뮤지컬이어서 많은 감동을 얻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뮤지컬 프리다EMK뮤지컬컴퍼니의 첫 번째 중소극장 프로젝트로, 오는 5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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