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①] "진짜 신인" 양희준, '스웨그에이지'로 발견한 원석

  • 입력 2019.07.15 11:58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진짜 신인이야?”, “완전 잘해!”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처음 뮤지컬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신인배우 양희준에 관한 관객평이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연출 우진하, 프로듀서 송혜선, 제작 PL엔터테인먼트·럭키제인타이틀, 이하 '스웨그에이지')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역모 사건 이후 백성들의 시조 활동이 금지됐으나 15년 만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게 되고, 이를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비밀시조단 골빈당의 활약을 그린다.

특히 ‘스웨그에이지’는 정형화된 뮤지컬 기법을 거부한 젊은 창작진들의 신선한 상상력에 전통과 현대적 표현이 만난 믹스매치가 백성들의 ‘한’을 ‘흥’으로 승화하며 색다른 감흥을 만들어낸다. 이는 극 전반에 걸친 재기발랄할 설정과 언어유희, 음악, 안무, 의상 등에서 고르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통일감과 완성도가 뛰어나 초연임에도 뮤지컬 관객들 사이 ‘꼭 한번 봐야 할’ 중요 체크 작품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웨그에이지’는 서울예술대학교 학사 작품인 만큼 극작, 음악, 연출, 안무 등 주요 창작진이 모두 서울예대 출신이다. 주인공 ‘단’으로 출연 중인 양희준도 마찬가지다. 김선영, 최민철, 김우형, 홍광호, 윤공주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소속된 PL엔터테인먼트 송혜선 대표가 우연히 좋은 작품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서울예대 안산캠퍼스에서 '스웨그에이지’를 관람한 뒤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져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양희준의 남다른 가능성을 꿰뚫은 송 대표는 그를 곧바로 소속 배우로 영입했다.

‘뮤덕’으로 통하는 뮤지컬 관객들의 눈도 그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배우임은 분명한데 연기와 노래도 잘하고 심지어 몸까지 잘 쓴다며 ‘믿고 보면 된다’, '오랜만에 좋은 신인이 나왔다'고 평하고 있다. 흔한 ‘신인 패싱’이 없다 보니 '스웨그에이지’에는 관객들의 재관람 발길도 속속 늘고 있다.

지난 8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근처 한 카페에서 배우 양희준을 만났다. 기자와 1:1로 대화하는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특유의 어린아이와 같은 흥은 감춰지지 않았다. 전공을 옮겨 두 대학을 다니고 군 복무까지 마친 후에야 데뷔한 탓에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이라는데 말에 딱히 계산이 없고 풋풋하기로는 열아홉도 많다. 여담으로, 그의 인터뷰를 의성어와 액션을 뺀 문장으로 담으려니 심각하게 밋밋해진다.

학창시절에는 대자연 속 힐링을 즐기는 목동이나 폭죽의 불꽃에 반해 과학자가 되길 꿈꿨다는데 알고 보니 목동은 정말로 부지런해야 하고, 과학자는 이과에 수학을 잘해야 해서 포기했단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친구들 앞에서 흡사 뮤지컬 무대에 선 것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것이 지금의 ‘배우’ 양희준의 토대가 되었지만, 양희준은 부모님을 따라 필리핀과 베트남에 4년간 머물며 국제학교에 다녔는데, 진로를 앞두고 현실과 부딪히면서 당장은 그마저도 포기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베트남에서 다녔는데, 거기에서는 친구들이 한국에 있는 대학을 가려고 하고 대부분 경영과나 신방과에 지원하거든요. 당시에는 그게 무난한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저 혼자 예술을 한다는 게 겁도 났고, 저보다 잘생기고 끼 많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그런 걱정과 두려움에 그럼 나도 친구들처럼 무난한 선택을 해야겠다. 그래서 저도 경영과에 갔어요. 그런데 한 학기를 하고 저와 맞지 않는다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껴서, 그때 겁먹고 하지 못했던 걸 다시 해보자 생각하고 바로 군대부터 갔어요. 일단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고, 혹시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 이 꿈에 대한 확신이나 디테일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어쨌든 뭐든 하나는 확실해지겠지. 2년 동안 정말 깊게 고민한 끝에 확신을 갖게 됐고, 제대하고 스물넷에 학교(서울예대)에 들어갔죠.”

전역 후 연기과를 본격 목표로 하면서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했다니 현실적으로 준비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을 터인데, 요즘 같이 연기자 지망생이 넘쳐나는 때에 단번에 합격했다. ‘스웨그에이지’에서도 연기와 노래는 학과에서도 배우니 그렇다 치고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안무까지 그럴 듯하게 소화하고 있어 그 근원이 궁금했는데, 답변은 의외로 ‘그냥 흥’이라고 한다. 송 대표가 전한 말로는 양희준은 평소 흥이 많아 장소가 어디든 음악이 나오면 앉아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더란다.

“학교마다 원하는 연기나 노래가 있거든요. 어쨌든 저도 배워야 뭘 보여줄 수 있으니까 아르바이트로 청원경찰을 해서 학원비를 벌었어요. 그래서 연기학원에 다녔는데 연기를 주로 배웠고, 노래나 춤은 저한테는 별로 도움은 안 됐던 것 같아요(웃음). 그냥 노래는 원래 하는 걸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 밴드부에서 보컬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춤은, 어디서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장르에 상관없이 전문가다 싶은 춤 동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요. ‘우와~’ 하면서 스치듯 본 영상은 수천, 수만 될 거예요. 그렇다고 춤을 따라 해 본 적은 없고, 그냥 평상시에 워낙에 춤을 많이 추고 좋아하다 보니까 음악이 나오면 그 음악에 맞는 분위기의 움직임을 하는 재미? 배워서 한다기보다 음악이 정말 신나서 저도 들썩들썩하는 정도라, 춤이라기보다 그냥 흥이에요(웃음).”

오랜 시간을 돌아 드디어 자신의 꿈을 향해 첫발을 디딘 예술대학에서의 생활은 그것만으로 이미 꿈을 이룬 듯했다. 수업 후에는 선배들과 밤새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의 열정은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심지처럼 남았다.

“연기과에 들어가서, 1학년 때는 뜨거운 심장을 같게 됐죠. 뭔가 대단한 예술가가 된 마냥 하얀색 조명이 있는 곳은 근처에도 가지 않고(웃음), 밤에는 늘 형들이랑 연기에 관해 얘기했어요.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다들 강조하셨던 게, 못해도 일단 열정, 뜨거운 심장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셨고, 졸업은 했지만 지금도 그때 1학년에 막 들어와서 느꼈던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양희준은 졸업 후 2017년 연극 ‘리스크’에 출연했다. 이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다. 이후 우진하 연출의 제의에 2018년 초 ‘스웨그에이지’로 학교 무대로 돌아왔다. 이 계기가 첫 뮤지컬 주연작인 현재 ‘스웨그에이지’로 이어졌는데, 진짜 신인이면서 일명 ‘로딩’이 필요치 않은 것이 어쩌다 보니 햇수로 벌써 2년째 ‘단’을 연기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학교 무대와 연강홀과의 마음가짐은 천양지차다. 이제는 상업극의 주연이라는 롤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새롭고 무겁다.

“학교에서는 무서운 게 없었어요. 제가 무대에서 뭘 하든, 어떤 실수를 하든 다들 ‘아~ 좋았어!’ 칭찬해주시고, 누가 보든 말든 ‘내가 즐거웠으면 됐어! 좋아!’ 그런 생각이었다면(웃음), 지금은 그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너무 커서, 연출 선배랑 늘 얘기했던 것도 이제는 티켓을 사서 오시는 관객분들이 생긴 거니까 무대에서만, 나만 좋다 끝나면 안 된다,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해서 디테일도 물론 중요하고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하되 최대한 이성의 끈을 놓지 말자.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연기해야 관객들이 어떤 메시지, 어떤 생각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고민은 학교에서는 안 해봤던 것들이거든요.”

그렇다면 ‘스웨그에이지’는 어떤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싶을까.

“저희 작품은 우리 정서인 한이나 흥을 담은 메시지가 있고, 공감대가 있어요. 요즘 관객들도 좋아하실 춤과 노래도 있고, 여러 면에서 배우와 관객이 같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에요. K팝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춤이나 화려한 퍼포먼스도 많고, 절제미와 농익은 동작들도 숨어 있어서 그것을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거고, 그런 볼거리 말고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가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왜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당연하게 살아야 하나. 우리도 당당하게 그 외침을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메시지는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라고 보거든요. 퇴근길에서도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스웨그에이지’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으뜸으로 꼽았다.

“딱 하나만 꼽으라면 에너지를 꼽고 싶어요. 슬프면 슬픈 대로 신날 때는 신나는 대로 어느 방향으로든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커서, 그것을 같이 느끼고 즐기신다면 공연을 제대로 다 보신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웨그에이지’ 배우들의 호흡을 자랑해 달라고 하니 의기양양하게 그건 평생 할 수 있다며 표정부터 활짝 피었다.

“배우들 호흡 자랑은 저는 평생 할 수 있습니다(웃음). 일단 자랑하고 싶은 분들이 백성 연기하는 분들이에요. 그분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정말 많아서, 제가 어떤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 되게 수월해요. 그냥 그 에너지를 받아서 하면 돼요. 그들이 슬프면 저도 같이 막 슬프고 울컥울컥하고, 그들이 기쁘고 신나서 춤출 때는 보지 않아도 무대 뒤에서 이미 저도 같이 신나 있어요. 그만큼 무대 위에서 정말 살아 있고, 고민 많이 하고, 같이 즐겨줘서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준이는 확실히 아이돌이다 보니까 저희가 범접할 수 없는 움직임을 합니다. 따라 할 수도 없고, 따라 했다간 어딘가 하나 다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준이의 단은 뭔가 만화에 나오는 반항아 같은 느낌이 있고, 그 반대가 휘종이에요. 휘종이의 단은 되게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인데, 실제 휘종이한테도 그런 모습이 있고, 그 사이가 저예요. 해서 셋이 되게 조화롭게 잘 맞는 것 같고, 진짜 친하고 재밌어요. 그리고 수하는 그냥 믿고 가는 느낌이 있어요. 굉장히 듬직하고, 인터뷰든 무대 위에서든 수하랑 같이 있으면 없던 용기도 나고 힘도 나서 되게 누나 같은 친구예요. 저보다 두 살 어린데 수하한테 제일 많이 혼나고요, 눈치도 제일 많이 받고요, 제가 막 까불고 있으면 조용히 와서 ‘오빠 그런 거 하면 안 돼. 하지마 그런 거’ 그러면 ‘어. 고맙다’ 하죠. 수하 말 잘 듣고 있습니다. 수하 말만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웃음). 그리고 수연이는 수하랑 동갑인데 제 과여서 이 친구도 흥이 많아요. 해서 저랑 같이 사고 치는 친구. 그걸 돌보는 수하? 딱 요런 느낌입니다(폭소).”

※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으로 만난 배우 양희준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