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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을 치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수작! <밀정>

  • 입력 2016.08.25 23:13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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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1923년 경성. 일제 통치의 상징과도 같은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으로 인해 일대 동요가 일어난다.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은 조선 총독부를 비롯한 일제의 거점 시설을 파괴할 2차 거사를 계획한다. 상해에서 폭탄을 대량 제조, 안둥과 신의주를 거쳐 폭탄을 들여오는 과정에 한때 독립운동 진영에 속했으나 변절한 후 일제 고등 경찰인 경부로 일하고 있던 황옥이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인 김시현과 함께 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밝혀지고, 황옥은 의열단의 2차 거사를 저지하기 위해 일제가 심은 ‘밀정’이었다는 설과, 일본 경찰을 가장한 의열단원이었다는 설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실제 정체와 의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 속 의문의 인물로 남았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은 친일파인 일제 경찰과 항일의 최전선에 있었던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원이라는 극과 극의 정체성을 지닌 황옥과 그와 함께 거사를 도모한 김시현, 그리고 폭탄반입사건을 극화해, 일제강점기의 드라마틱한 순간과 사람들을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고, 한 시대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서로의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히가시 조선총독부 경무국 국장(츠루미 신고)은 이정출에게 경계심을 심어주기 위해 일본경찰 하시모토(엄태구)를 상해에 보낸다.
  핵심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한지민)의 얼굴이 알려지고, 의열단의 자금책 조회령(신성록), 행동단원 심상도(고준), 허철주(김동영), 헝가리 폭탄 전문가 루비크(Foster B. Burden)는 일본 경찰들과 모두 같은 열차를 타게 된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한다.
  김지운 감독의 6년 만의 한국 영화 연출작인 <밀정>(The Age of Shadows)은 일제치하 조국이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시대, 한 개인 마저도 정상이 될 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담는다. 살기 위해서 누구나 밀정이 될 수 있고, 살아 남기 위해 밀정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슬아슬한 경계선의 시대를 다룬다.   영화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산하 일본 경찰 이정출, 하시모토, 그리고 의열단 리더 김우진과 의열단원들 사이에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불신의 구름을 잔뜩 드리운다. 경무국에 의열단의 활동들이 속속 노출되고, 의열단원들은 안타까운 희생을 연달아 막지 못한다.
  의열단장 정채산(이병헌)은 새어나가는 정보를 막기 위해 김우진을 시켜 이정출과 단독 만남을 갖고, 이정출에게 의열단원들의 행동을 비호해 달라는 단도직입적인 요청을 건넨다. 이정출은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의열단에게 경무국의 정보를 슬쩍 알려주지만, 의열단의 행동 변경내용 또한 경무국의 하시모토에게 알려지게 된다.
  영화 <밀정>은 경무국을 대변하는 하시모토,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 그리고 중간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이정출의 삼각구도를 중심으로 마치 심리 스릴러를 보는 듯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숨막히는 스파이들의 세계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오랜시간 함께 행동했기에 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와 동료들도 믿을 수 없는 긴장으로 점철된 스파이들의 세계는 영화의 영어 제목 'The Age of Shadows'이 뜻하는 바대로 같은 동포끼리 신의를 저버리고, 적에게 동료를 팔고, 나락으로 빠뜨려야만 하는 시대의 심리적 갈등을 파고든다.
  속내를 감춘 채 서로에게 접근하는 적과 동지를 연기한 배우들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 <밀정>에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개인의 영달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등을 돌렸지만 다시 동포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의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지닌 인물 이정출을 연기한 송강호는 말 그대로 그 인물에 빙의한 듯 하고, 의열단 리더를 맡은 공유는 과목하지만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김우진을 연기한다. 강단있는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 역의 한지민은 작고 가녀린 체구에도 독립을 향한 신념 하나만으로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패기 넘치는 여인을 연기한다.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대신 시대의 아픔을 담은 <밀정>을 신중하게 스크린에 옮기고, 인물들의 갈등상황을 치밀하게 엮어 나간다.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을 묵직하게 담아낸 수작 <밀정>은 9월 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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