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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한 무대에 두 시간 교차한 이유

  • 입력 2024.02.15 06:0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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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남녀의 일과 사랑, 결혼에 관한 솔직한 후담,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색다른 연출의 변화로 15년 만에 돌아왔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두 남녀 제이미와 캐시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 5년 시간을 담은 작품으로, 성스루(Sung-through/일반적인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형식의 2인극이다. 2002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올라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작곡, 작사상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선 2003년 초연됐고, 2008~2009년 재연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지영 연출을 비롯해 최재림, 이충주, 박지연, 민경아가 참석했다.

올 시즌은 배우 박지연, 민경아, 최재림, 이충주가 각각 케시와 제이미를 맡는다.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각자의 일에 차츰 좌절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과 생활에도 균열이 생기게 되는데,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독특하게도 2인의 다른 시간을 한 무대에 그린다. 제이미는 두 사람의 시작부터 이별하기까지를, 캐시는 이별부터 만남의 과정을 역으로 풀어놓는다. 해서 제이미가 과거의 설렘과 사랑을 노래할 때 캐시는 이별 전 제이미의 무관심이 서운함을 노래하는 식이다. 결국은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이 무대에서도 서로 엇갈린 채 이어진다.

이지영 연출은 먼저 독특한 형식에 대해 원래는 솔로곡의 교차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해서 대부분 그렇게 공연되는데, 우리는 이 5년이라는 시간 위에 두 인물을 올려놓고 싶었다. 왜냐면 그 두 사람 다 그 시간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서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방향과 다른 속도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면서 사실 모두가 다 그렇지 않나. 각자 자신만의 속도가 있는데 상대방도 그럴 것으로 착각하기에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그 지점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회전 무대를 통해 두 배우가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하는 모습으로 심리적인 거리와 상황을 좀 더 이미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의상 교체를 위한 한 번의 퇴장 외에 90분간 각자의 감정을 역설하며 무대를 지킨다. 이지영 연출은 곡 하나가 굉장히 길고 고난도다. 배우분들이 쉽게 부르지만 정말 어려운 노래와 연기가 많다. 쉬지 않고 90분 동안 오롯이 무대를 책임져야 해서 되게 어려운 선택인데, 훌륭한 배우분들만 믿고 도전했다. 배우분들도 흔쾌히 해주셔서 되게 즐겁게, 그리고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또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채워주셔서 이런 무대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제이미 역의 최재림은 처음에 둘 다 퇴장 없이 하고 싶다는 연출님의 버전을 듣고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 ‘내가 아는 작품은 이게 아닌데, 한 곡 열심히 부르고 4~5분 쉬다가 나와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시간대에 캐시의 노래를 들으면서 미래가 보일 때가 있고 과거가 보일 때가 있어서, 역할로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되게 신선했고, 그 가사에 반응하는 재미가 생기기 시작하더라. 직접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이미지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고, 어떻게 제이미의 시간으로 캐시의 시간에 자극을 줄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세 번째 참여하는 2인극인데, 배우가 책임지는 분량은 가장 많은 작품인 것 같다. 온전히 배우의 힘으로 무대를 채워야 해서 도전 의식을 느꼈고, 공연 중에도 죽을 것 같다는 부분이 곳곳에 존재한다. 제이미 경우는 첫 번째 곡부터 세 번째 곡까지 이 공연의 80% 정도의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 같다. 움직임도 많고 노래의 템포도 빠르고 변화가 많아서 한두 번에서 두 번 반 정도 사()점을 느끼고 있다.”라며 개인적으로 제일 힘든 건 스물세 살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큰 장벽을 느끼고 있다. 24살에 작품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부터 좋아했고, 지난 15년간 정말 많이 들은 음악이다. 해서 실제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10년 넘은 것 같은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재림은 최근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동시 출연과 코로나19 확진으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는 개막 약 3주 후 합류했다. 애초 리딩부터 음악 연습까지는 같이해놓은 상태였고, 첫 공연 합류 일주일 전부터 무대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최재림은 많은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매 공연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공연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아파서 며칠 팀에 피해를 주게 됐는데, 다행히 빨리 회복해서 조속히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이충주는 만약 퇴장이 있었다면 지금만큼 공연에 깊게 젖어있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엔 나도 많이 당황했다. 물을 많이 마시고 땀도 많은 편이라 가능할까 고민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퇴장이 있는 버전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해서 이번 공연이 감사하고 좋다. 이 버전을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라면서 작품의 음악과 텍스트를 봤을 때 배우로서 모든 걸 던져 부딪혀볼 만한 큰 도전이자 가치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선택에 후회가 없고,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캐시 역의 민경아는 캐시는 역순으로 가서 오히려 행복했고 기뻤던 감정으로 가는 게 정말 좋더라. 해서 제이미가 시간순으로 가는 감정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같은 시간도 공간도 아니지만, 은은하게 계속 흡수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연출님 최고라 생각한다. 재밌게 공연하고 있다.”라며 배우라면 정말 욕심 나는 작품이었고, 내가 했던 중 가장 역대급으로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성스루여서 노래 안에 있는 대사를 하는데, 그 안에 내 감정과 대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 있다. 성스루가 처음이어서 많은 공부가 됐다.”라고 밝혔다.

박지연 역시 서로의 시간에 책임이 있는 연출님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공연 초반에는 회상으로 제이미를 바라보며 더 자극을 받고, 또 점점 식어가는 제이미를 느끼면서 그 반대로 더 탄력을 받아서, 오히려 반대되는 감정들이 부딪힐수록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밌게 공연하고 있다.”라며 너무나 사랑하고 노래 전부터 꿈꿨던 작품이어서 참여하는 데에는 아예 고민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공연이더라. 해서 매일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보컬을 해야 하는 음악이어서 힘들지만 흥미롭고 재밌게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상 두 인물은 시공간이 다르다. 그러나 상대가 노래할 때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반응으로 두 인물이 연결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에 대해 최재림은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는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착각할 만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데, 역할로서는 제이미가 캐시의 말에 반응해서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이미는 나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을 곱씹으면서, 캐시와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희망한 미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엄밀히 두 시간에 교차하는 감정의 타이밍으로 인한 착각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그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관객이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끝으로, 2003년 초연을 보며 자신의 인생 공연이라 생각했다는 이지영 연출은 이번 시즌의 출연을 맡게 돼 영광이라면서 매 순간이 기적 같았고, 이렇게 훌륭한 배우분들이 진심으로 푹 빠져 주시는 걸 보면서 정말 잘했구나, 이렇게 사랑이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개막 한 달이 지났는데 관객분들이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 부분들까지 찾아내 함께 얘기하면서 자신으로 생각이 이르게 되는 걸 보며 정말 뿌듯했다.”라며 이 작품은 사랑의 본직을 추적해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시면 어떤 관객도 도망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오는 4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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