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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SF 판타지 <제로법칙의 비밀>

  • 입력 2014.08.07 00:55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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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1985), <12 몽키즈>(1995) 등에서 차별화된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어 평론과 관객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테리 길리엄 감독이 새로운 영화 <제로법칙의 비밀>(원제: The Zero Theorem)에서 다시 한번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이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시공간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제로법칙의 비밀>은 미래의 어느 날, 똑같은 일상을 보내며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 나선 한 남성의 혼란을 다룬다. 컴퓨터 천재 코언 레스(크리스토프 왈츠)는 연산 시스템 회사인 맨컴(MANCOM)에서 일하며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한다. 어느 날 삶의 의미를 깨우쳐줄 특별한 전화를 받지만 실수로 그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다. 다시 걸려올 특별한 전화만을 기다리며 사는 그에게 출퇴근은 너무 고통스럽기만 하다. 코언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를 대며 재택근무를 신청하지만, 담당 의사(벤 위쇼)의 진단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단박에 거절당한다. 
   그런 와중에 코언은 우연히 맨컴의 회장(맷 데이먼)을 만나 미스터리한 제로법칙 프로젝트를 제안 받는다. 그는 재택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프로젝트를 맡고, 회사에서 파견한 상담전문가 쉬링크-롬(틸다 스윈튼)의 도움을 받으며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간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코언은 극한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한 파티에서 만난 여성 베인슬리(멜라니 티에리)를 만나 점점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녀와 가상현실체험 프로그램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워나가던 중, 현실의 그녀가 나타나 그의 사랑을 요구하자 코언은 큰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제로법칙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코언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영화는 코언이 제로법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철학적이고 심오한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는 코언이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집에서 격리된 채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오히려 외부에 연결된 사람과 외부의 자원에 의지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SNS와 온갖 통신망 속에서 자아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나(I)'라는 주어를 사용해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기고 싶어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에 코언은 자신의 내면에까지 존재가치를 부여해 그는 시종일관 '나(I)'라는 표현이 아닌 '우리(we)'라는 표현으로 자신을 나타낸다.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건 일종의 카오스(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개체수만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수도 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혼돈 속에서 각 개체에게 정확히 알맞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존재)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있기는 한걸까? 어쩌면 한 사람과의 관계유지가 자신이 좋을대로 해석하는 임시방편으로,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혼돈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임시방편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랑마저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무수한 혼돈 속에서 사랑을 거부하기까지 한다. 그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스럽고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베인슬리와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진짜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코언의 모습은 영락없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맨컴 회사가 '인생의 의미를 찾아 드립니다'라고 광고하면서 거창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실제로는 코언의 방식으로 각 개체가 스스로 찾아내야만 하는 인생의 과업이자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영화는 은유적이며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미래 세계를 보여주는 독특한 비주얼과 온갖 은유로 관객들을 잠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제로법칙의 비밀>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로 국내에서는 8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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