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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즉위 1년, 정조를 암살하려던 그 밤. 영화 <역린>

  • 입력 2014.04.23 01:32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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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이란 용의 턱밑에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크게 노한다는 전설에서 나온 말로, 임금의 분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영화 <역린>은 정조 즉위 1년이 되던 해, 1777년 7월 28일 존현각에 자객이 숨어든 ‘정유역변’이 일어난 24시간을 모티브로 펼쳐진다.
  정조 1년,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정조(현빈). 그리고 정조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 상책(정재영)은 그의 곁을 밤낮으로 그림자처럼 지킨다. 정조는 날이 밝아오자 할마마마 정순왕후(한지민)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위해 대왕대비전으로 향하고 왕의 호위를 담당하는 금위영 대장 홍국영(박성웅)과 상책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그러나 노론 최고의 수장인 정순왕후는 넌지시 자신의 야심을 밝히며 정조에게 ‘주상이 다치면 내가 강녕하지 않아요’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다.
  정조의 처소 존현각에는 세답방 나인 월혜(정은채)가 의복을 수거하기 위해 다녀가고,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김성령)이 찾아와 ‘지난 밤 꿈자리가 흉했다’며 아들의 안위를 걱정한다. 한편 궐 밖, 조선 최고의 실력을 지닌 살수(조정석)는 오늘 밤 왕의 목을 따오라는 광백(조재현)의 암살 의뢰를 받게 된다. 그리고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의 24시가 시작된다.
  영화 <역린>의 모티브가 되는 ‘정유역변’은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 28일 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 정조가 서고이자 침전인 존현각에서 평상시처럼 책을 읽고 있었는데 지붕 위에서 정체 모를 소리가 들렸고, 이를 수상히 여긴 정조가 곧 홍국영을 불러 수사해 자객이 지붕 위에 침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을 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자객이 왕의 침전 깊숙이까지 숨어 들었다는 점에서 조선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암살 사건으로 전해진다. '정유역변'은 역적으로 몰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오른 정조가 겪었던 정치적 상황과 암살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암살 위험에 시달렸던 정조는 물론 정순왕후와 혜경궁 홍씨, 홍국영 등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동시에 상책과 살수, 광백, 월혜 등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한 허구적 인물들이 더해져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역린>은 정조 암살을 둘러싸고 서로 격돌하는 인물들의 운명의 24시간이라는 경계 안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격렬한 드라마를 그린다.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로  흥행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웰메이드 작품을 탄생시키는 연출의 귀재 이재규 감옥의 영화 데뷔작 <역린>은 제작이 결정되고, 현빈의 군 제대후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제작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영화 <역린>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 더욱 스타일리쉬하다. 그만큼 빼어난 미장센을 자랑한다. 의상뿐만이 아니라 정조가 항시 머물렀던 존현각, 그리고 궁의 의복을 만들고 관리하는 세답방의 디자인은 그간 사극에서 보기 힘들었던 재해석으로 공간을 그려낸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너무 스타일에 치중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영화의 제목처럼 정조의 일평생 '역린'이었던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통한 죽음은 오히려 영화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오직 노론의 수장이었던 정순왕후의 끊임없는 야욕으로 인한 위험한 암살기도를 다룬다. <역린>은 너무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기에 극의 중심이 다소 흐트러지고, 궁중 암살이라는 스릴러를 표방한 사극임에도 극의 고조와 긴장감이 없어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맡은 배역을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들은 영화에서 각기 빛을 발한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왕,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미래를 꿈꿨던 강인한 인물 정조의 즉위 1년, 1777년 7월 28일 ‘정유역변’ 실화를 모티브로 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다룬 영화 <역린>은 4월 3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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