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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나빌레라', 서울예술단 新 대표작될까..'발레는 거들 뿐'

  • 입력 2019.05.03 12:4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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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서울예술단의 신작, 가무극 ‘나빌레라’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가무극 ‘나빌레라’는 HUN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무대로 옮겼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하지만 일생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게 꿈을 좇는 70세 새내기 발레리노 ‘덕출’과 잦은 부상으로 좌절을 맛보아야 했던 발레 유망주 ‘채록’의 교감을 통해 발레를 향한 꿈과 열정, 더불어 두 사람의 세월을 뛰어넘은 따뜻한 우정을 그린다.

2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가무극 ‘나빌레라’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1, 2막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이어 유희성 이사장, 권호성 예술감독, 서재형 연출, 박해림 작가, 김효은 작곡가, 유회웅 안무가, 이경화 음악감독을 비롯해 ‘덕출’ 역의 진선규, 최정수, ‘채록’ 역의 강상준, 이찬동이 질의응답에 참여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유희성 이사장은 “어제 첫 공연을 올렸는데 제작진부터 스태프들, 배우들, 관객분들까지 좋은 감정을 교류하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해서 이 작품이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연될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어 권호성 예술감독은 “‘나빌레라’는 소시민에, 평범한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 꿈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소재와 달리 감동이 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가무극 ‘나빌레라’는 ‘덕출’이 생활 발레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원작과 결을 달리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발레의 기술과 화려함을 뮤지컬 무대에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것으로 이 작품이 발레를 소재로 하면서도 발레가 작품의 주인공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발레의 볼거리가 빠져 있지도 않다. 둘을 모두 살리면서도 한계를 역이용한, 매우 훌륭한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생활 발레’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덕출’이 찾은 발레 교습소에는 다리가 불편한 중년의 여인이 목발에 의지하면서도 열심히 발레 동작을 선보이는데, 여인은 그것만으로도 한껏 행복하다. 이는 ‘덕출’에게 또 다른 용기가 되어 자신의 발레를 사람들 앞에 선보이는 계기가 된다. 이 교습소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발레는 꿈이자 도전이자 행복이다. 실력은 상관없다. 그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이에 서재형 연출은 “요즘 아이들은 취미로도 발레를 많이 배우는데 윗세대들은 발레를 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생활 발레 안에서 춤을 추는 건, 꼭 전형적인 동작이 아니더라도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몸짓, 발레에서 온 것들, 그것을 발레라고 하는 게 이 작품과 잘 맞을 것 같다. 제가 제일 아끼고 좋아하는 장면 역시 그 장면”이라며 “어렵게 클래식을 접하기보다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사용하고, 즐기는 것이 이 시대와 더 맞는 것 같고, 그것이 원래 발레가 가진 뜻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목발을 사용하는 여인이 발레를 배운다는 설정에 대해서는 “클래식이든 뮤지컬, 연극이든 너무 멀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는데 다행히 박해림 작가가 그 장면을 예쁘게 묘사해줘서 제가 가지고 있던 소신을 거기에 잘 넣을 수 있었고, 예술이든 클래식이든 일상에 잘 스며들어서 모두가 향유하고 공유하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람이기도 하다. 발레라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원작을 각색한 박해림 작가는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이 발레를 시작한다는 것이 굉장히 드라마틱한 요소였고, 기억을 잃어가는데 몸의 뼈와 근육을 바로 세우는 발레를 시작한다는 게 굉장한 메타포(숨은 비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라는 게 기본 동작을 익히는 것만도 너무 어려운 일이고, 땅에서 바로 서는 것과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향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덕출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발레와 인물들의 꿈과 열정, 상황을 잘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무극 ‘나빌레라’는 생활 발레를 중심으로 하지만, ‘발레’라는 단어 자체가 기대하게 하는 테크닉과 화려함을 객원 무용수들의 참여로 완성했다. 발레의 특징적인 안무, 리프트 동작들이 아름답게 펼쳐지면서 볼거리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에 유회웅 안무가는 “꿈이라는 단어, 그리고 발레가 소재여서 행복했다. 발레가 참 어렵지만, 삶 속에 있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면서도 “사실 제 경우는 발레를 전문으로 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그게 너무 힘들었고, 예술단 단원들은 한국 무용이 베이스고 호흡 자체가 달라서 굉장히 재밌는 일들도 많았다. 그런데 워낙 단원분들이 춤을 잘 추셔서 생각보다 수월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덕출’에게서도 생활 발레를 대표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덕출의 경우는 그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발레의 기본 움직임에서 나오는 것들에 굉장히 충실했다. 해서 작품을 보시면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 역시 작품의 메시지에 맞춰 ‘따뜻함’을 강조했다. 웅장하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곡이 대세인 요즘, ‘나빌레라’의 음악은 지극히 서정적이면서 편안하다. 이에 김효은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제가 느낀 건 따뜻함이었다. 해서 그 정서를 해칠까 많이 걱정했는데, 예쁜 장면들에 맞춰서 곡을 쓰다 보니 그렇게 나왔다. 최대한 원작에 충실했고 그 느낌을 살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경화 음악감독은 “발레는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뮤지컬과는 맞지 않아서 조금 더 대중적으로 편곡했다. 밴드 사운드에 스트링을 대입해서 클래식은 스트링으로 표현했고, 드럼이나 기타를 사용해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으로 접목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희성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이 가진 재원, 춤과 노래 등 전반적으로 훌륭한 실력의 단원들, 그리고 서재형 연출님을 비롯해서 굉장히 출중한 제작진이 참여하게 돼서 자신감을 가졌는데, 어제 공연을 본 후에 그런 부분은 정말로 틀리지 않았구나, 정말로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와서 굉장히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며 “이 작품은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정말로 따뜻한 작품이다. 해서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 이 작품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서울예술단과 함께 롱런하면서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 ‘나빌레라’는 오는 5월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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