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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더 캐슬', 아쉬운 짜임새 배우들 열연으로 넘어설까.

  • 입력 2019.04.26 10: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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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인간의 선과 악을 조명한 뮤지컬 ‘더 캐슬’이 개막했다.

더블케이필름씨어터의 신작 뮤지컬 ‘더 캐슬’은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마 하워드 홈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1893년 시카고에서 만국 박람회가 열렸던 때, 하워드 홈즈가 소유한 호텔 ‘캐슬’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에서 틀을 가져와 새로운 인물과 상황을 더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뮤지컬 ‘더 캐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성종완 연출을 비롯해 개인 스케줄로 불참한 김경수를 제외한 전 출연진이 참석해 작품의 하이라이트 시연에 이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뮤지컬 ‘더 캐슬’은 하워드 홈즈의 실제 사건에서 큰 형태만 가져왔다. 호텔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홈즈(벤자민)’가 자신의 혐의를 진술하면서 그의 과거와 사건을 플래시백 기법으로 풀어놓는다.

성종완 연출은 먼저 ‘더 캐슬’에 대해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굉장히 엽기적인 사건이었고 엽기적인 인물이더라. 흥미보다 분노를 많이 느끼게 된 소재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지금 시대에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을까, 왜 홈즈라는 인물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이런 세상에 우린 왜 태어나게 됐을까,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발전하면서 궁금해지더라. 해서 그런 분노들을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때 벤자민 핏첼이었던, 지금은 홈즈가 된 악마가 선과 악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실존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벤자민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재를 삼았을 때부터 몇 가지 미션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것이 이런 심각한 범죄를 미화하진 않을까, 그런 부분을 매 순간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좀 더 원형적인 서사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홈즈는 절대적인 악의 존재로 토니는 그 반대편의 존재로 만들게 됐는데 거기에서 또 발전하면서 과연 악은 정말 악이고 선은 정말 선한 것인가까지 생각이 끝없이 발전하더라. 그런 고민들 속에서 현재 이야기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더 캐슬’은 캐릭터에 반전을 숨겨두었다. 극 중 ‘홈즈’와 ‘토니’는 소위 관념 캐릭터다. 악을 상징하는 ‘홈즈’는 절대적인 유혹으로 ‘캐리’와 ‘벤자민’을 악마로 만들어내고, 선을 상징하는 ‘토니’는 그를 막기 위해 ‘캐리’와 ‘벤자민’ 주변을 맴돌며 경고한다. 이들에게는 인간과 같은 죽음이 없다보니 극 후반에 관객들에게 많은 의문과 궁금증을 남긴다.

호텔 ‘캐슬’의 소유주이자 인간성을 상실한 살인마 ‘하워드 홈즈’ 역에는 김재범, 최재웅, 에녹, 정상윤이 출연한다. 먼저 김재범은 “하워드 홈즈는 실제 있었던 인물이고, 아주 나쁜 사람이다. 해서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캐릭터가 어떻게 하면 나빠보일까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재웅은 “실화에서는 모티브만 따왔고 극에서는 천사와 악마로 표현되고 있는데 저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젠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해봤던 모든 악마같은 사람들은 젠틀했고 친절했다. 해서 거기서 모티브를 따왔고, 작품의 주가 되는 스토리는 캐리와 벤자민이어서 그들이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그들을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슬 앞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하루를 보내는 소년 ‘토니’ 역에는 이용규, 백승렬, 강은일, 조훈이 출연한다. ‘토니’는 캐슬로 들어간 ‘줄리아’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벤자민’과 ‘캐리’에게 캐슬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한다.

먼저 이용규는 “토니는 선의 상징이다. 신과 같은 이에게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선한 마음을 일깨워라’는 미션을 받고 내려온 어떤 존재인데, 내려와서 보니 사람들이 모두 분노하고 절망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미션을 잊고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에 만난 줄리아를 통해서 사람에게는 누구나 선한 마음이 있다는 걸 배우게 되면서 다시 용기내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 해서 토니에게는 줄리아가 가장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백승렬은 “많은 작품에서 신은 인간의 외침에 왜 침묵하는가, 그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저희 작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선하고 바른 답들을 알고는 있지만 악에 쉽게 넘어가고 필요한 것들만 찾게 되는데, 극 중 토니도 벤자민과 캐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하지만 토니의 행색이 초라하고 사람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모습이 있어서 쉽게 흘려 들을 수 있다.”며 “연출님이 추천해주신 것이 영화 ‘곡성’에서 천우희 씨의 역할이었다. 영화에서는 돌을 던지는데 저희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많은 선택지를 준다. 그런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아내 ‘캐리’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꿈꾸었으나 ‘홈즈’를 만난 이후 살인마로 변해가는 ‘벤자민 핏첼’ 역에는 정동화, 김경수, 윤소호가 출연한다. 먼저 윤소호는 “오늘 시연했던 장면의 넘버가 ‘선택’인데 이 장면에서 (벤자민이) 악마가 되었다기보다 악마의 길로 접어드는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것을 감수하고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벤자민의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동화 역시 “벤자민이 움직일 수 있는 동기와 힘은, 모든 것은 캐리를 위해 변해가는 역할로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늘 그에게 부족함을 느끼는 ‘벤자민’의 아내 ‘캐리 커닝’ 역에는 김려원, 강혜인, 김수연이 출연한다. ‘캐리’는 폐쇄적인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게 학대를 받아 그를 살해한 후 자신의 곁을 지켜준 ‘벤자민’과 시카고로 향한다. 이에 김려원은 먼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차 있는 상태, 그리고 교주를 죽이고 도망쳐왔기 때문에 큰 두려움 속에 시카고에 도착하게 된다.”고 설명했고, 이후 ‘캐리’가 ‘홈즈’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강혜인은 “캐리는 협박과 고통 속에 살았던 인물이고, 새로운 꿈을 향해 시카고에 왔는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만약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으면, 어쩌면 내가 진짜 원했던 ‘평범’이라는 작은 행복을 얻을 수 있겠다는 순간의 생각으로 변해가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성종완 연출은 “저는 세상을 좀 더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천사와 신은 정말 선한가, 악마는 꼭 나쁜 건가, 해서 이 작품은 선과 악이 좀 더 공존하는 모순된 요소가 많다. 캐리는 (시카고에 오기 전) 살인을 저질렀지만 악마를 죽였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여러 순간이 과연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철학적인 질문들을 많이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며 “전체적으로, 아수라와 같은 장소에 악 쪽으로 편향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악한 것인가, 그런 것들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뮤지컬 ‘더 캐슬’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배우들의 호연이다. 배우들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연기 향연은 다양한 캐스트 별 관람 욕구를 자극하는데 다만 극 자체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은 못내 아쉽다. 특히 작품의 반전을 담당하고 있는 ‘홈즈’와 ‘토니’를 살펴보자면, 먼저 ‘토니’의 선의 역할은 ‘홈즈’의 그것에 비해서는 매우 소극적인데 뜻밖에도 이 캐릭터를 영화 ‘곡성’의 ‘무명’에게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영화 ‘곡성’에서 ‘무명’은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 ‘무명’은 천사의 신분을 밝히지 않을 뿐, 간음한 여자의 심판에 앞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 장면에서 ‘무명’은 사람들 앞에 돌을 던지는 것으로 자신이 무결한 존재임을 알린다. 또한 ‘무명’은 마을 사람들의 의심 어린 시선에도 악귀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데, 장독에 죽은 까마귀를 숨긴다든가 대문에 해골 문양의 부적을 걸어두는 식이어서 그것이 인간의 선입견에 오히려 악에 가깝다보니 극 후반 선과 악이 뒤바뀐 최고의 트릭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토니’는 몇 차례 경고 외에 호텔에 들어간 ‘줄리아’를 찾는 데에 치중하고 있어 '소극적인 선' 외에 그와 같은 입체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이 작품이 ‘벤자민’의 ‘살인의 기록’이 아닌 ‘살인자의 기억’을 플래시백으로 플어놓은 작품이라면 ‘홈즈’와 ‘토니’는 ‘벤자민’의 선택에 관여한 그의 관념이어야 함이 마땅한데, 특히 ‘토니’는 ‘벤자민’과는 무관한 독립적인 선의 존재에 가까워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에 성종완 연출은 “미국인의 대다수는 천사가 실존한다고 믿는다고 하더라. 하지만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내면의 생각일 수도 있다. 해서 그것을 믿는 분들은 천사와 악마로 가져가시면 될 것 같고, 그것을 인간의 관념이라고 생각하시면 관념으로 가져가면 될 것 같다.”고 첨언했는데, 극 중 ‘토니’가 찾는 ‘줄리아’라는 이름은 실제 사건에서 하워드 홈즈와 불륜을 저지르고 홈즈의 아이를 가졌으며 홈즈가 살해한 여성이라고 알려진다. ‘토니’가 독립적 존재라면 아무리 모티브만 가져왔다 하더라도 하필 이름도 같은 ‘줄리아’를 두고 천사에게 ‘인간의 선함을 일깨워주는 존재’라는 설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반대로 ‘토니’가 ‘벤자민’의 관념이라면 ‘줄리아’는 ‘벤자민’에게 남은 일말의 양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작품 자체에서는 ‘벤자민’과 ‘줄리아’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

또한 ‘홈즈’가 ‘캐리’와 ‘벤자민’에게 건넨 선택은 ‘(자신이) 죽거나 악마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것도 “심부름만 하면 된다”, “시신을 운반해주면 된다”, “어렵지 않다”, “돈과 새로운 신분을 주겠다”는 식의 회유다. 목숨이 달린 위협과 달콤한 유혹, ‘벤자민’이 ‘홈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사실상 그의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 보니 애초 사건의 미화를 우려했다면서도 실제 하워드 홈즈가 살인 공장으로 호텔을 지었을 정도로 시작에서부터 철두철미했던 그의 연쇄 살인이 ‘선과 악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는 이 작품의 모티브로 필요했는지 다시금 의문을 품게 된다.

과연 뮤지컬 ‘더 캐슬’은 배우들의 호연 외에 작품의 메시지로 관객을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더 캐슬'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예스24스테이지 1관(구 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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