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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경림, 데뷔 20주년 '리슨콘서트'에 숨은 새로운 도약

  • 입력 2018.09.27 08:3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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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데뷔 20주년을 맞은 방송인 박경림이 자신의 브랜드 토크콘서트에 또 한 번 변신을 꾀한다.

박경림은 지난 1999년 대학로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면서 국내 최초로 ‘토크’를 공연화한 장본인이다. 지난 2014년부터는 본격 브랜드 네이밍을 건 ‘박경림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2016년까지 세 차례 진행된 ‘박경림 콘서트’는 부제로 ‘여자의 사생활-新바람난 여자들’, ‘여자의 사생활-잘 나가는 여자들’, ‘노(?)맨틱한 여자들’로 붙였을 정도로 여자들을 위한 콘서트를 열었다. 여자들만의 절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속풀이, 뒷담화, 교감 등은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샀다. 공연으로는 이례적인 오전 시간대에 콘서트를 개최했던 것도 역시나 주부들의 활동을 고려한 맞춤식 선택이었다.

그런 박경림의 ‘토크콘서트’는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시리즈형 기획공연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올해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진행할 박경림의 토크콘서트는 ‘리슨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박경림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20’이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췄다. 태어나서 20년쯤 살아본 젊은이, 자기 힘으로 20년쯤 벌어본 능력자, 결혼해서 20년쯤 견뎌본 부부들, 짝없이 20년쯤 버텨본 혼자들 등, 특별한 범위가 없이 다양한 구색의 관객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이는 박경림의 데뷔 20년의 세월에서 오는 경험이 그 모든 이들을 아우르는 힘을 갖게 했다. 고교 시절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캠프에 참여했다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진행을 이어가는 소녀가 눈에 띈 PD에 의해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발탁됐고 이후 연기자, 가수, DJ, 예능인, 전문 MC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도전했다. 2001년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 전성기를 뒤로한 유학에서부터 복귀, 결혼, 출산 등을 거치는 사이 짙은 명암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박경림에게서 변치 않은 것은 특유의 친근함과 센스 넘치는 입담이다. 특히 진행자로서 발군의 재능을 과시하는 만큼 영화 제작보고회와 같은 행사에서 박경림은 진행자 섭외 1순위로 꼽힌다. 박경림이 진행을 맡으면 어떤 경우에도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의 우려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박경림이 말하는 토크가 아닌 듣는 토크를 하겠다고 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것에서부터 좋은 대화가 나올수 있다는 것을 지난 20년의 세월을 통해 새삼 느꼈다는 것. 그렇게 데뷔 20주년에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박경림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보자.

Q. 이미 브랜드화 된 ‘박경림 토크콘서트’와는 또 다른 ‘리슨콘서트’를 기획한 이유가 있을까.

“앞에서 제 공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의 사생활’이나 ‘노맨틱한 여자들’ 때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면서 제가 경험했던 어려움이나 고민거리들,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 이렇게 힘들겠구나’ 그런 전제 하에 저와 관객들이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같이 놀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 해서 3-40대 여성들을 위한 공연을 했다면, 올해는 또 감사하게 데뷔 20년이 되기도 했고, 이제는 좀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들과 어떤 소통을 할까 하다가, 그냥 정말 태어나서 20년 이상을 살아본 분들, 사회 초년생부터 20년을 견딘 분들, 20년 결혼생활을 하신 분들, 그렇게 무언가 20년의 세월을 가지고 있는 삶이 어느 누구에게도 의미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해보자. 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응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이번에는 ‘리슨콘서트’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Q. 지금은 꽤 흔해졌지만, 국내에 토크콘서트를 최초로 선보인 장본인이기도 한데.

“제가 1999년에 처음으로 토크콘서트를 대학로에서 했었는데 토크콘서트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때였어요. 제가 콘서트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가수 공연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니고 누가 말을 하는 콘서트를 돈을 주고 보러가느냐(웃음)’. 근데 저는 너무나 관객들을 만나고 싶은데 예능인이고 방송인인데,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결국 그냥 했어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관객들이 많이 와주셨더라고요. 이후에 제가 유학을 가고 좀 쉬는 사이에 토크콘서트도 많이 나왔고, 그럼 저는 이제 또 뭘 해야 하나, 또 고민하는 거죠(웃음).”

Q. 앞서 언급처럼 박경림의 토크콘서트 이후 김제동, 김미경 등 토크콘서트가 구체화되고 분야별로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박경림의 ‘리슨콘서트’만의 차별화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그분들은 굉장히 전문적이시고, 저는 그냥 누구도 같이 듣고 유쾌할 수 있는 콘서트예요. 무엇보다 위로를 주고 싶고요. 그렇다고 그분들의 콘서트보다 더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도 편견 없이 유쾌하게, 제 방식대로 때로는 가볍게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그냥 다 믿고요. 저는 누구를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은 어떨 것이다’ 그런 생각이 없어요. 그런 속단을 잘 못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10명이 욕한다고 해도 제가 직접 겪어봐서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니까, 저는 제가 본대로 그대로 믿어요. 콘서트도 마찬가지로 오신 분들을 믿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고 같이 웃고 위로하고. 차별화까지는 모르겠지만 제 마음가짐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소속사를 떠나 '위드림컴퍼니'를 설립하고 홀로서기에 나섰는데, 그 또한 20년의 새로운 도전일까.

“처음에는 매니저와 단 둘이 시작했고, 미국을 다녀온 후에 계속 큰 회사에 있었어요. 코엔미디어에서도 6년간 있으면서 서포트를 많이 받았는데, 결국 중요한 건 저더라고요. 회사의 크기가 아니라 제가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활동하느냐가 중요한 거였어요. 해서 정말 처음 마음 그대로, 초심을 가지고 재밌게 준비하고 시작해보자는 게 3월이었고, 2월 말에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데, 정말로 저랑, 대표, 매니저, 영상그래퍼, 이렇게 딱 4명으로 단출해요. 회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진짜 예전에 했던 것처럼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독립했다고 뭐 주변 사람들이나 알지 잘 모르세요(폭소). 어쨌든 우리 마음 맞는 크루들이 모였으니까 거창하게 도전이라기보다 재밌게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Q. 지난 20년간 방송인으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활동 20년의 소회는 어떨까.

“사실 20년 사이에 안주하던 때가 있었는데, 큰일나겠더라고요. 데뷔하자마자 항상 일이 너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안일했던 때가 있었어요.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도 이미 프로그램이 다 차있었고, 돌아왔는데 저는 또 전과 같이 계속 일이 많고 스케줄이 많으면서, 저에 대해 뭘 제대로 생각할 겨를이 없이 무슨 도장 깨기처럼 일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도미노처럼 확 쓸려 내려가더라고요. 한, 두 프로그램을 내리는 게 아니라 순간에 몰아치니까, 사람인지라 스스로 막 합리화를 하면서 ‘다시 앞으로를 준비하라고 그러는 걸거야’ 했는데 그 준비 시간이 되게 오래 걸리더라고요(웃음). 그때는 왜 그럴까 했지만, 지금에 이렇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당연했지 않나. 초등학교 소풍 때 진행을 하면서 처음 진행자의 꿈을 꾸게 됐는데, 그냥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때 그렇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마음을 다시 한번 찾아보자. 2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어찌 보면 20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나 부담감이 크다는 것도 알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30년도, 40년도 올 텐데 20년을 맞이한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요즘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Q.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시간 아닌가. 생각해 보면 미디어 환경이나 방송가 유행의 빠른 변화가 슬럼프의 한 원인이었을까 싶은데, 그를 타계하기 위한 방책으로 예능인에서 전문MC로 방향을 바꾸게 된 걸까.

“저희는 보통 프로그램에서 섭외를 받아야 하는데,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을 뿐 박경림이라는 사람이 변한 건 아닌데 이후에는 섭외가 들어오는 프로그램의 색깔이 변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무엇은 하고 무엇은 안 하겠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고, 아이를 낳고 쉬는 사이에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섭외가 왔어요.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재밌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는데 그게 또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죠. 그리고 20년 동안 저는 토커로서 굉장히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말을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하다보니까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내가 분위기를 이렇게 이끌어야지 했던 게 많았던 것 같은데, 물론 지금도 말을 잘하고 싶어요. 그런데 말을 잘하려면 잘 들어야겠더라고요. 그분에게 정말 필요한 얘기를 하려면 잘 듣는 게 우선이어야 하는데, 그동안에도 나름 잘 들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보다 더 잘 들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저 스스로를 계속 다져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오죽하면 영화계 진행 독과점이란 소리도 나온다, 비법이라도 있을까.

“아유, 독과점까진 아니고요(웃음). 영화를 워낙 좋아하고 개봉작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다 보는데, 한 달에 15편 정도 개봉하고 제가 진행하는 건 한 3편 정도예요. 1/4, 1/5정도 저에게 기회가 오는 건데, 아무래도 제가 소개하는 영화들이 좀 큰 영화들이 많았다보니까 제가 많이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실 텐데, 노하우라기보다 자주 보다보니까 이제는 좀 저를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게 아닌가. 행사 오픈 전에 리허설을 하고 대기실에서 배우분들을 만나면 무슨 명절에 오랜만에 가족 만난 것처럼(웃음)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저는 너무 고맙고 감사하죠.”

Q. 제작보고회 행사를 위해 대본 탐독부터 의상까지 맞춤식으로 준비한다고 하던데, 그런 열의와 성의가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건 뭐 저뿐만 아니라 아마 다들 그러실 거예요. 정말 오랜 시간과 너무나 많은 분들의 노력이 들어가있고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한 결과물을 가지고 처음으로 언론을 초대하는 자리잖아요. 그리고 행사가 시작되면 진행자인 제가 가장 먼저 기자 분들을 만나게 되고요. 해서 그때의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얼굴을 바꿀 수 없으니까(웃음), 의상이라도 영화에 맞춰 입어 보자. 스릴러면 의상도 좀 어둡게 입고 밝은 영화면 밝게 입고요. 영화 ‘택시운전사’ 때는 실제 기사님 옷을 입었어요(웃음). 그건 그냥 저의 마음이에요. 마이크를 잡고 영화를 소개하는 딱 첫 스타트에 아무래도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해서 저를 보시는 것으로 먼저 영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런 마음은 다른 분들도 다 같을 겁니다.”

※ 데뷔 20주년을 맞은 방송인 박경림의 인터뷰, 2편으로 계속됩니다. [사진제공=위드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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