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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다윈영의 악의기원', 故박지리 세계관 무대로..성공할까

  • 입력 2018.09.04 20:2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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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서울예술단이 신작,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기원’으로 새롭게 관객들과 만난다. 서울예술단만의 실험과 모험은 이번 신작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기원'은 故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흥미로운 판타지로 풀어낸다. 작품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최상위 1지구에서 최하위 9지구까지 철저하게 구획된 세계, 거주 지역이 곧 신분이 되는 구조적 차별이 당연한 세계이지만 이 세계를 의심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한 인간과 추악한 진실을 은폐하고 수용함으로써 악의 세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최상위 계층 1지구의 유서 깊은 명문학교 ‘프라임 스쿨’에 재학 중인 16세 소년 다윈이 주인공이다.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들이 청소년기의 성장통에 주목했다면 ‘다윈영의 악의기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무거운 진실을 마주한 그들의 선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 어덜트(Young-Adult)’ 범죄추리소설이라는 원작의 흥미로운 특징과 함께 선과 악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통해 관객들이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생각해보게 한다.

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기원'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 오경택 연출, 이희준 극작, 박천휘 작곡, 사계절 출판사 김태희 편집장을 비롯해 출연진 최우혁, 박은석, 송문선, 강상준이 참석해 일부 ‘친구’, ‘안녕, 루미’, ‘원저노트’ 넘버 시연에 이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편은 제작진의 이야기로 작품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날은 서울예술단의 새 이사장으로 선임된 유희성 이사장이 참석한 만큼 서울예술단의 앞으로의 운영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먼저 유 이사장은 “9월에 새로운 창작가무극을 선보이게 됐다. 서울예술단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개발하고 만나고 있다. 이번에도 그런 맥락으로, 국공립 단체여서 할 수 있는, 그 일환으로 ‘다윈영의 악의기원’이 선정돼 작품을 만들고 있다. ‘바람의 나라’나 ‘꾿빠이 이상’과 못지않은 실험적인 작품, 국공립 단체여서 할 수 있는, 꼭 해야만 하는 그런 작업으로 실험적인 모험을 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창작으로 이런 추리소설을 대극장에서 한 작품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예술단은 과감하게 시도하고 우리 창작진과 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해주시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서울예술단의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제가 취임한 지 2개월이 넘었다. 저는 서울예술단 단원 출신이다. 단원과 감독으로 20년 넘게 서울예술단과 함께했다. 제 친정이고 고향과도 같은 서울예술단에 와서, 단원으로 있었던 인물이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돼서 굉장히 감개무량하다."며 "지금 당장 서울예술단을 바꾸겠다, 변화시키겠다는 것보다 서울예술단의 향후 수십 년의 발전을 위해서 최대한 봉사하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시는 바와 같이 서울예술단은 그동안 총체극, 가무악, 뮤지컬, 무용극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그런 것들을 유지하면서도 창작가무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색깔을 유지하고 국제화된 언어가 함께 스며드는, 그런 작업을 하려고 하고 있다. 해서 앞으로, 창작과 레파토리 작품을 해왔던 것을 계속 유지하면서 지역 공공성, 국제 교류를 위해 지방공연과 국제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예술단은 창단 목표가 남북문화교류를 위해서 태동한 사실이 있다. 해서 남북문화의 동질성뿐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그 다름을 통해서 더 깊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해서 앞으로 서울예술단이라 하면 믿고 보는 가무악극,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변별성이 있는 음악극, 그런 것들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뮤지컬과 창작가무극은 구체적으로 어떤 변별성을 갖고 있을까. 이에 유 이사장은 “저희는 한국의 오래된 신화나 설화, 역사, 현대사, 근대사까지 소재를 찾고, 그것으로 음악극으로 풀어내는데, 그렇다고 해서 음악이 한국적 소리나 악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런 것들이 들어올 수 있고 열려있지만, 글로벌한 뮤지컬 형식의 음악으로 포장이 된다. 그러나 내면의 소스는 한국적인 것에서 가져온다. 해서 ‘프랑켄슈타인’이나 ‘벤허’처럼 해외의 뮤지컬 양식을 가져와 만든 작품들과는 또 다르다. 우리의 역사에서 가져온 인물이나 사실들,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잘 알려진 작품들을 가지고 개발해서 새롭게 무대의 언어로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것. 그런 것들을 저희는 창작가무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인의 정체성과 다양함을 가지고 새롭게 뮤지컬 형식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그런 점에서 뮤지컬이라고 하지 않고 창작가무극이라고 공표하고 있다. 해서 앞으로도 동시대인들, 또 미래의 관객들이 함께 작품을 관람하고 거론할 수 있는 소재와 작품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창작가무극’이라는 이름에서 판소리나 창 등과 같이 국악이나 한국무용 등이 주된 표현방식일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바가 커서, 일반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다소 진입의 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한 우려에 대해 유 이사장은 “보편적인 정서로 봤을 때, 왜 굳이 ‘창작가무극’이라는 말을 쓰지?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저희가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공립 단체에서 만드는 작품인 만큼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원 소스에 대해서는 한국적인 양식과 정서, 소재, 이런 것들을 활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창작가무극이라고 명명한 것인데, 그렇다 보니 판소리가 나올 것 같고 아쟁이 나올 것 같고 이렇게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그 부분을 아예 배제하거나 폄하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이고 앞으로 더 발전돼서 세계적으로 주목할만한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서울예술단은 적극적으로 그런 작품을 개발하고 국민과 더불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 때문에 서울예술단은 그렇게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경택 연출은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기원'의 연출을 맡으면서의 소감으로 “무대에 형상화하기 되게 어려운 작품이다. 추리, 심리, 가족드라마다. 故박지리 작가가 한국 문단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셨는데 저희는 그런 작가님 작품의 정수를 보여드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방대한 원작을 창작가무극으로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정말 원작이 방대하다. 900여 쪽에 달한다. 거기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테마 자체가 부모와 자식이 거의 신과 인간의 관계만큼 비유적인 측면도 있고, 죄와 벌, 선과 악, 법과 정의, 굉장히 묵직한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이것들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다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제가 초점을 잡은 건 저희 카피에도 나오는데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우리는 어른이 된다’는 쪽이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겠고, 영원한 아이는 없다는 것. 언젠가는 다 어른이 되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이 자신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죽여야만 어른이 되는 가혹한 세상이라고 할까. 점점 아이 때의 순수한 가치들, 우정이라든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순수함이 멸종되어가는 현대사회 안에 우리들. 그쪽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흔히 말하는 SF는 아니다. 그러나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다. 작가님 표현에 의하면 ‘어두운 해리포터’와 같다고 하는데, 작품의 전체적인 톤앤매너가 여러 콘텐츠의 색깔들을 교묘하게 많이 품고 있고, 이 작품만의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 그런 것들을 무대, 조명, 의상, 여러 요소를 이용해서 작가가 추구했던 독특한 세계관과 색깔들을 내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희준 극작가는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창작가무극의 대본과 가사를 완성했을까. 이에 이희준 극작가는 “일단 두 시간 반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고 무대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변할 수 있는 속도가 제한적이어서 무대에 맞게 바꾸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작품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또 연극이 아니고 뮤지컬이기 때문에 노래가 들리는 부분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했고, 저에게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루미다. ‘다윈영의 악의기원’이긴 하지만 루미라는 캐릭터에 담고 싶었던 게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가 가진 결이 원작과 조금 다를 것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씩 물리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박천휘 작곡가는 이번 ‘다윈영의 악의기원’의 음악에 대해 “오늘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좀 점잖고 따뜻한 곡들을 들려드렸는데 무대에서 보시면 훨씬 더 강렬하고 웅장하고, 그런 다양한 음악을 준비했다.”고 전하며 “기본적으로 소설에 나온 장면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작품 마지막에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곡이 나오는데, 굉장히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가진 작품이지만 그 마지막 곡에서는 관객들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었고 이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었지만, 저는 이 곡을 쓰면서 故박지리 작가에게 보내는 곡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서 이 곡에 더 애착을 갖게 됐다.”며 “이 작품에서 음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 작품이 여태까지 나왔던 그 어떤 작품에도 없는 것이 분명 있다. 요즘 안티히어로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것을 성장소설로 풀어냈다는 것이 기발한 부분인 것 같았다. 해서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것을 해내고 있다는 것, 또 그것을 다르게 풀었다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저는 그런 면에서 음악을 통해서 이 인물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그것을 스펙트럼을 넓게 해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각각 이야기 속의 장면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까 하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원작의 편집자이자 故박지리 작가와 오랜 시간 함께했던 사계절 출판사의 김태희 편집장은 “서울예술단과 좋은 배우들, 좋은 제작진을 만나서 ‘다윈영의 악의기원’이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돼서 너무 좋고, 작가분도 굉장히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는 소감을전했다.

이어 “故박지리 작가는 1985년생이고, 200년에 8회 사계절 문학상에서 대상 ‘합체’로 등단했다. 그해 따라 수상작이 많았고, 만장일치로 ‘합체’가 대상작이 됐다. 이 작품이 쌍둥이 형제가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소원으로 계룡산에 들어가 무협을 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굉장히 좋았고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그때부터 ‘이 작가 좀 놀랍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뛰어난 필력을 가진 작가였다.”며 “독자들도 좋아하고 작가들도 굉장히 만나보고 싶어 했는데 작가가 밖에 유일하게 모습을 보인 게 두 번의 시상식이었다. 지금 작가가 없긴 한데, 작가가 있었더래도 이 자리에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는 박지리 작가 앞에 故라는 글자가 붙는 게 되게 힘들다. 작가는 그냥 (행사 현장에) 원래부터 없었고 열심히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식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다윈영의 악의기원’은 지난 2016년 故박지리 작가가 사망 이틀 전 탈고한 작품으로 알려진다. 이후 사계절 출판사는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故박지리 작가의 유작으로 발행한 바 있다. 요절한 천재의 생애 마지막 작품 '다윈영의 악의기원'이 창작가무극으로 탄생해 관객들에게 또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 서울예술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창작가무극 ‘다윈영의 악의기원’은 오는 10월 2일부터 10월 7일까지 9회 공연이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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