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박강현, 뮤지컬 '웃는 남자'의 자부심.."만족이 보장된 쇼"

  • 입력 2018.08.05 10:21
  • 기자명 이은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박강현이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의 두 번째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로 최근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 국내 순수 창작뮤지컬이다. EMK가 ‘마타하리’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제작 기간만 5년, 제작비 175억 원이 투입됐다.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다. 애초 해외시장 동시 공략을 목표로 기획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이미 일본에 라이선스 공연을 확정지었다.

상류 계급의 유희를 위해 어린 시절 입이 찢겨 기이한 형상의 웃는 남자가 된 ‘그윈플렌’ 역에 박효신, 수호, 박강현이 캐스팅 돼 월드 프리미어를 이끌고 있다. 그중 연예투데이뉴스는 배우 박강현을 만났다.

박강현은 이번 캐스팅 중 유일하게 정식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그윈플렌’이다. 175억이 투입된 만큼 박효신, 수호의 선택은 제작진에서는 대체 불가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으나 관객의 입장이라면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의미로 박강현의 무대야말로 뮤지컬 ‘웃는 남자’를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박강현은 지난 2015년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해 ‘베어 더 뮤지컬’, ‘인 더 하이츠’, ‘나쁜자석’, ‘이블데드’, ‘칠서’, ‘광화문연가’, ‘킹키부츠’, ‘광화문연가’ 전국투어 등으로 쉼 없이 활동을 이어오면서 3년 만에 빠르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 그사이 지난해에는 JTBC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 팀 결성을 위한 프로젝트 ‘팬텀싱어2’에 출연해 ‘미라클라스(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 팀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림과 동시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그의 연기와 노래에는 일명 ‘쿠세(버릇이나 습관)’나 오버 액팅과 같은 군더더기가 없어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이나 듀엣과 같은 넘버 호흡에서도 별다른 이질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출신인 만큼 배우의 기본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장면, 대사 속 주요 포인트 캐치, 발음, 성량도 제법 훌륭해서 어떤 캐스트보다 깔끔한 ‘그윈플렌’을 만끽할 수 있다.

하여 한편으로, 티켓 오픈과 동시에 팬들만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박효신, 수호의 회차가 아닌 일반 뮤지컬 관객의 접근이 보다 용이한 박강현의 회차가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이 늘어난다면 이번 ‘웃는 남자’의 초연을 두고 성공적이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한 제작진은 기자와의 여담에서 “이번 오디션에 국내 뮤지컬 배우들은 거의 다 온 것 같다. 훨씬 유명한 배우들도,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배우들도 있었지만 그윈플렌으로 대극장을 압도할 카리스마를 보여준 배우로 박강현 씨가 단연 최고였다. 그들에 비해 짧은 경력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고 귀띔한 바도 있다. '그윈플렌' 중에도 유일하게 연기전공 출신 배우인 만큼 박강현은 작품 ‘웃는 남자’를 제대로 보여주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기도 하다.

박강현이라고 그를 모를까. 175억 초대형 작품의 주인공이라는 점에 분명 부담은 있지만 일부러라도 부담을 떨치려 한다고. 그러나 숨은 진짜 속내는 ‘죽기 살기’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가 스스로 부담스러우면 그르칠 것 같아서 그냥 평소같이 하던 대로 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투자가 많이 됐든 적게 됐든, 그건 연기하는 환경이 좋아진 것뿐이지 배우가 연기하는 본질은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부담을 덜 느끼려고 했고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뭐 죽기 살기로 했죠(폭소).”

뮤지컬 ‘웃는 남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으로 한국에서 앞서 10년간 활약한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과 연출을 맡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가 잭 머피의 주옥같은 음악이 ‘웃는 남자’를 이끈다. 또한, 김문정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 등이 합류해 세계 최고 수준의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그들과 함께한 작업은 배우로서도 큰 경험이 되고 있다고.

“일단 프로덕션의 모든 분들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세분화가 잘 돼 있어요. 각자가 모여서 하나의 톱니바퀴가 잘 굴러가듯이, 배우들이 정말로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무대 자체가 배우들이 극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졌어요. 세트며 의상이며 음악이며, 무대에 있으면 집중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너무 잘하고 심지어 아역들까지 너무 잘해요. 그런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을 겸비한 배우들이 정말 많아서 배우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뮤지컬 ‘웃는 남자’, 어떤 이유로 관객들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일단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처음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꼭 보시면 좋겠고(웃음). 고전이긴 하지만 현대에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고요. 옛날이야기라고 이해가 안 가는 게 아니고, 작품을 보면서 원작의 메시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게 분명 있을 거예요. ‘부자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귀족들의 재미를 위해 어린아이들이 팔려가고 가난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이 만연했던, 그럼에도 그들도 자신들만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죠. 지금 시대는 신분이나 계급이 존재하진 않지만, 권력이나 부의 차이로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고, 그런 부분에서 작품을 통해 지금의 사회를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에 동참하다 보면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뮤지컬 ‘웃는 남자’가 공개된 후 세트, 의상, 분장, 볼거리 등의 화려함이 극찬을 받는 반면, 이야기는 충분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인터미션 빼고 실제 러닝타임이 2시간 반 정도인데, 이 시간 안에 여러 인물과 원작의 많은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역부족이지 않나. 그윈플렌의 서사나 데아와의 사랑이 좀 더 보였으면 하는데 이 시간 제약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한 4시간 정도 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관객분들 생각도 해야 하니까(웃음). 어쨌든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드라마가 기본이고 노래가 더해지면서 드라마를 아름다운 음악과 같이 전달하는 건데, 그 음악의 힘이라는 게 같은 장면이어도 더 행복해질 수도 더 슬퍼질 수도 있는, 그 시너지를 더한 게 뮤지컬이어서, ‘웃는 남자’도 인간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그 메시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윈플렌’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특별히 신경 쓰는 장면도 있을까.

“이 그윈플렌이 가진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보자. 거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 인물의 감정을 관객들이 오롯이 느낄 수 있어야 크게는 작품 자체에 공감할 수 있게 되잖아요. 극 중에서 그윈플렌에게 몇 선택들이 있는데, 그 ‘왜’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택해 놨기 때문에 저는 대사로 노래로 진실 되게 잘 전달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신경 쓰는 장면은, 2막에 ‘웃는 남자’를 부르는 신이 있는데, 의원회의에서 비웃음거리가 되고 괴물이 될 때, 으르렁대면서 돌변하는 모습에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이 신이 극이 전환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에서는 그윈플렌이 조시나 부인에게 끌려다니기도 하고 좀 선한 이미지였는데, 이 장면을 통해서 그 지루함을 깨고 싶은, 그런 면도 있었어요. 이건 개인적인 욕심이었기도 하고요.”

뮤지컬 ‘웃는 남자’로 자랑할 수 있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의회 신을 꼽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는 조시나 부인과의 만남 뒤 이어지는 ‘그럴까’를 꼽았다.

“이 작품에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의회 신에 있어요. ‘눈을 떠요’라는 곡에 이 작품의 모든 메시지가 다 들어있거든요. 해서 연기에서도 이 장면을 특히 신경 쓰고 있는 거고, 개인적으로는 조시나 부인과 텐트에 있다 나와서 부르는 ‘그럴까’라는 솔로를 좋아해요. 일단 멜로디가 너무 좋고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 곡을 제일 좋아하고, ‘궁전’이라는 곡은 눈이 안 보이는 데아를 위해서 극단 사람들이 궁전을 설명하고 얘기하는 장면인데, 그 신의 모든 사람이 너무 아름다워서 되게 좋아해요. 굉장히 따뜻한 신이죠.”

박강현의 ‘그윈플렌’으로는 어떤 매력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나약함과 결핍과 순수함을 표현하는 그윈플렌?(폭소). 사실 저는, 저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운 사람이에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렇다고 자신이 없는 건 아닌데 숫기도 너무 없어서 사실 ‘팬텀싱어’도 저한테는 정말 큰 도전이었어요. 첫 무대 열리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 왜 있나, 일단 이거 하나 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거다. 끝이다.’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그런 짜릿함을 은근 즐기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렇게 소심하다는 사람이 무대에서는 펄펄 날 수 있나.

“그냥 변태 아닐까(폭소). 연기하면서 무대라는 공간이 좋았던 게, 이상하게 무대에서 하는 건 또 괜찮아요. ‘이건 왜 안 떨리지?’ 무대라는 게 그냥 장소일 뿐인데, 결국 심리적인 이유라는 거잖아요. 뭔가 무대에서의 짜릿함을 즐기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전달하고 관객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그런 교감이 딱 느껴질 때 짜릿함, 그것도 제 안의 욕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팬텀싱어2’의 출연이 뮤지컬 배우의 행보에 일말의 버프로 작용했을까.

“방송 버프 물론 있죠. 열심히 했던 시기랑 방송과 맞물려서 잘 증폭된 게 아닌가. 그렇다고 방송의 힘이라는 게 막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에 저를 몰랐던 분들이 방송을 통해서 저를 알게 되고 실제로 극장에 와주시는 분들도 생겼고요. 제 인생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겼다기보다 크든 작든 분명 그 전과 달라졌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있던 날, 박강현은 데뷔 1001일을 맞았다고 한다. 그의 팬들이 데뷔 천 일을 축하해주기도 했다고. 데뷔 채 3년도 안 된 신인 배우지만 배우로서의 롤은 초고속 성장 중이다. 연기의 시작이 영화를 향한 꿈이었던 만큼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는 포부다.

“공연도 좋고, 드라마든 영화든 어디 하나에 쏠려있진 않아요. 점점 하면서 그릇을 넓혀야 할 거고, 여러 기회도 올 거고. 거기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를 하려면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어야겠죠. 처음엔 영화를 하려고 연기를 시작했는데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까 시작이 뮤지컬이 된 거예요. 경찰홍보단에 있을 때 뮤지컬을 하는 형들이 많았거든요. 저도 뮤지컬을 하고자 했던 게 있어서 뮤지컬로 데뷔하게 됐어요. 어떤 면에서는 이쪽이 제일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인맥도 하나 없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상태로 오디션을 봤는데, 순전히 오디션을 통해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일단 공연쪽이 오디션이 많고 그런 정보들이 많아서 접근이 쉬웠고, 오디션으로 주,조연 캐스트를 뽑기도 하잖아요. 이쪽은 실력만 있으면 되는구나, 한껏 부풀었다고 할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단순했죠(웃음)."

그렇다면, 이번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배우 박강현이 해야 할 역할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배우 박강현으로서.. 음 이건 또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네요(웃음). 어쨌든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누구보다 잘 전달해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진짜 아주 본질적인, 작품의 메시지요. 그것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캐스팅에 저를 선택해주셨다면, 그건 분명 책임감이 무거운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무대 위에 있는 배우를 보면서 하는 생각들, 거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저를 보면서 누구는 '좋은 배우가 나왔구나', '저 배우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할 수도 있을 거고, 누구는 '박강현도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 그런 자신감도 얻었으면 좋겠고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어떤 공연을 보러오는 분이든, 그렇게 뭐라도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으로 지금도 매회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뮤지컬 '웃는 남자'를 찾을 관객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이 하나는 꼭 장담할 수 있어요. '만족이 보장된 쇼(웃음).' 관객들의 소중한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을 만한 공연을 보여드릴 테니까, 뜨거운 날씨에 시원한 극장으로 찾아 오셔서 진한 메시지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그랬듯이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잘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8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며, 이후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재차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더프로액터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