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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진기주, '이리와 안아줘' 엔딩에 감탄 "작가님 존경이 절로"

  • 입력 2018.08.02 15:1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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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미니시리즈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성공적인 주연 신고식을 치른 배우 진기주가 인터뷰에 나섰다.

‘이리와 안아줘’는 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리며,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진기주는 장기용과 호흡해 애틋한 로맨스를 담아냈다.

애초 신인급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이리와 안아줘’는 수목극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윤희재를 소름 돋는 연기로 풀어낸 허준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 가슴 따뜻한 로맨스로 점차 탄력을 받아 지상파 수목극 1위로 종영했다. 최종회가 5.9%(닐슨코리아 전국)의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그사이 러시아 월드컵 중계가 겹친 탓에 성적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미니시리즈 첫 주연으로 나선 진기주의 활약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진기주로서는 단순한 성적을 뛰어넘는 성과를 챙긴 셈이다.

극 중 진기주는 어려서 윤희재에게 부모를 잃은 상처를 가진 톱배우 한재이(길낙원) 역으로 분했다. 자신 역시 그에게 희생될 뻔한 상황에서 그의 아들 채도진(윤나무)의 용기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렇게 인연이 된 두 사람은 이후 각각 톱배우와 경찰로 성장했고, 윤희재의 폭주 속에서도 사투 끝에 사랑을 지켜냈다. 표면적으로는 원수의 아들과의 사랑이어서 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진기주 역시 그런 한재이의 딜레마가 어려웠다고 한다.

”낙원이에게 가장 큰 딜레마라고 느낀 게, 8부에서 나무에게 ‘그래도 널 다시 만난 게 좋아’라고는 말을 하는데, 이 대사가 어떤 감정일까 생각했어요. 이 친구가 열여섯 살에는 좋아한다는 말을 민망함 없이 예쁘게 잘하던 친구였고 그런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친구인데 끔찍한 사건을 당했고, 스물여덟에 이 말을 뱉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말을 뱉는 순간 부모님도 떠오르고 윤희재에게 희생당한 다른 유가족도 떠올랐을 것 같고, 하필 또 촬영 때 엄마, 아빠와의 사진이 눈앞에 있어서 정말 엄청 울었어요. 그래서 재촬영을 계속 다시 해야 됐고, 그렇다고 그 딜레마를 다 안고 표현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걸 나무가 다 아니까. 이후에 9회에서는 다시 나무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래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차라리 내가 타겟이었을 때는 ‘난 네가 좋아’라고 어떻게든 말할 수 있었는데 나무가 칼에 찔렸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너무 힘든 거예요. 오늘 하루밖에 없어서 열심히 데이트를 즐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놀이동산이란 공간이 이렇게 어두울 수가 있을까, 저도 막 다운돼서 더 열심히 즐길고 했고, 아마 그 마음을 낙원이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상대 배우로 호흡한 장기용과는 서로 동료애를 넘어 전우애 같은 감정이 있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캐스팅에서 최약체라는 평가로 시작한 만큼 둘 다 같은 고민과 부담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장기용 씨나 저나 첫 주연이라, 처음에 만났을 때는 둘 다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티를 안 내고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털어놓게 됐어요. 서로 엄청 죽을 거 같다고(웃음). 그 이후로는 굳이 뭘 얘기를 안 해도 뭐가 고민되고 뭐가 두려운지, 그런 게 그냥 통하는 게 있더라고요. 같은 걸 느끼는 동질감 같은 게 있었고, 나중엔 동질감을 넘어 무슨 전우애같이(폭소), 우리가 지금 한배를 탔고, 이 배를 어떻게든 똑바로 세워서 가야 한다, 그런 느낌이 있었죠.”

그만큼 부담스러운 작품에 어려운 캐릭터를 덥석 맡게 된 이유는 결국 따뜻한 위로를 담은 작품 자체에 있었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든 작품에 들어갈 때는 당연히 부담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4회를 통으로 봤었고 함께하기로 한 이후에 바로 감독님이 호출하셔서 토론 아닌 토론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리고 대본리딩을 계속하다 보니까 작품이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더라고요.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저에게도 나무에게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특히 그런 포인트를 잘 살리고 싶어 하셨어요. 해서 저도 표택(매니저/박수영 분) 선배님과 붙었을 때는 아빠 같이 의지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었던 것도 있고요. 그리고 엔딩이 어떨까, 배우들도 굉장히 궁금했는데 재이와 도진이 어린 낙원이와 나무를 안아주는 모습이, ‘와 작가님 존경합니다’와 함께 이 작품의 제목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구나,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엔딩이었고 너무 멋있었던 것 같고요.”

다만, ‘이리와 안아줘’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가 등장하는 만큼 가장 많이 등장한 도구 망치와 함께 다소 잔인한 상상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일부 등장했는데 대본을 이미 알고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공포를 느꼈을 정도였다고.

“처음에 너무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반응들이 주변에서도 있더라고요(웃음). 연기하면서 저는 위협을 당하는 입장이었고, 공공의 타겟인 역할을 하다 보니까 망치에 당할 위험이 여러 번 있었는데, 처음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시선이 망치로 가게 되는 거예요. 망치로 시선이 가는 순간 뭔가 포기와 함께 몸이 웅크려지더라고요. 사람에게 공포가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그러한 몰입은 오디션 장면에서 PTS(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는 장면에서도 발현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디션을 볼 때까지는 그 신을 이해를 못 하겠더라고요. 해서 PTS로 닥치는 대로 검색을 해봤고, 일단 정보는 알겠는데 실제 그 기분이나 느낌은 모르겠는 거예요. 해서 그냥 대본을 무작정 봤는데, 어느 순간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만 무슨 매직아이처럼 떠오르고, 주변에 대한 공간이나 소음도 순식간에 안 들리는 느낌이 몇 초 동안 있었어요. ‘아, 이런 거겠구나, 이 친구가 대본을 보는 순간 갑자기 12년 전으로 돌아간다는 게 이런 거겠구나. 사람이 순간 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다행히 촬영 전에 발견하게 돼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죠.”

※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를 통해 만난 배우 진기주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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