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스모크'로 만난 황찬성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연극과 일본 무대에서의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국내 첫 뮤지컬이 ‘스모크’인 점은 실로 용감한 도전이다. 보통 쇼뮤지컬과 같은 대형 작품이라면 화려한 볼거리나 많은 출연진, 앙상블 등으로 그나마 기대갈 곳이라도 있을 터이건만, 오로지 세 명의 배우가 쫀쫀한 김장감을 형성해야 하는 심리 스릴러 작품이 첫 필모그래피를 장식했다는 점은 그 선택만큼은 높이살만하다. 단순히 추정화 연출과의 연이은 인연 때문도 아니라고 한다.

“추정화 연출님과 막연하게 인연 때문은 아니고요, 저는 대본을 읽었을 때 재밌으면 되게 하고 싶어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대로 생각 안 했구나(웃음)’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데 저는, 나중에 제가 ‘아, 그거 할 걸’ 그런 후회가 싫어요. 그래서 대본을 읽으면서 상상이 되고 가슴이 뜨거워지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고요. 사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재보고 안 하겠다고 했어요. ‘욕먹겠지?(웃음)’라는 생각을, 공연 하면서도 아니고 준비를 하면서 했어요. ‘아, 내가 정말 이상 시인처럼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겠구나(웃음)’ 생각도 해봤고, 제가 뮤지컬 작품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사실 초짜여서 선배님들 하시는 것도 많이 보고, 연습실에 최대한 많이 나가려고 노력을 했던 이유도, 많이 배우려고 다가간 부분이 컸어요.”

이렇듯 밀도가 센 작품을 거치면, 그를 준비하는 연습에서부터 직접 무대에 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을 이룬다. 그를 염두에 둔 출연이기도 할까.

“그런 건 확실히 있어요. 사실 드라마나 영화 연기에서 얻을 수 없는, 이렇게 통째로 흘러가는 인물의 감정선을 연기하기가, 다른 데서는 연기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작품에 끌린 부분이 없지 않아 작용을 했어요. 연기에 대해서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무대가 아니고서는 이렇게 긴 호흡을 잡고 ‘한방에 쏟아낸다’는 경험이 매체에서는 힘든 거니까. 그래서인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게 있긴 있죠.”

그렇게, 선배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크게 배우고 있을까.

“동선을 어떻게 쓰느냐, 대사를 저렇게 칠 수도 있구나.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저렇게 설명을 해도 되네, 저렇게 해도 충분이 느껴지는 구나. 물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해야 되지만, 선배님들이 하시는 걸 보면 거기서 배우는 게 되게 많아요. 그래서 좋은 공부가 되고 있죠.”

함께 연기하고 있는 선배들의 연기, 어떤 매력이 있을까.

“연습하면서 연출님이 홍 누나들에 대해서 말씀하신 게 있는데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정연 누나는 집안에 큰 누나 스타일로 초와 해를 감싸 안으면서 다그치는 느낌이 있고, 유주혜 누나는 집안에 막내 동생인데 오빠들을 감싸 안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고. 또 김소향 누나는 여자 친구인데 옆에서 서포트해주면서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위로해주고 바로잡아주는 그런 부분이 강한 매력이 있어요. 해서 웬만하면 모니터도 다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라도 받고 싶었고, 그러다보니까 실제로 런을 돌거나 공연을 했을 때도 어색하지 않게 잘 흘러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 형들은 진짜 무서워요. 처음부터 막 혼내는 형님도 계시고 살살 달랬다가 갑자기 확 돌변하는 형님도 계시고요.”

그중 제일 무서운 형님이 누구냐는 추가 질문이 나가자 황찬성은 곤란한 듯 너털웃음을 짓더니 “임병근 형님은 아니시고.. 김재범 형님은 아직 같이 못 해봤고.. 음.. 포인트는 다 다른데, 그래도 제일 무서운 분은 김종구 형님이(웃음). 끝까지 이름을 아꼈으나, 실제 아니고 캐릭터입니다.(폭소).”

‘2PM’은 현재 택연이 군복무 중이어서 완전체 활동이 불가능한 시기다. 하여 이 틈을 타 무대로 진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황찬성은 이미 2017년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출연하면서부터 무대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그 이전에는 워낙 ‘2PM’ 활동이 워낙 바빴던 탓에 최소 한 달 이상은 작품 연습에 매진해야 하는 연극이나 뮤지컬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2PM’이라는 우선적인 팀 활동이 있기에 가급적 그와 겹치지 않는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저는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도 너무나 사랑하고, 연기도 너무나 좋아해요. 그래서 무대를 한 번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되게 예전부터 했어요. 대본도 몇 번 들어왔었는데,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부담스러웠어요. 그 이유가, 사실 저에게는 제 작년까지 개인적으로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없었어요. 항상 뭔가를 준비하고, 오버랩으로 다른 활동을 대비해야 됐기 때문에, 만약 그때 했다면, 어쨌든 다른 문화콘텐츠에 도전을 하는 건데 그럴 때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하면 안하느니만 못하고, 제가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연극을 할 때도 한 달은 열심히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도 일본에서 ‘인터뷰’나 이번 ‘스모크’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에, 관객들의 평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후회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어요. 그리고 ‘2PM’은 혼자가 아니고 여섯 명이 같이 하는 팀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을 잡을 때는 최대한 팀 스케줄이 없을 때 하는 것으로 하고 있죠.”

멤버들 중에는 닉쿤의 깜짝 방문이 있었다고 한다.

“닉쿤 형이 정말 서프라이즈로 왔어요. 저한테 연락도 없이 왔더라고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 형이 이해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웃음), ‘형, 형한테는 선택지가 둘 중 하나야. 정말 재밌거나 정말 재미없거나, 선택지는 두 가지야’ 그랬는데, 형이 이해는 또 굉장히 빠른 편이어서, 언어는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이 캐릭터가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저런 정도의 고통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 흐름은 잘 따라오면서 본 것 같더라고요. ‘잘 봤고, 재밌었고, 네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연극, 뮤지컬계에는 ‘퇴근길’이라는 문화가 존재한다. 배우가 공연을 마치면 짧게나마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날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사실 ‘퇴근길’이라는 것이 계약사항이거나 의무는 아니다. 다만 관객들에게 보다 가깝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인 것만은 분명해서 많은 배우들이 공연을 마치면 ‘퇴근길’을 진행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2PM’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황찬성의 경우 이를 진행할 수 있을까 싶은데, 황찬성 역시 최대한 안전을 고려한 상황에서 진행하고 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퇴근길’이란 걸 몰랐다가 공연하기 전에 이런 게 있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얘길 듣고 나서 보니까 다들 하고 계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근데 처음엔 감이 안 와서, (다들 하는 것처럼) 팬 분들하고 인사도 하고 감사합니다, 얘기도 하고 퇴근길 끝~ 하고 끝냈는데, 아무래도 통행에 지장이 있기도 하고 장소를 따로 잡아야 되나 했는데 회사에서는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가뜩이나 주말 대학로에 사람이 많은데 너무 몰려 있으니까 혹시 사고라도 날까봐 무서워서 가까이 가질 못하겠더라고요. 혹시 넘어지거나 밟히면 안 되니까.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최대한 혼란을 막아보자. 여러 구상 끝에 제가 움직이는 동선을 최대한 짧게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이제 그나마 혼잡함은 좀 없어지더라고요.”

공연 중 체력관리 방식은 수면시간 확보와 식사시간 조절이라고 한다. 연극, 뮤지컬 무대는 변경이 불가능한 시간과의 약속이니 만큼 이 두 가지는 배우들에게 필수요소다.

“저는 공연 전날에는 최대한 빨리 자려고 노력하고요, 그 어떠한 짓도 하지 않아요. 그냥 씻고 빨리 자자. 최소 7-8시간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요. 공연 전에는 5시간 전에 식사를 하고 목을 풀기 시작하는데, 런 돌 때부터 두 시간 전까지 뭘 먹으면 자꾸 체하더라고요. 얹히고 배에 가스가 차고, 자꾸 스트레스를 받아서 절대 5시간 안에는 뭘 먹지 않아요. 그래서 공연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11시인데 굉장히 배가 고파서 다음 날 스케줄이 없으면 뭐라도 시켜 먹어요(웃음).”

국내 관객들에게 뮤지컬 배우로는 이제 첫 걸음을 뗀 그다. 뮤지컬 배우로는 앞으로 또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작품이든 제가 나왔을 때, 그 작품에서 제가 해야 될 역할, 기능이 있을 거잖아요. 제가 제 능력이 돼서 그 작품 안에 기능 그 이상을 보여줘서 그 작품이 더 좋아진다면 저는 더 좋겠죠.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아직은 그렇게 뛰어난 배우는 아닌 것 같아서, 사실상 그 역할의 기능만이라도 딱 정확하게 해서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끔. 그게 참 좋을 것 같아요. ‘스모크’라면 그래도 지금 제 기능은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건 제 생각이고, 관객 분들이 ‘그게 아니야!’ 하면 아닌 거죠(웃음). 그걸 우길 수는 없으니까요.”

황찬성은 tvN 새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 다시 드라마에 컴백한다. 하여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6월 15일에 마지막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아직도 매회 공연마다 발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요. 나름 피드백을 살피고 모니터를 하고 있어요. 이제 제 공연은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 공연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많이 노력할 테니까, 많이 보러 와주시고, 좋은 작품 보고 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