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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황찬성, '스모크'로 첫 뮤지컬..'아이돌 패씽' 없는 이유

  • 입력 2018.05.31 11:4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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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그룹 ‘2PM’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황찬성이 이번엔 뮤지컬 ‘스모크’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뮤지컬 배우로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황찬성은 현재 뮤지컬 ‘스모크’에서 바다를 그리는 소년 ‘해’ 역할로 출연 중이다. 뮤지컬 ‘스모크’는 천재시인 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시를 쓰는 자 ‘초’, ‘바다를 그리는 소년 ’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 ’홍‘으로 하여금, 암울했던 시기 시인 이상이 겪었을 고통의 단면을 치열한 심리 스릴러로 풀어낸다.

황찬성은 국내 무대는 처음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알타보이즈’, ‘인터뷰’를 통해 두 차례 뮤지컬 배우로 활약한 바 있다. 두 작품과 인연이 된 추정화 연출과 이번 뮤지컬 ‘스모크’ 역시 함께하고 있다. 황찬성은 앞서 프레스콜에서 “대본을 받고 그 자리에서 3번을 읽었다. 이해는 안 되지만 동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연습을 하면서 이상 시인처럼 나도 신랄한 질타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는데, 공연 중 기립박수를 받은 소감을 묻자 민망하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 수록 작품과 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17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황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황찬성은 이미 드라마, 영화 등에서 주,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2년 드라마 데뷔작 '7급 공무원'을 필두로 '욱씨남정기', '수상한 파트너', '7일의 왕비' 등을 통해 존재감을 뽐냈고 영화 '덕수리 5형제'에서는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까, 배우들의 연기력과 밀도를 극도로 요하는 뮤지컬 ‘스모크’에서 황찬성은 일명 ‘아이돌 패씽(아이돌 출연자 회차는 선택하지 않는)’을 겪지 않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황찬성의 뮤지컬 데뷔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황찬성은 ‘풀 프레임 원샷’이라 할 수 있는 무대에서의 연기가 아무래도 신경 쓸 것이 많더라고 한다.

“드라마나 화면에 부각돼야 되는 감정이나 행동, 그런 것들을 자세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컷을 나눠서 보여주는데 무대에서는 그런 게 없다보니까 신경 써야 될 부분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촬영 각도에 따라서 드라마는 앵글이 들어오니까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잘 보여줘야 하는 게 있다면, 무대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고 표연하고 싶은 무언가에서 제약 없이 펼쳐낼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드라마에서는 클로즈업으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을 무대에서는 조금 더 신체적으로, 액션으로 보여줄 수 있게 만든 다거나, 그런 부분이 좀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돌 가수인 만큼 몸을 활용해서 표현한다는 부분에서는 나름 용이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표현하는 자체가 달라 절대 쉽지 않다고 한다.

“드라마도 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아요(웃음). 몸을 활용해서 표현한다는 게 불편하진 않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를 생각해보면 그것 또한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몸을 쓰던 것과는 다른 루트로 쓰기 때문에 초반에 좀 어색한 것도 있었고요.”

현재 ‘해’ 역에는 ‘믿고 보는 배우’ 박한근과 ‘핫 라이징’ 강은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이번 재연까지 함께하고 있는 '스모크 장인' 윤호소까지 쿼드 캐스트가 분하고 있다. 그중 황찬성의 ‘해’는 ‘바다를 꿈꾸는 소년’에 보다 충실하다. 그의 현재 나이와 외모에서 주는 아우라가 분명 이러한 기능에 한 몫을 보태고 있을 것인데, 캐릭터의 설정이 그러한 만큼 스스로도 이를 충분히 의식했다고 한다.

“저는 ‘황찬성의 해는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이 참, 되게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어쨌든, ‘바다를 꿈꾸는 소년’이라는 점을 의도한 건 있어요. 그렇게 잘 보여졌다면 저는 다행이죠. 사실 제가 연습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그냥 14살의 누군가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버림을 받았고, 다른 가정에서 자라면서 노력에 노력을 했던 그런 아이. 그런 아이가 심지어 김해경의 14살이라면, 그 천재성이 가득한 아이가 어떻게 노력을 해서, 사실상 자기의 인생 ‘홍’을 버리고 나서, 그리고 거울 안에 있던 자신의 모습이지만 타자라고 생각했던 ‘초’를 꺼내서 거울로 들어갔고 기억을 읽었고. 그렇다면 기억을 잃고 나서 그 아이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다면 기억은 없더라도 당시 가지고 있던 지성, 순수함, 무언가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감성적인 부분은 남아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이 부분을 제 나름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렇다면, ‘해’라는 캐릭터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이 작품 자체가 김해경, 이상 시인을 추정화 연출님이 해석한 부분으로 작품이 나온 거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이 분이 가졌던 당시의 고통. 시를 쓰든 글을 쓰든, 연기를 하든, 노래를 하든, 가수든, 예술가는 본인의 무언가를 다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관심을 못 받은 것이 아니라 부정당했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건 굉장한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건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일정 부분은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있었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뮤지컬 ‘스모크’는 지난 시즌에 비해 엔딩으로 가는 길목이 보다 유연해졌다. 급작스러운 해피엔딩은 벗어났지만 여전히 작품 속에는 작은 모순들이 존재해서 그를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로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먼저 자신을 이해시킨다고 한다. 또한 황찬성은 시인 이상을 소재로 하는 만큼 그 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이상에 대해 나름의 공부를 하게 됐다고.

“사실 이 작품 이전에 시인 이상에 대해서는 그런 분이 계셨다(웃음). 그 정도만 알았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연출님의 얘기를 많이 들었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연습했고요. 사실 표현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럴 때 저는 어떻게든, 보여지진 않지만 제 안에서 다른 걸 대입시키든 뭐든, ‘이럴 거야’라고, 제 안에서 나를 먼저 이해시키고 넘어가요. 뭐라도 갖고 있어야(웃음) 제가 움직이고 대사를 하고 감정을 담는 거니까. 이게 안 되면 좀 답답하고 많이 힘들어져요.”

극중 인물은 ‘해’를 제외한 ‘초’, ‘홍’은 ‘해’의 관념적 존재다. 하여 그 둘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의 스릴러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 극의 절정을 이룬다. 그러나 정작 그 두 존재가 풀어지는 과정에 모순이 들어있어 그들을 모두 품고 가야할 ‘해’를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해’를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말씀처럼 그들이 정확한 인물이 아니잖아요. 어떠한 존재. 예를 들어 초는 내 안에 거울의 방에 있는, 나이지만 내가 아닌 타자. 그래서 내가 느낀 것을 다 느끼고 있을 거고,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그래서 죽이고 싶으면서도 나에게 있었으면 하겠죠. 그리고 홍은 나의 기억. 그게 좋았든 뭐든, 내가 살아가는 의지로 기댈 수 있는 무언가. 그런데 이 두 존재가 정확히 무엇을 담당한다고 정해져버리는 순간, 일어날 수 있는 모순들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더라고요. 해가 숨어버리기 전까진 이 세 존재가 함께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을 나 혼자 짊어지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고, 초도 거울에서 꺼내지자마자 그 책임을 통감하게 되면서 대략 13년의 시간을 자기가 대신하고 있었고. 홍도 해가 버렸다고 하지만 김해경이라는 사람 안에서는 없어지지 않은. 그리고 해가 겪었던 아픔의 이유들을 초는 여전히 계속 느끼고 있었던 거고. 해서 저는 제 안에서 그 둘의 설정을 명확하게 나누진 않았어요. 홍의 성향, 또는 일부분의 필요한 것들을 초도 가지고 있었거나 혹은 초도 홍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고. 어쨌든 이 둘의 관계는 서로 알고 있었고 상호작용하는 관계였다. 그런 식으로 이해는 했어요. 그렇게 연기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무엇으로 꼽을 수 있을까.

“저는, 해가 ‘절망’을 부르고, 자기 스스로 책상에 올라가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할 때가 제일 힘들어요. 그리고 런이나 모니터를 하면서 볼 때도 너무 힘들어요. 해가 이 둘한테 고맙든 미안하든 거울을 다 깨버리고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로 김해경으로 돌아왔을 때예요. 그때 남아있는 건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 최악의 상황, 개선된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남은 건 글을 계속 쓰는 거. 초가 ‘그 바다는 어떤 색깔로 나를 기다릴까, 푸르름? 칠흑 같은 어둠?’이라고 얘길 했을 때 제 마음은 ‘그래 푸르름일 거야!’라고 하고 싶지만, 그 순간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어둠이라고 얘기를 하면서 써요. ‘어쩔 수 없어, 이제 나는 할 일이 없어, 이거 말고는 갈 길이 없어’ 그걸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희망차게 날개를 부르는 부분이 되게 힘든데도 좋은, 되게 이상한 지점이더라고요. 그리고 초와 홍이 ‘싸움’ 부를 때가 좋고요.”

그렇다면, 회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더 감정이입이 된다거나 연기가 더 잘 풀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까.

“음.. 첫 공연이나 리허설 때보다는 이 공간 자체가 좀 더 익숙해졌다? 그리고 제가 감정이 깊게 느껴지는 부분이 할 때마다 달라져요. 언제는 ‘절망’ 넘버를 부를 때, 언제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언제는 ‘내 인생’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 매번 달라지더라고요. 언제는 홍이 ‘맞아, 죽음이고 아픔이고 하지만 난 너의 삶이고 네가 살아가는 희망이야’라는 대사에서 갑자기 너무 많이 올 때가 있어요. 때마다 좀 다른, 변덕쟁이예요(웃음).”

작품을 준비하면서나 공연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느냐고 묻자 오버추어(막을 올리기 전에 연주하는 악곡)가 나올 때부터 힘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습할 때도 그렇고 공연을 올라가기 전에도 그렇고, 오버추어가 나올 때부터 힘들어요(웃음). 피아노 소리 딱 나올 때부터 한숨을 계속 쉬어요. 다리가 막 간지럽고. 내가 또 이 작품을 마주해야 되는 구나, 그런 부담감과 긴장감이 많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는 동안 특히 김소향과 박한근의 도움이 컸다고 전하기도 했다.

“소향 누나랑 한근 형님이 되게 많이 도와주셨는데, 장면 연습만 하다가 첫 런을 도는데 감이 너무 안와서 일단 다 쏟아봐야겠다.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대로 다 쏟자’고 하니까 ‘연기처럼’ 리프라이즈부터 목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탁 막혀가지도 못 부르는 거예요. ‘아, 이러면 사고가 나는 구나. 이러면 안 되는 구나’ 하다가, 소향 누나랑 한근 형님이 ‘너 그러면 안 된다. 소리를 어디로 쳐야 된다, 해봐라’ 그렇게 가르쳐주시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차츰차츰 보완해나가면서 고쳐나갔고, 그 안에서 조금씩 디테일을 잡아갔죠.”

※ 뮤지컬 '스모크'로 만난 배우 황찬성의 이야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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