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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재호 Say, #대군 #전교1등 #반수 #멘탈 #상실의시대 #기부

  • 입력 2018.05.20 07:5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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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 종영으로 만난 배우 재호의 인터뷰 1편에 이어, 이번엔 배우 재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보다 자세히 묶어본다.

재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출신이다. 이제 졸업만 남았는데 졸업 조건인 자격증을 따야 해서 당분간 차기작을 고심하며 다시 공부를 하게 된다고. 그에 앞서 재호는 대학입학 후 ‘반수(한 학기 수강 후 휴학)’로 재수와 삼수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공부가 전부였던 학창시절,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점수가 좋지 않았던 터라 재수를 결심했었다고 한다.

“정말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 받으면서 살았어요. 인생에 큰 굴곡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중학교 때는 전교 1,2등 했는데 외고를 갔더니 조금만 소홀히 해도 등수가 폭락하더라고요. 고교 3년 동안 고1때 첫 모의고사 성적이 전교 35등이었나, 그게 가장 좋은 성적이었어요(웃음). 다들 정말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더라고요. 저도 원하는 대학에 가야한다는 게 인생 전부였을 때였고요. 그런데 막상 수능점수가 평소보다 안 나와서 한 학기 마치고 재수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남은 기간 동안 공부하면 이보다는 잘 나올 줄 알고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결과는 재수에 삼수까지 가게 됐죠(웃음). 공부가 시간만 붙잡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가뜩이나 재수, 삼수 동안 어느새 저는 집에서 밥만 축내는 가족구성원이 돼있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학교에 복학하게 됐죠.”

그렇게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재호는 문득 연기에 눈을 돌리게 된다. 고등학교에서 연극부 생활을 했던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부모님의 반대가 따랐지만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연기에 꿈을 키웠다고 한다.

“복학은 했는데 내가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삼수까지 하고 그냥 복학하게 되니까 부모님께도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 연예기획사에서 명함을 받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고등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있을 때 막연하게 ‘재밌다’ 생각했던 걸 문득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21살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갑자기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까 처음엔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고 이왕 방송 일을 하려면 아나운서 같이 뭔가 반듯한 이미지의 일을 하길 원하셨고요. 해서 그동안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까지 갔으니 이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학교는 끝까지 마치겠다고 말씀드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니게 됐죠.”

고등학교 연극 동아리에서는 기수의 회장도 했었다고 한다. 연극이라는 활동에 이미 꽤 열성적이었는가 보다. 특히 무대에서의 긴장과 전율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

“고등학교 때 선배들이 했던 작품을 가져와서 우리끼리 결말만 말도 안 되게 반전을 넣었던 작품을 했는데(웃음), 그 때 무대에 올라가기 딱 직전에 천막 뒤에 있는 순간이 너무 떨리고 긴장되고, 무대에 나갔을 때 암전에서 조명이 저에게 확 들어오는데 앞이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저는 온몸에 전율이 오더라고요. 정말 뭘 했는지도 모르게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거예요(웃음). 학업을 병행하느냐고 힘들었지만 2개월 동안 친구들과 같이 고생했던 모습들이 정말 파노라마처럼 확확 지나가면서, 그 느낌이 엄청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뜻밖에 재호의 집안에 연기자가 있다고 한다. 이모가 MBC 공채 16기 탤런트 출신이라고. 배우 황신혜와 동기였던 이모는 지금은 우스갯소리지만 큰 키가 여자 연기자로는 활동에 방해요소였다고 한다. 이모의 연예활동의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본 가족들의 우려는 어쩌면 당연했던가 보다. 그럼에도 이모는 재호에게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이모가 황신혜 선배님하고 공채 동기신데, 어머니가 의상학과라서 엄마가 이모의 스타일리스트를 하시고 할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셨대요. 근데 이모가 키가 커서 대부분 어디에 앉아 있는 연기만 하셨다고, 제대로 연기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제가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이모가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결코 쉽지 않은 길인데 그럼에도 할 수 있겠느냐고도 말씀도 해주셨어요. 저는 해보겠다고 했죠. 이후에 제가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을 하고, 부모님도 조금씩 응원해주시면서 지금은 열렬한 응원군이 되셨어요. 특히 ‘대군’ 이후에 아파트 단지 내에 팬 분도 많이 생겼어요. 엄마가 하도 자랑을 많이 하셔서(폭소). 무엇보다, '왕사'로 공중파 방송에 나왔을 때, 21살 때부터의 꿈이 진짜로 눈에 보이니까 저도 진짜 여러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정말 됐구나 싶으면서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렇게 직업으로 연기자로의 길을 가고 있는 지금, 무엇이 가장 좋을까.

“음.. 뭔가 극복해간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대군’을 예로 들면, 전 작품에서보다 롤이 커지면서 처음 연기해보는 상황들이 많이 나왔는데, 후반에 루시개(손지현 분)가 죽을 때 지문에 ‘오열하는 기특’ 이렇게 쓰여 있으면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집중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의 성취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하고 싶었던 것들을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부족했던 것들을 얻어가는 희열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사실 연기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부담도 되고 두렵기도 한데 그런 것들이 극복되는 희열이 커서, 그래서 더욱 현장에 있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재호는 요즘 추세로는 다소 늦었다 할 수 있는 25살, 2016년에 데뷔했다. 재수와 삼수를 하는 동안 2년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군 입대가 남은 만큼 재호에게 지금의 시간은 천금과 같을 것이다. 그러한 부담 때문일까 때때로 쉬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고.

“사실 저는 쉬는 게 더 힘들고, 뭔가 불안해요. 아직 군대를 안 다녀온 때문도 있을 수 있고, 쉴 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머리로는 계속 연기해야 되는데, 감 잃으면 안 되는데, 다시 전으로 돌아가면 안 되는데, 그런 불안함이 있어서 쉬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현장에 있는 게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편안해요. 작품 마치고 한 달 쉰다고 별로 재미도 없고 일하는 중에 어쩌다 하루 쉰다하면 너무 좋고(웃음), 이제 시작이기도 해서 일하는 게 더 좋더라고요.”

그럼에도 세상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재호는 재수, 삼수 시절을 꼽았다. 큰 굴곡 없는 인생에 가장 큰 실패와 좌절을 맛본 순간. 그것이 오히려 인생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모순일 수 있는데, 재수, 삼수를 했던 시간이 제일 후회되면서도 제일 잘했던 것 같아요. 2년 정도의 시간이었으니 차라리 그때 군대를 다녀왔으면 앞으로 활동하기에도 훨씬 좋았을 텐데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낸 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참 아깝다는 생각도 하지만 당시 저에겐 절박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허락해주셨는데, 갈수록 성적이 오히려 떨어지더라고요. 정말 그때가 가장 좌절했던 시기였어요. 고등학교도 좋은 학교에 갔고 대학도 내가 원하는 대학에 맞춰서 갈 줄 알았는데, 원했던 것을 다 얻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처음 실패를 해보니까 저 자신한테 절망도 많이 하면서 왜 실패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저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됐어요. 절박하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그만큼 절박하지 못했던 거죠. 만약 그때 실패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냥저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지 않았을까? 자만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20대가 되자마자 큰 실패를 겪은 게 오히려 제 인생에서는 교훈이었구나 생각하게 됐죠.”

그렇다면, 2018년의 재호를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

“저를 흔드는 것.. 차기작에 대한 고민? 과연 다음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이제 두 번째 작품이고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이번이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해요. 언제 어떤 작품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조금 힘들어도 그때가 내가 진짜 원하던 거였는데 좀 더 채찍질할 걸, 그런 아쉬움을 만들지 않으려고요. 제 꿈은 이순재 선생님처럼 평생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늘 있어요. 어느 정도 입지가 생기고 연기를 잘한다는 배우가 되면 이런 고민이 사라질까? 이런 질문을 저의 인생 멘토 윤시윤 형에게 물었는데(웃음), 형도 똑같다고, 이순재 선생님도 배우로 똑같은 고민을 하시더라고 하더라고요. 해서 이런 불안함은 배우의 숙명인가보다. 그냥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생각합니다.”

그러한 고민과 불안을 털어놓으면서도 스스로 강한 멘탈의 소유자라 괜찮다며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저는 멘탈은 강합니다(웃음). 원래 강했다기보다 강해졌다는 게 맞을 거예요.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학업과 온갖 아르바이트를 같이 했어요. 그때 작게 이런저런 광고를 찍으면서 난생 처음 쌍시옷 욕도 엄청 들어보고(웃음), 그러면서 조금씩 강해지더라고요. 내가 못해서 욕을 먹는 건데 누굴 탓하겠어요. 제가 못하면 그 분들은 일에 차질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해도 되고 마음도 좀 편해지더라고요. 이후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남 탓 안하고 그냥 제 탓이려니 해요. ‘내가 잘하면 되는 거다’ 그런 정도의 멘탈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불안함은 여전히 있지만 전에는 서른 안에 뭔가 결과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조급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연기를 더 갈고 닦아야 되지 않나 생각하고, 그런 부부에서는 요즘은 좀 내려놓은 것 같아요.”

활동이 없는 평소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지낼까.

“평소에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해요. 책을 읽는 게 연기생활이나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책을 보려고 하고,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동안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꼽기도 했다. 작품의 우울함이 오히려 자신의 우울함을 위로해주더라는 것.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재밌게 봤는데, 2014년쯤 한창 힘든 시기였어요. 그때 아는 형이 추천해줬는데, 작품이 굉장히 우울한데 그게 오히려 저의 우울함에 위로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힘들 때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의 상황에 반사적인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 사람은 나보다도 저렇게 힘든데 내가 힘들어할 게 아니지, 그런 경우요.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이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는데, 힘들었던 당시에 읽어서 팬이 된 건지, 작가와의 성향이 잘 맞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저도 누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상실의 시대’를 추천하게 됐어요.”

대화를 나누면서도 훈훈한 외모가 단연 눈에 띄는데, 학창시절 인기도 많았을 것 같다는 말에 재호는 손사래까지 치며 절대 아니었다고 하더라. 지금의 외모는 순수하게 어머님이 낳아주신 그대로라고 한다.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인상이 진한 분들, 원빈, 장동건, 고수 선배님 같은 분들이 진짜 미남이었고 인기가 많았어요. 지금도 그건 물론이지만, 저는 쌍꺼풀도 없고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어서 그냥 주변에 흔한 애?(웃음), 딱 그런 정도였고요. 그런데 요즘은 외모보다 그 사람의 개성이나 매력, 연기력, 그런 것들로 폭이 넓어진 것 같고, 저는 진짜 다행히 세대를 좋게 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제가 배우가 되겠다는 확신에 더 크게 작용한 것도 있고요. 그리고 확실히 화면으로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더라고요. ‘왕사’ 때 79kg으로 촬영했다가 ‘대군’ 때는 71kg으로 촬영했는데, 처음에 ‘왕사’ 갔을 때 남자배우들이 다들 엄청 말라서 ‘왜 그러지?’ 했다가 방송을 보고 ‘아, 살을 빼야 되는 구나(웃음)’. 원래는 마른 게 콤플렉스였는데 일부러 살을 찌웠다가 정말 아차 했어요. ‘대군’에서도 시윤 형이 유배를 가는 설정 때문에 전보다도 살을 더 뺐는데, 식단관리부터 굉장히 신경을 쓰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배우는 저렇게 해야 되는 구나. 나도 쫓아가야겠다.’ 많이 배웠죠.”

인생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기부’를 꼽아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저는 기부를 하고 싶어요. 어쨌든 저도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고, 공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를 하는 분들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셔서 어려움 없이 공부했지만 하고 싶은데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기부라는 게 꼭 큰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더 열심히 일해서 지금보다는 조금 넉넉해지면 꼭 기부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금전적인 지원만 기부가 아니잖아요. 요즘은 재능기부 같은 방법도 많고, 뭔가 저의 능력으로 도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은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재호는 배우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로 이번 인터뷰를 마쳤다.

“우선 지금의 목표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재호라는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분들이 저를 알아보실 때 실망하지 않도록,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배우로서 제 역할을 다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요. 열심히 오디션 보면서 다음 작품 열심히 찾고, 좋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고 싶습니다. 항상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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