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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이윤택, "성폭행은 없었다"..법적 책임 가능할까

  • 입력 2018.02.19 13:2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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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이윤택 감독이 자신의 성추행 관련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로부터 시작된 이윤택 연출가와 관련한 ‘MeToo’ 사례가 수 일째 또 다른 피해자들이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이윤택이 과거 두 차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는가 하면 한 피해자의 경우 그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생겼고 낙태까지 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피해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윤택의 성추행 수법은 연습이 끝나고 밤 시각, 여성 단원을 불러 안마를 받았으며 팔, 다리는 물론 하의를 벗고 성기 주변을 주무르도록 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실제 성기를 직접 마사지 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한 회식 후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이러한 추행이 있었는데 심지어 입으로 하라는 주문까지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부 여성 단원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낙태를 한 사례까지 밝혀졌다. 더욱이 이윤택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연극계 선후배들이나 언론 관계자들에게 무마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극계 거장으로 통하는 연출가 이윤택의 이러한 추잡한 성추문은 실로 대중들을 경악케 했다.

15일에는 극단 연희단거리패(대표 김소희)는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이윤택이 연희단거리패, 밀양연극촌, 30스튜디오의 예술감독직에서 모두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17일, 18일에는 한국극작가협회와 서울연극협회가 이윤택 연출에게 제명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이윤택은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일단은 사과였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며 당시 이를 알고 있는 일부 단원들의 항의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스스로를 단속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폭행 주장에 대해서는 행위는 있었지만 강제는 없었다며 지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표현해 또 한 번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이윤택 감독은 먼저 "그동안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정말 부끄럽고 참담하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린다. 저는 단원들이 이 문제에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분들께 사죄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 발표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는 “인정할 수 없다. 성폭행은 안 했다. 만일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 (피해자들이 당시의 관계에)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행위 자체는 맞지만 정도는 인정하지 않는다. 강제는 아니었다.”며 정기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여성 등장까지 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여기서 밝히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두 피해자의 경우, 한 피해자는 후유증으로 임신불가판정을 받았으며 한 피해자는 극단에 몸담고 있을 때 두 차례 낙태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이윤택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말씀드렸듯 일방적인, 물리적인 성폭행이 아니었다.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는 했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폭력이 없었다는 것은 상호간에 믿고 존중하는 최소한의 그런 관계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재차 물음이 이어지자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하는 게 (맞지 않다.) 법적절차가 필요하고 그쪽과 제가 치밀하게 만나서 사실과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과를 따라서 응당 처벌을 받겠다. 회피하지 않겠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에 따라서 모든 것이 심판 받아야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폭행을 하지 않았다는데 왜 사과를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지금 저의 사과는 어떤 한 특정인데 대한 사과를 뛰어넘어서 모두에 대한 사과, 연극계에 대한 사과, 관객에 대한 사과가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성폭행에 관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SNS에 올라온 글들이나 논의 되는 기사 중에서 사실인 부분도 있고, 제가 판단할 때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 이 문제를 과연 여기서 왈가왈부하거나 진위를 다툴 수 있겠나. 해서 이 문제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고, 그 사실 관계가 밝혀질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사죄하겠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답변이 이어지가 취재진에서는 "Yes or NO"로 확실하게 대답해 달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윤택은 성폭행과 관련해서는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만 거듭 밝혔다. 그러자 이날 두어 차례 한 여성의 외침이 있었다. “결창에 자수하라, 사과는 당사자에게 하라!”라고 말했고 이윤택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가능하다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겠다. 저에게 문제 제기한 분들이 있고,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피해자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어떨 때는 이게 나쁜 건 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제 더러운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일어난 일일 수 있다. 정말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과연 그가 말한 관습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해석해야 할지 조차 의문스럽다.

항의와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극단 내 조직적인 은폐나 동조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입장발표가 있을 것인데 제 잘못이고 제 탓이다. 연희단거리패 출신의 밖에 계신 분들이나 안에 계신 분들이나 누차 저에게 항의하고 문제제기하고, 저는 거기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러면서 또 번번이 제 자신을 단속하지 못하고 이런 악순환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여기에 대해서 응당 그 어떤 벌도 받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냐, 안마는 김소희 대표가 직접 데리고 갔다는 증언도 있더라는 물음에는 “아니다. 안마는 제가 시켰다. 그리고 그 안마에 대해서는 지금 제 잘못을 통감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남자든 여자든 같이 다..(했다).”라며 잠시 말문을 잇지 못하더니 “제가, 제가 시킨 거다. 제 탓이고 제 잘못이다.”라며 “그 시절에는 김소희 씨는 대표가 아니었다. 제가 대표였고, 김소희 씨는 한참 밑에 단원이었다. 그리고 그때 김소희 씨는 주로 서울에 있어서 밀양에 있지도 않았다. 김소희 대표는 아예,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발성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옷 안에 손을 넣어 배우의 몸을 만졌다는 사례에 대해서는 “발성을 가르치는 과정 중에서 자칫 가슴이나 척추의 터치가 생긴다. 그럴 경우에 아주 부절적한 신체접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주 잘못된 것이다. 당시의 배우가 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을 지금에야 알았다. 만일에 그런 생각이 있다면 제가 사죄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사과 등의 어떠한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냐는 물음이 이어지자 “그게 제 불찰이고 솔직히 그 불찰 때문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전부 다는 아닐 것이다. 많은 단원들은 그 사실 자체와 거리가 있는 입장이었고 일부 단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저에게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제가 제 자신을 단속하지 못한 것이다.”라며 그를 인정했다.

이후 연희단거리패와 이윤택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행간에는 이윤택을 제외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터였다. 이에 대해 이윤택은 “힘들 것 같다. 저는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밀양연극촌도 밀양의 연극 축제도 다 사라질 것 같다. 밀양시에서 빨리 저와 연희단거리패를 배제한 상태에서 연극촌 운영자와 축제 운영자를 빨리 소집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고 끝으로 이윤택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이윤택의 말을 종합해보면 안마와 같은 행위는 당시의 시절에는 남, 여 배우를 가리지 않았다는 말에서 그저 나이 많은 연출가의 피로를 풀어주는 차원에서 단원들이 안마를 해준 정도로 치부하는 듯하지만, 일부 단원들의 항의와 문제제기를 받았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모순이 존재한다. 발성을 가르쳐준다며 배우의 온 몸을 만졌다는 부분에서도 본인은 그것을 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에야 당사자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사과를 전한다고 했다. 또한 성폭행과 관련해서는 상호 믿음과 최소한의 신뢰가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피해자도 같은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실상 사건이 벌어진 당시 ‘을’의 입장의 피해자들이 이를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거나 극단에 남아서 이후 활동을 함께했다는 점이 어쩌면 그의 자기합리화에 더욱 견고한 성을 만들어주었을지 모른다. 범죄의 확장성은 마사지에서 멈추지 않았고 성관계에까지 이르렀지만 그 조차도 그는 폭력은 없었다는 말로 피해자들과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 공소시효다. 이윤택은 법적 절차에 응당 따르겠다고 했지만 성폭행을 주장한 사례의 경우 2000년 초반이어서 3년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 그가 말한 법적인 외에 "여러 방법"이라는 것은 더욱이 모호하다. 그러나 앞서 서지현 검사의 사례와 관련해 검찰 측은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많은 대중이 역시 이윤택 사건의 중대함을 들어 그에게 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피해 사례들을 모두 살펴볼 수 있는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 사태는 결국 민심의 크기가 공소시효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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