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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미저리', 꾼들만 모였다..화려한 원작 넘을까

  • 입력 2018.02.14 11:2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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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미저리’가 연극 관객들과 만난다. 드라마 베테랑 연출가 황인뢰 감독과 관록의 배우 김상중, 김승우가 연극 '미저리'로 조우해 단연 주목을 사고 있다. 중-대극장에 속하는 연강홀 작품임에도 그 흔한 아이돌 마케팅도 없다. 오로지 꾼들이 모인 연극 '미저리'는 관객들에게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스티븐 킹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미저리’는 인기소설 ‘미저리’의 작가 폴을 동경하는 팬 애니의 광기 어린 집착을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다. 이 작품이 우리 대중에게 익숙한 것은 1990년에 제작된 영화 ‘미저리’다. 여성 캐릭터가 스릴러 장르의 전면에 나선 작품이어서 국내에서는 보다 큰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영화 속 애니를 연기한 케시 베이츠의 소름 돋는 연기는 이후 개그 코너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을 정도였고 이 영향은 국내에서도 영화 ‘올가미’와 같은 영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이 초연되었고, 당시 헐리웃 최고의 액션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연극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 연극 ‘미저리’는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궁’, ‘심야식당’ 등을 연출한 베테랑 황인뢰 감독이 첫 연극 연출에 나서 주목을 모았다. 또한 연극 ‘미저리’는 김상중, 김승우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단연 화제가 됐다. 이들은 모두 과거 황인뢰 감독과 드라마를 함께한 바 있다. 특히 김상중은 18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고, 김승우는 이번 ‘미저리’가 연극 데뷔 무대다. 두 배우는 무엇보다 황인뢰 감독과의 인연이 이번 ‘미저리’ 출연의 가장 큰 계기가 되었음을 밝혔다. 거기에 뮤지컬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배우 이건명이 더불어 의기투합해 작가 폴의 황금 라인업을 완성했다.

또한 ‘미저리’의 스릴러를 완성할 애니 역에는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가 분하고, 보안관 버스터 역은 고인배가 맡는다. 이들 역시 믿고 보는 배우들인 만큼 날 것 그대로의 연극무대에서 최적의 호흡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소설과 영화와는 또 다른, 무대에서 만나는 ‘미저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연극 ‘미저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황인뢰 연출을 비롯해 김상중, 김승우, 이건명,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고인배가 참석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이후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이 직접 전한 이야기를 통해 연극 ‘미저리’를 들여다보자. 

먼저 황인뢰 연출은 “영화가 크게 성공했고 특히 극중 여배우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도움도 됐지만 실제로 방해도 되더라.”는 솔직한 심정을 전하며 “세 팀과 함께하면서 굉장히 행복했다. 관객 분들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1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김상중은 이번 '미저리'의 출연 계기를 묻는 질문에 “제가 이 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어쩌다 하게 됐다.”라고 운을 떼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처음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해 초였다. 브로드웨이 작폼들 들여오게 됐는데 브루스 윌리스가 연극을 해서 호평을 받았다며 하겠느냐고 해서, 농담 반으로 번역이 나오면 얘기하자고 했었다. 이후에 번역이 나왔다고 해서 봤는데, 물론 영화를 봤었지만 (번역본을 봤을 때) 영화와는 또 다른 묘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연출이 황인뢰 감독님이라고 해서, 황인뢰 감독님은 그야말로 영상의 서정미를 그 어떤 감독보다 잘 만드신 분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이 연극을 연출하신다면 굉장히 섬세하고 재밌는 작품이 되겠구나 생각해서 출연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상중은 작품 ‘미저리’와 폴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전해 역시나 베테랑 배우다운 면모를 뽐냈다. “이 작품의 폴은 결국 스티븐 킹의 자화상이다. 스티븐 킹은 흥행 작가였지만 사실은 비평가들로부터는 많은 혹평을 받았던 작가였기 때문에, 늘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늘 고민하는 그런 작가의 자화상을 ‘미저리’라는 걸 통해서 보여주는데, 폴이 자기 자신이고 애니가 비평가 또는 혹평을 해주는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 안에 넣었던 거다. 그래서 스티븐 킹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많이 생각했었고, 그 사람의 삶이 이랬다면 나는 어떻게 만들어봐야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극 ‘미저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다른 색을 가진 세 명의 폴’을 꼽았다. “이 연극의 가장 큰 묘미는, 같은 역할이어도 김승우 씨, 이건명 씨, 다들 다르다. 이건명 씨는 뮤지컬을 많이 해서 성량이라든가 경험, 그를 바탕으로 정극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힘이 있고 김승우 씨는 연극 무대가 처음이다. 한 20년 넘게 연기했지만 정말 신인의 자세로, 준비도 제일 열심히 했다. 신인상을 노려보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김승우 씨가 가지고 있는 편안함과 (연극을) 처음 하는 폴에 대한 긴장감과, 그런 것들이 또 다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저 역시 저만이 가지고 있는 김상중 식의 폴, 그런 것들이 있어서 정말로 색깔이 다른 ‘미저리’가 표현이 되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김승우는 첫 연극 도전인 만큼 출연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20여 년 동안 연기하면서 들통나지 않았는데 괜히 무대에 올라갔다가 다 들통날까봐 그동안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감독님께 제안을 받았을 때, 감독님이 제 드라마 데뷔작을 연출해주신 분이기 때문에 전화를 끊은 순간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심지어 시놉도 마음에 들고 브로드웨이에서도 좋은 공연으로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고, 해서 제가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연습하는 과정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더라. 정말 다행인 건 저도 제 주변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힘듦이 재미가 있게 됐다. ‘이래서 연극을 하는 구나, 같은 연기가 아니구나.’ 하루하루 신나게 연습했다. 그리고 이미 두 번 공연을 해서 여유가 좀 생겼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또한 김승우는 “목표는 당연히 동아연극상 신인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연극이 끝날 쯤 이런 평을 받고 싶다. ‘김승우가 왜 무대에 왔을까’라는 시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시선이 후에는 ‘김승우가 무대하고도 꽤 어울리는 구나.’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남은 공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동아연극상 파이팅”이라고 전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미저리’는 원작소설, 영화 ‘미저리’, 케시 베이츠, 브루스 윌리스, 김상중, 김승우 등 외적인 화제가 보다 크게 주목되고 있는데, 무대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섭렵한 배우로서 배우 이건명이 생각하는 연극 ‘미저리’의 매력은 무엇으로 꼽을 수 있을까.

이에 이건명은 “영화 ‘미저리’와 소설 ‘미저리’ 만을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하시더라. ‘너무 무섭지 않느냐’, ‘보기에 너무 힘들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오시는데 감독님께서 그걸 정말 적절하게 잘 풀어주신 것 같다.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스릴러물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간다면 관객 여러분들도 굉장히 힘들어하실 거고, 영화는 팝콘도 먹고 집에서는 잠시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 연극은 그런 걸 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 안에, 요소요소들에 한 숨 돌리고 갈 수 있을 만한, 잠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만한 코드들을 잘 숨겨놓으셔서 아마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영화나 소설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끼실 것 같다.”며 “요즘 방송도 무대도 남성 일색의, 남성이 끌고 가는 작품들의 일색인데 저희 ‘미저리’는 아시다시피, 흔치 않게 여성 배우분들께서 굉장히 강한 에너지로 이 극을 시종일관 끌고 나가신다. 그것만으로도, 여성이 끌고 가는 극이라는 것만으로도 아마 많은 분들이 ‘아, 이런 재미도 있구나’라고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며 연극으로 보여줄 ‘미저리’의 또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광기 어린 집착으로 스릴러의 완성을 보여줄 애니 역에 출연하게 된 배우들에게는 아무래도 영화 속 주인공 케시 베이츠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연극 ‘미저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먼저 길해연은 “모든 배우가 같은 고민을 한 거 같다. 감독님이 문자를 보내주셨는데 ‘애니는 정말 외로움의 끝에 선 사람이다.’ 처음 시작이 그렇게 시작됐던 것 같다. 이 여자가 하는 모든 행태가, 영화가 스릴러 쪽으로 좀 더 가있다면 연극에서는 폴을 향한 집착, 사랑, 너무 외롭기 때문에 파생되는 것들. 해서 저희 애니가 모두 공유하고 있었던 건 '외로움의 끝에 서서'부터 시작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 속에서 애니와 폴의 관계나 위치, 관계성이 바뀌어간다. 또 페어로 보자면 이건명-고수희 씨 페어는 신혼부부 같은 느낌이 있고, 김승우-이지하 씨는 15년은 산 사람? 상중 씨와 저는 죽기 살기로 이제 끝나는(웃음), 그런 느낌이다. 영화가 클로즈업이나 그런 걸로 위기감을 조성했다면 저희는 이 관계 속에서, 외로움에서부터 시작된 한 여자의 결핍에서 비롯된 집착으로 시작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지하는 “자신이 항상 꿈꾸던 존재, 대상을 실체로 만난 기간에 한 인간이 어떻게 변화되고 서로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고, 또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잠식해서 달라지는지, 그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해서 사랑에서 광기로 변해가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고수희는 “저는 아시겠지만 케시 베이츠와 싱크로율 30000%이기 때문에, 저는 부담이 굉장히 컸다.”며 “관객들이 제 공연을 보러올 때는 다들 케시 베이츠를 상상하고 올 것이다, 라는 부담감이 굉장히 컸고. 그렇다면 ‘케시 베이츠를 능가하는 한국의 고시 베이츠가 돼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영화도 몇 번을 다시 보면서 케시 베이츠가 가진 장점들을 좀 따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소설도 다시 읽으면서 제가 느끼는 ‘미저리’에 대한 감정들을 영화와는 다르게 표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감독님께서 고수희의 사랑스러움을 많이 표현해달라고, 고수희가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을 표현해달라고 하셔서 과연 나에게 어떤 사랑스러움이 있을까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해서 두 선배님이 표현하시는 애니보다는 조금 더 많이 부담감을 가지고 시작을 한 것 같다는 마음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위로받지 못하면 나무 슬플 것만 같다.”고 말하기도.

끝으로 황인뢰 연출은 “브로드웨이 ‘미저리’는 저도 보진 못했지만 아마 그랬을 거라고 짐작이 되는데, 연극 ‘미저리’는 원작의 서스펜스 스릴러의 기저는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의 방법을 잘 모르는 한 여성이 갖는 서툰 사랑, 그런 사랑에 대한 애틋함, 그런 것들을 살려보려고 애를 많이 썼다. 멜로적인 요소도 염두에 두고 보시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작품의 성원을 당부했다.

한편, 연극 ‘미저리’는 오는 4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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