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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행부터 이윤택까지..공연계 'MeToo'..이제야 말한다

  • 입력 2018.02.14 20:47
  • 기자명 박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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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박재준 기자] 최근, 공연계에 'metoo(나도 말한다)' 확산이 수일 째 뜨겁다.

최근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 출연 중이던 배우 이명행이 '개인 사정'이라는 이유로 지난 10일 공연에서 조기하차했는데, 그 속내에는 과거 한 여성 제작진이 그의 성추행과 관련한 일화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폭로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실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언급한 작품과 해당 배우의 초성을 명시해 공연 팬들은 어렵지 않게 그가 이명행임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이명행은 11일 소속사 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제가 잘못한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정말 죄송하다.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특히 성적 불쾌감과 고통을 느꼈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의 잘못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 가장 후회스럽고 너무나 가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자만과 교만에 빠졌었던 지난 날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반성하겠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명행과 함께 작업했다는 한 여성 스태프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대본 리딩 장소에 노트북을 가지러 갔는데 이명행이 따라와 성추행을 했다고 밝힌 것. 해당 여성 스태프는 이명행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명행은 "과음을 해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로 무마했었다고도 밝혀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공연계 성추행 관련 사건으로 또 한 번 대중을 발칵 뒤집은 사건이 뒤이어 터졌다. 이번엔 연극계 거장으로 통하는 극작가이자 연출가 이윤택이었다. 그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이는 역시 연출가이자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였다.

김수희 대표는 오늘(14일) 이른 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me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장문의 글을 올렸는데, 그에 따르면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에서 연출가가 여관에서 자신을 불러 안마를 시키더니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 주변을 마사지하라고 했다는 것. 그의 고백은 실로 대중들을 경악케 했다. 당시 '오구'의 연출가는 이윤택(66)이었고 이윤택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이자 극단의 수장으로, '오구', '노숙의 시', '하녀들', '어머니', '혜경궁 홍씨' 등을 연출한 베테랑 연출가여서 그 충격은 더욱 거셌다. 특히 김수희 대표는 당시의 이윤택을 들어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라고 표현했고, 이후 김수희 대표는 예정되어 있던 한, 두 작품을 마친 후 극단을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일개 단원이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는 것.

김수희 대표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고백의 이유를 전했다.

보도 이후 이윤택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극단을 통해 "반성하는 의미에서 활동을 중단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연희단거리패가 공연 중인 연극 '수업'은 남은 공연을 전면 취소했다.

그럼에도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성추행 처벌은 최소 10년부터 그 이상의 공소시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성추행 사실이 확실하다면 일시적인 활동 중단으로 숨을 것이 아니라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계에서는 실상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14일 오후, 대학로에서 활동 중인 한 여성 공연 관계자는 연예투데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언제고 터질 것이 이제 터졌다는 분위기다. 성추행과 관련해 (그런 사례를) 주변을 통해 듣는 경우는 허다하고 직접 목격하거나 자신이 겪은 이들이 캐스팅 과정에서 제작진에 이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제작사와 오랜 인연이 있거나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의 경우는 쉬쉬하며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어리거나 이쪽에 처음 참여하는 스태프의 경우 그런 일을 당하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일을 그만 두는 것으로 정리되는 일도 예사다."라며 "이번 사태로 공연계의 깊은 그늘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남,녀 배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주의하고 경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각종 온라인과 SNS에는 공연계에서의 또 다른 'MeToo'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 과연 이번 사태의 확산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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