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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더럽지만 매혹적인 욕망의 이중성

  • 입력 2018.02.17 11: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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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이자 두 얼굴의 본성 선(善)과 악(惡). 눈에 보이는 선이 오로지 선이 아니며 악을 악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모호한 경계가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펼쳐진다.

창작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다. 2016년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1’을 통해 발굴, 수현재컴퍼니와 김경주 작가, 이진욱 작곡가, 오세혁 연출이 의기투합해 2017년 2월, 10월, 두 차례 쇼케이스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과 증오,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물음을 던진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 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음탕하고 방탕한 아버지 ‘표도르’의 죽음을 둘러싼 네 형제에 주목한다. ‘표도르’는 두 번의 결혼으로 세 아들을 얻고 부적절한 관계에서 얻은 사생아 ‘스메르쟈코프’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 있다. 자신의 여인을 아버지에게 빼앗긴 후 철전지 원수가 된 첫째아들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죽음에 유력한 용의자다. 실상 아들들 모두는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 견습 수도승이기도 한 셋째아들 ‘알료샤’만이 모두의 화해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매우 무겁고 어둡다. 짙은 회색의 단 세트 배경에 무대 중앙에 관을 상징하는 단이 놓여있고, 이는 인물들의 상태와 심리를 대변하는 조명과 어우러지는데, 특히 장미꽃, 모래 등의 오브제의 활용이 감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함께하며 서로의 관찰자가 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1년여의 제작기간이 소요되었다는 창작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씨어터에서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혁 연출, 이진욱 작곡·음악감독, 작·작사가 김경주를 비롯해 출연진의 김주호, 심재현, 조풍래, 김보강, 강정우, 안재영, 김대현, 김지철, 이휘종, 박준휘가 참석해 작품의 전막을 시연하고 이후 간담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작가 김경주는 이번 작품에 대해 “원작에서는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에서는 형제들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췄다. 네 형제와 아버지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고, 개인적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대심문관’이라는 서사시가 있는데 극중 이반이 쓴 논문이다. 오래전부터 거기에 호기심이 많았고 많은 문학가들, 문호가들이 이 서사시를 두고 인간의 내면의 순수성, 혹은 내면의 악마성에 대한 질문들이 굉장히 많았던 텍스트여서 평소 호기심이 많았고, 해서 그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재해석해 본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어 “제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인간의 내적인 근본들이 굉장히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보여주고자 했던 의미는 ‘욕망이란 건 굉장히 더럽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매혹적이다.’ 이 두 가지의 이중성이 인간에게 있는 게 아닌가. 또 신이 가지고 있는 의지. 그것이 선의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의지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이 든다. 인간은 아무리 악마의 속삭임이 와도 그런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의지가 있을 것이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서사시 ‘대심문관’과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통해서 펼쳐보고 싶었다. 사실 완독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작품인데 제작진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작업이고 기존의 뮤지컬의 문법보다 질문이 많이 담긴 형태인데, 저희 뮤지컬을 통해서 그런 새로운 형식이랄지, 교감하는 방식을 고민해보고 싶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악은 무대 앞쪽에 위치한 한 대의 건반이 책임진다.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모든 넘버가 라이브로 진행되고 또한 장면, 장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백그라운드 사운드 역학을 맡는다. 작곡과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이진욱은 이에 대해 “이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뮤지컬 넘버를 만들고 싶은 생각보다 음악적으로 뭔가 만나는 드라마의 어떤 합일된 지점에 다가가고 싶었다. 보통은 뮤지컬 넘버라고 하면 하나의 송을 생각하는데 우리 작품에서는 어떤 게 노래인지 어떤 게 드라마인지, 이게 과연 노래의 형태로 가야될지, 드라마의 형태로 가야될지, 그런 이분법적인 논리로 보고 싶지 않았다. 뮤지컬의 새로운 문법을 탄생시키자는 식의 엄청난 생각보다는 무엇이 더 잘 어울릴까 생각했던 것 같다. 해서 한 가지 고민했던 것이, 배우 분들과 대본리딩을 할 때, 대본을 읽어주는 순간들이 곧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부분들을 작업에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케이스를 거쳐 본 공연이 올라오기까지, 어떤 과정이나 업드레이드가 있었을까. 이어 오세혁 연출은 “일단 저는 리딩이 끝나고 본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버지 ‘표도르’가 세상을 떠나는 과정, 잘 보내주는 장례절차를 맞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아들들이 아버지에 대해서 항상 부끄러워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멀리하기도 하면서 아버지를 서둘러 눈을 감겨드리고 염을 하고 땅에 묻고 꽃을 던지고 물로 씻어내고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의 흔적이 깨끗하게 씻길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까라마조프라는 뜻이 얼룩, 덧칠한다는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씻어내려고 해도 씻기지는 않는 것 같다. 먼저 떠나보낸 그 얼룩과 씻기지 않는 나머지들은 남은 아들들이 계속 칠을 하면서 깨끗하게 해야 되는 것들이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 아들들이 무대 위에서 거의 퇴장을 안 하고 같이 있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행동들을 끝까지 목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부끄러운 광경이나 그런 것들을 피하지 않고 계속 주시하고 목격을 하면서 다 같이 느끼고 고통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작가 김경주는 “고통은 친절하지 않아서 신비롭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시대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그 당시에 펼쳐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형제들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의식의 흐름, 그런 것들을 보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데, 그 고통이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했고, 실제 심문관이 마지막에 펼치는 내용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창작진과 초점을 맞춘 부분이 ‘헛소리’였다.”며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의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 특유의 신경질이었다. 나의 내면에 대해서, 또는 바깥에 대해서 그런 아름다운 신경질을 가질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한번 정도 관객과 공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 신경질이 저희에게는 일종의 ‘헛소리’라는 키워드로 다가왔는데, 많은 인물들이 헛소리를 남발하고 있지만 그 헛소리를 바탕으로 시대와 싸우지 않았을까. 해서 좀 근사하고 멋진, 헛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그것이 이반의 목소리를 통해 많이 나오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극은 아버지 ‘표도르’를 죽인 이가 누구인가라는 미스터리에서부터 시작된다. 1막은 그를 따라가는 시점이 관객들의 몰입을 높이지만 진짜 범인이 밝혀진 뒤 본격적인 선과 악을 이야기하는 후반부에서는 소위 ‘설명’이 길다. 또한 아들들의 자기고백들로 이어진 서사가 엔딩에 충분한 개연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게 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모두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일단 제가 작가님의 대분에서 가장 꽂혔던 단어가 ‘발작’이었고 두 번째가 ‘덧칠’이었다. 발작이라는 것이 병적인 발작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자신의 화, 아니면 어떤 올바르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드러내지 못 하고 살아가는 시대인 것 같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거나 고백을 하는 순간에 발작하듯이 울부짖거나 화를 내거나 미친 듯이 웃거나 했을 때 사람에게 다가오는 다른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게 오히려 깨끗하게 있는 것보다 그렇게 털어놓고 시원하게 토하고 나서 나오는 상태. 그런 발작이 지난 상태가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 작품을 하면서 했던 것 같고 그런 걸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해서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어떤 시간이 되면 자기고백을 하고 자기 용서를 비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또 하나는 ‘덧칠’이라는 단어인데, 아까도 말씀드렸듯 하나를 씻어낸다고 모든 것이 깨끗하게 씻겨 질까. 오히려 새로운 색깔로 계속 칠해서, 완전히 깨끗하진 않지만 그래도 좀 더 깨끗한 색으로 계속해서 칠해가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한 마디씩 하고 떠나시는데 하지만 그렇게 떠난다고 모든 게 깨끗해질까 생각했다.”라며 “물론 어려운 작품인데 어려움을 자랑하는 어려운 작품이기보다는 그래도 저희가 이 정도까지 다가갔다는 생각을 한다. 해서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또한 엔딩 장면에서는 무대 바닥으로 이들의 얼룩을 지울 물이 흐른다. 이에 대해 오세혁 연출은 “아버지가 자신의 고백을 끝내고 떠날 때, 그때서야 비로소 아들들이 아버지의 얼굴과 손과 발을 씻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들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고백을 했기 때문에 비로소 남의 얼룩을 씻어줄 마음이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고 무대 디자이너와 얘기를 했을 때, 하나의 의식처럼 보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무대를 경사로 만들게 됐다. 마지막 내려오는 물이 씻겨주는 물이기도 하고, 표도르가 마셨던 보드카 같기도 하고, 표도르가 저 세상을 가는 마지막 강 같기도 하고, 해서 마지막에는 등장인물들의 모든 것들이 다 떠내려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 흔적은 남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물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쇼케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대거 본공연에 참여했다. 이번 캐스팅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이에 오세혁 연출은 “캐스팅이 진짜 오래 걸렸다. 제작진, 창작진과 논의를 굉장히 많이 했다. 저희가 이걸 1년 동안을 준비를 하다보니까 애정도 많고 정말로 좋은 배우들과 해보고 싶어서 추천을 통해 다 같이 모여 얘기도 하고 만나보고 노래도 들어보고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되게 어렵고 깊은 생각이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배우들과도 게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생각들을 듣고 싶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업이 물론 다 좋았지만 이번 작품이 특히 저희가 공연 전날까지도 너무나 즐거운 분위기로 했던 거 같다. 어떤 배우님은 극장에 들어와서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처음이라고 할 정도여서,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작품은 선과 악, 구원이라는 큰 메시지를 가진 만큼 셋째아들이자 견습 수도승 ‘알료샤’를 연기하고 있는 김대현, 김지철에게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생각과 원작 ‘까라마조으가의 형제들’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연기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이에 김지철은 “‘알료샤’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의 ‘알료샤’라는 부분이 일단은 저에게 많이 다가왔던 것 같다. 원작을 보더라도 깨달음을 얻는 시점이 좀 느리게, 이 극와 대본에 있었던 것과는 조금 상반됐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후로써 시선을 가져가서 대본을 봤던 게 첫 번째 단계였던 것 같다. 저의 신앙과 사건에 의해서 제 안에 있는 마음이 변했다기보다, 제가 깨닫고 나서 나중에 고해를 하는데 그 부분이 특별히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연기를 하고 다른 장면들이 지나갈 때 거기에 대입하고,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고 이 사람으로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했던 것 같다.”며 “‘알료샤’라는 캐릭터는 좀 어려웠다. 무엇보다 신에게 내가 묻고 있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작용이 되고 어떻게 변화가 되어 올 것인지 참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원작보다는 대본을 먼저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도 원작과 비교를 하면서, 또 연출님, 대현이 형과 얘기를 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현은 “‘알료샤’라는 역할이 멀리서 바라보는 방관적인 부분이 있더라. 이 방관이라는 것이 무릎만 꿇고 사죄만 한다는 게 아니라, 이후 자신이 깨닫게 되면서 도덕적인 문제를 신과 같이 바라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는 무릎만 꿇는 게 아니라 안아주기도 하고 좋은 말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까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신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지만 우선 우리 형제들에 대한 사랑 쪽으로 많이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수현재씨어터(DCF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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