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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김선호, "어머니가 기뻐하실 때 연기하길 잘 했다 싶어"

  • 입력 2018.01.24 10:4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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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MBC 미니시리즈 ‘투깝스’의 종영으로 만난 배우 김선호와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김선호는 평소 캐릭터를 준비할 때 가급적 자신의 주변이나 경험에서 찾는 편이라고 한다. “다른 배우들은 판타지적으로도 많이 찾는다고 하고 물론 ‘도깨비’도 정말 매력이 있긴 한데(웃음), 저는 그동안 제가 본 사람들, 혹은 제가 알고 있는 것 중에 찾아요. 이번 공수창은 어려서 동네서 알던 분 중에 정말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분이 계셨어요(폭소). 자신의 지적인 모든 것을 뼛속에서부터 다 꺼내서 얘기하시는 분인데, 공수창을 보자마자 그 분이 계속 떠올라서 말투며 행동이며 많이 가져왔거든요(웃음). 그런 게 있으면 아무래도 기대갈 수 있어서 좀 편하더라고요. 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런 것들을 조금씩 꺼내 썼는데 이번 인물은 또 저만 연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보다는 차츰 순화되고 맞춰갔고, 조율을 하게 됐죠.”

잠시 언급한 것처럼, 도깨비와 같이 판타지가 가미된 인물을 만날 수도 있을 텐데, 그에는 어떻게 대처하게 될까. “현실에서 많은 캐릭터를 경험하고 가지고 있다 보면 그것도 제가 상상하는 도깨비로 발현되지 않을까 싶어요. 내 몸에 체화된 인물들이 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하나의 인격만 가지고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저런 면들을 조합하다보면 저만의 도깨비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그 외에도 캐릭터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많이 노력해야겠죠.”

그렇다면 앞으로 혹시 해보고 싶다거나 욕심이 나는 캐릭터가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예상외로 극적인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저는 뭔가, 친절한 살인마를 해보고 싶어요(웃음). 아직 그런 캐릭터는 없었지 않나 싶은데 만약 있다면 꼭 해보고 싶은, 많은 배우들이 그런 캐릭터에 욕심을 내는 게,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주 다른, 이제껏 없었던 역할이나 극한의 연기를 해보고 싶은 거거든요. 그리고 또, ‘최강 배달꾼’이나 ‘투깝스’에서도 그렇고 이상하게 로맨스가 가다 말아서(웃음), 로코를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무대가 아닌 매체에서의 연기, ‘이 맛에 연기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을까. “‘김과장’부터 느낀 게, 드라마에서는 카메라가 앞에 있고 아주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에서 오로지 배우의 움직임에만 집중을 하니까,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소름 끼치는 희열이 있어요. 그러다 컷! 소리가 나면 확 풀어지는, 사실 좀 코믹한 장면 같으면 누구라도 웃을 수 있는데 그걸 컷이 나기 전까지는 다들 꾹 참고 사인을 기다리잖아요. 그러다가 컷이 나고 다들 막 웃으면 뭔가 가족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배우를 위해서 집중해주고 연기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기다려주고 지켜봐주고. 그리고 이게, 드라마는 항상 같은 사람들이 현장에 있다 보니까 그런 느낌이 더 큰 것 같아요. 매일 보는 사람들이 제 연기에 감동을 받고 즐거워하고, 그런 게 정말 색다른 맛이구나. 이 맛에 드라마를 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뭔가 연기가 잘 나왔구나 싶을 때 스태프들한테서 딱 그런 리액션이 나오면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김선호는 앞으로도 공연과 매체를 더불어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보통 매체에서 주목을 받으면 보다 큰 대중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매체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십상인데 김선호는 오히려 매체를 경험하면서 공연을 더욱 병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제가 공연을 그렇게 오래한 건 아니고 한 5,6년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고 그런 게 그냥 느껴지거든요. 대본을 받았을 때도 선배들과 선택지가 많이 다를 때가 있어요. ‘아, 이게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인가?’ 그리고 어쨌든 연기는 나라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건데, 그래서 조금 더 다른 인물들을 만나보고 싶고 고민도 하고 좌절도 해야 발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있어요. 공연에서는 한 인물을 길게, 집중적으로 연기할 수 있고, 작품 전체를 연구하는 훈련이 되니까, 드라마나 영화도 물론이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틈틈이 공연을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웹드라마 등 드라마 제작 편수는 지난 10여 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그만큼 많은 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실정도 아니다. 안 되도 기본은 건지자는 식의 스타마케팅이 보다 집요하게 자리 잡으면서 엄청난 출연료에도 스타를 고집한다. 이는 드라마나 영화 뿐 아니라 공연계에서도 만연한지 오래다. 아이돌스타의 출연이 티켓을 보장해주면서 대극장 작품 치고 아이돌 마케팅 한 둘이 없는 경우를 찾기 힘든데 더욱이 노골적인 것은 그들의 공연은 할인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젊은 배우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 자신 역시 연극배우로 시작한 만큼 김선호는 이러한 상황의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요즘 매체가 많아졌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많고 기회가 없어요. 예전에 제 동기인 한 친구가 프로필 백 장을 돌렸는데 1년에 오디션 한 번을 봤다고, 그것도 너무 짧은 시간, 한 2분? 그렇게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현실이거든요. 안타깝죠. 아무리 기회가 늘었어도 부르는 사람만 부르니까. 정말 실력 있는 배우들이 많은데 좀 더 많은 배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면서 혹시 듣고 싶은 질문이 있었느냐고 묻자 자신의 연기나 행보에 대한 불안감을 다독여주는 말이 듣고 싶었다는 솔직한 답변도 있었다. “힘들었냐, 괜찮았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연기를 이제 제 눈으로 보게 되는 끔찍한 상황이 되니까(웃음). ‘아, 왜 이랬지?’ 멘탈이 여러 번 흔들리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자꾸 현장에서 카메라를 의식한다든지 그런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해서 지인들한테 공연을 좀 더 하고 오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너보다 사정이 못한 친구들도 있는데 쪽팔리지 않느냐, 다시 오디션도 보고 다시 해봐라.’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해서 ‘김과장’ 끝나고 다시 오디션에 도전했고 ‘최강 배달꾼’을 하게 된 건데,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그런 고민들이 있었어요. 나는 되게 못하는 것 같은데.. 혼자 그런 속앓이를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해서 힘들었냐, 괜찮았냐, 그런 얘기들이 듣고 싶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은 그를 극복했을까. “다행이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매체에서 어떻게 집중하는지 그런 게 좀 익혀지니까 조금씩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연극 뮤지컬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빵빵 터지는 입담을 과시하며 맹활약하고 있는데, 혹시 출연의사도 있을까. “저는 아직은 좀 겁나요(웃음). 얼마 전에 ‘라디오스타’에 김호영 형이 나와서 실시간 1위도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나오면 재밌을까도 걱정이지면 내가 이걸로 에너지 있게 꾸준히 갈 수 있을까? 뭔가 잠깐 빛을 발해서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목 받는 게 부담스러운 건 아닌데 그렇다고 그게 빨리 오면 좋겠다 싶진 않아요. 그냥 잘 하고 있으면 한번쯤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불러주시면 나가야죠(웃음).”

그렇다면 혹시 욕심이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꼽아달라고 하자 ‘런닝맨’과 ‘무한도전‘을 꼽기도 했다. “저는 토크나 그런 프로그램보다는 ’런닝맨‘ 같이 막 뛰고 달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같으면 딱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럼 우리 ’김과장‘ 팀들이 한 번 다시 모여야죠(웃음).”

인터뷰 말미, 기자가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는 질문을 김선호에게도 물었는데, 예상외의 대답을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먼저, 지금의 인간 김선호를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제가 변화하는 것을 보는 게 즐겁고, 그게 느껴져요. 1년 사이 많이 늘었다고 사람들이 얘기도 해주고. 어제는 소담이 공연을 보러갔는데 ‘어우 연기 많이 늘었네’ 하더라고요. 얼마만큼 연기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제가 알고 있는데, 그렇게 차근차근 변해가는 게 저한테는 희열이에요. ‘아 이걸 또 극복했구나, 여기서 또 이걸 해냈구나’ 하는 게, 사실 그것 때문에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즐겁고 누군가를 만나서 연기를 지켜보는 것도 그 이유예요. 내가 부족한 면을 극복하려면 그 이유를 제 스스로 찾아야 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들어야 되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한 달 새, 1년 새 변한다는 게 저한테 굉장히 큰 희열이고 정말 기뻐요.”

사실 이 질문은 나를 ‘흔드는’ 무엇의 의미가 해석에 따라 다양할 수 있는데, 대부분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충격을 주는 무언가를 고민하기 십상이다. 어떤 이들은 흡사 대본의 대사를 고민하듯 ‘흔든다’는 단어가 긍정인가 부정인가의 의미를 먼저 묻기도 하는데 김선호와 같이 단번에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연기자로서는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인간 김선호는 실로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 이에 이 질문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무엇이었느냐고 재차 묻자 역시나 “막 떨리고, 좋고, 그런 걸로 생각했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일까.

“사실 이건 좀 부끄러운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저는 그냥 연기를 한 게 제일 잘한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상 받았을 때 어머니가 많이 우시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어머니한테 지금 내가 이걸 잘 하고 있다고 보여드린 게 너무나 기쁘고 ‘아, 진짜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가 없다’. 진짜 요 근래 최고 기쁘고 잘 했다고 생각되는 일이에요. 그리고 사실 저희 집이 단칸방에서부터 차근차근 좋아진 집안이거든요. 어머니가 ‘달동네에서부터 시작해서 보고 배운 것도 없을 텐데, 남들한테 욕 안 먹고, 자기 일 잘 하고 있고, 남들에게 해도 안 끼치는 사람이 돼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끝으로, 배우 김선호로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좀 오그라들지만, 저는 다음 작품에도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선호랑은 같이 할 수 있어, 선호라면 같이 하고 싶어’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있잖아요. 그게 지금까지 변함없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부단히 노력할 거고요. 그리고 어떤 선배님들, 배우들도 보면 부진했던 작품도 있고 조금 부족했던 점들은 채워나가시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저도 그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시청자를 포함 많은 대중에게 배우 김선호는 ‘즐기는 배우’라고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저는 그거 하난데, 슬픈 연기든 힘든 연기든 누군가 봤을 때 ‘야, 저사람이 저렇게 하는 게 즐거워서 저거 하고 있구나.’ 그러면 되는 거 같아요. 그렇게 보여지면 저는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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