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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정소민, 흔한 행복의 기준.."그게 진짜 행복일까요?"

  • 입력 2017.12.22 14:3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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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정소민과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특히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현실공감형 드라마였다. 연기하면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정소민은 결혼식 장면을 들었다. “제가 뒤로 갈수록 은근히 감정신도 많고 했는데, 그 신들 중에 가장 펑펑 울었던 건 아무래도 결혼식을 촬영할 때였어요. 사실 화면에 나온 것보다 카메라가 안 돌때 정말 많이 울어서(웃음).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거든요. 이게 실제인지 연기일지 모를 정도로, 저도 맏딸이고 똑같이 남동생이 있고 지호랑은 1살 차이니까 거의 차이가 없었거든요. 극중 엄마도 실제 저희 엄마와도 많이 비슷해서, 진짜 결혼식 때 엄마가 주신 편지 같기도 하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오죽하면 감독님께서 좀 참았다가 울으라고 하실 정도로, 그러다 탈진한다고 걱정해주시고 그랬던 신이었어요.

윤지호는 그만큼 감정의 기복이 큰 캐릭터이기도 해서 폭넓은 연기스펙트럼을 필요로 했다. 그런 윤지호를 성공적으로 마친 정소민에게 배우로서의 호평이 따랐음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노력은 쉼 없이 이어가겠다고 한다.

“저는 5년 전에도 지금도 항상 똑같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당장에 드러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 같고요. 그래서 더 안주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열심히 해야 미래의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계속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없고요. 정말 저는,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지금보다 다음이 정말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어서, 지금의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행복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걸 또 메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그러한 노력이 필요한 연기자의 길, 그럼에도 일말 후회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보다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연기하는 게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긴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꾸준하게 평생 할 수 있는, 사실 그런 직업이 몇 안 되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정말 최고의 직업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일단 저는 하면 할수록 재밌고, 특히 요즘 느끼는 건 사람으로 한 단계씩 성숙해질 때 연기도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것 같아서 참 신기하기도 해요. 처음에는 무작정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저에 대해서도 보다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저를 정확하게 알아야 캐릭터와의 차이를 메우는 작업을 하게 되니까 저를 좀 더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연기가 되는 구나’를 알게 되면서 저라는 사람, 또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에 대해서 되게 깊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배우 이민기의 전역 후 복귀작이었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던 그에게도 이번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두 사람이 실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이민기와 정소민은 훌륭한 케미로 호흡했다. 실제 현장에서의 연기호흡이 매우 좋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일단 저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선배와 같이 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직은 제가 많이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물론 후배들에게도 배울 것이 많지만 아무래도 현장을 더 많이 겪으신 선배와 같이 한다는 면에서 안심이 됐던 것 같고요. 현장에서 실제로도 ‘아, 이런 노련함이 있으시구나.’ 그런 걸 많이 느꼈고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그리고 연기는 아무래도 극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니까, 초반에는 둘이 좀 어색하다가 이후에 가까워지는 부분들이, 촬영을 하면서도 그대로 이어졌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려해주시고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후반에 가서는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하면 이렇게 하면 이렇게 받아주겠지 하는, 그렇게 믿고 갈 수 있는, 연기하면서 안심이 됐던 것 같아요. 딱히 상대의 리액션을 미리 예상한다기보다 내가 뭘 해도 어쨌든 잘 받아주시겠지 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제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고 그런 부분이 굉장히 편했던 것 같고요.”

정소민은 보다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좋은 작품이라면 내년에는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하고 싶어요. 욕심 같아서는 잠깐 쉬고 다음 작품에 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일단 캐릭터적인 면에서는 원래 전공이었기도 해서, 더 늙기 전에, 몸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을 때 무용과 관련한 작품이나 예술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을 해보고 싶긴 해요. 특정 장르보다는 캐릭터에 보다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캐릭터보다는 작품 전체를 먼저 보는 것 같고요.”

끝으로, 기자의 인터뷰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 두 가지를 정소민에게도 물었다. 첫째로, ‘현재의 정소민을 흔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정소민은 이 한 문장의 질문에 실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평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정소민이 어떤 태도로 연기에 임하는지 절로 알 수 있었다. “대본을 볼 때 딱 이런 모습일 것 같다.”고 덧붙이자 멋쩍은 미소와 함께 그렇다고 하더라. 한동안의 고민 끝에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요즘 읽은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남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내가 스스로 나에게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즘 가장 큰 것 같아요. 장강명 작가님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이었는데, 행복의 가치가 개인마다 정말 다르다는 것을 너무 모르고 산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행복의 기준들, 재력, 명예, 성취, 그런 기준들은 정말 많은데 그것이 과연 나에게도 그것이 행복의 기준이 맞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또 새롭게 나를 알아가게 되는 부분들, ‘나는 누구인가’보다 조금 디테일한 질문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나의 행복은 뭘까, 남들의 기준에 도달하는 게 행복인가? 그런 나에 대한 고찰을 깊이 해보자,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살면서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교적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잘 했다는 건 연기를 택한 것인데, 배우로서 욕심이라는 것도 그것 역시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닐까. 예전에는 당장에 보상이 오지 않으니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꾸준하게 들였던 노력은 이후에 어떤 역할을 맡든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형태로든 어느 날 갑자기 보상이 오는구나.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대외적인 위상이라든지, 상이라든지, 그런 욕심보다는 내가 맡은 바를 내 기준에서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더 큰 것 같아요. 시청률 수치를 떠나서 제가 참여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안 부린 적이 없는데, 대외적 성과나 작품,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좋은 작품을 택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서른의 나는 어떨까, 어떤 목표를 세워놓고 간다기보다 소소한 궁금증들? 지금과 뭔가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지만 지금보다는 또 좀 더 나은 모습이 되어있을 것 같아서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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