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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과거의 기억을 잃은 한 소년의 비극.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 입력 2013.09.25 02:16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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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장 자크 루소의 저서 『에밀』을 보면, 가상의 소년 에밀을 위해 루소는 그가 자연상태에서 자라게 한다. 일체의 인위적인 교육을 배제한 채, 하나님이 내려주신 본성대로 살게 한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선하게 창조했지만 인간의 손에 의해 모든 것은 타락하게 된다. 교육이란 자연과 인간, 사물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라는 루소의 주장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한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준환 감독이 10년만에 연출에 복귀한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한 소년 '화이'(여진구)가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에게 길러지고, 범죄와 친숙하게 자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냉혹하고 싸늘한 카리스마 리더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이고 치밀한 설계자 ‘진성’(장현성),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까지, 이 모든 사람을 '아빠'라고 부르며 자란 화이는 학교를 다니는 대신 다섯 명의 아버지들이 지닌 각기 다른 기술과 장점을 배우며 남들과 다르게 자란다. 자신의 과거를 모른 채 마치 평범한 학생인 것처럼 지내 온 화이에게 5명의 아버지들만큼 강해지기를 바라는 리더 석태는 어느 날 범죄 현장으로 화이를 이끈다. 그리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 그 날 이후,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 화이와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에게 길러진 소년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바탕으로 그들을 둘러싼 숨겨진 진실과 그 과정 속에서 폭발하는 인간의 내면을 잔인한 액션과 힘있는 연출로 그려낸다. 자신의 과거를 모른 채 현실에 순응하며 지내온 순수한 소년 화이는 자신에 의해 아빠라 불리는 범죄 집단 '낯도깨비'의 다섯 남자들과 함께 5명의 아빠들 각자의 방식으로 온전한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화이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고 위태로운 그들의 관계가 깨어지는 순간,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무섭게 질주한다. 
  잔인한 코미디같지만 키운 정, 기른 정의 부정(父情)은 화이에게 괴물을 속에 담고 짐승이 되도록 키운다. 마음속에 잔인한 괴물을 삼킨 화이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과거의 진실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면서 자신이 살아왔던 '환경'이 거짓이며, 종국에는 벗어나야할 함정이라고 느끼고 복수의 다짐까지 하게 만든다.   차갑지만 비인간적일 정도로 무정한 아버지 김윤석, 아들이라면 깜빡죽는 아들바보 아빠 조진웅, 이성적이로 논리적인 면을 가르치는 아빠 장현성, 마치 삼촌처럼 아들 화이를 다독이는 아빠 김성균과 박해준에게 화이는 자신들의 테두리에서만 길러진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다.
  악독한 악마같은 아빠를 연기한 배우들의 에너지는 스크린에 그대로 투영되고, 화이를 연기한 여진구의 잔인한 액션씬마저도 그의 무너지는 가슴처럼 차가운 핏빛으로 스크린에 비춰진다. 마지막 절체절명의 순간 아버지와 아들이지만 말로 하지 못하는 감정과 눈빛이 오가는 와중에도 화이는 자신안에 숨어있던 괴물을 놓아주지 않는다.
  주어진 '환경'이 한 개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자신이 알지 못한 타락한 울타리에서 살았던 한 소년의 슬픈 비극을 그린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는 10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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