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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키부츠' 강홍석, "나의 여장에 웃지 않은 관객들 정말 감사해"

  • 입력 2016.12.02 11:5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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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호평 속에 두 번째 시즌의 막을 내린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롤라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강홍석을 만났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뮤지컬 ‘라카지’, ‘연극 ‘까사 발렌티나’ 등을 집필한 미국의 배우이자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작품이다. 특히 그는 작품 속에 그 역시 성소수자인 자신의 경험을 녹여 소소하지만 뼈 있는 에피소드들로 관객들의 공감을 붙러일으킨다. '킹키부츠'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던 구두 공장을 맡게 된 주인공 찰리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극중 강홍석은 롤라 역을 맡아 여장 남자를 위한 ‘킹키부츠’를 제작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다시금 가업을 일으키려는 찰리를 돕는다. 그런 롤라와 그의 여섯 엔젤들의 무대는 뮤지컬 ‘킹키부츠’를 대표하는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강홍석은 지난 2014년 초연에서부터 올해 재연까지 롤라 역으로 참여해 ‘제 9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자신과는 정 반대의 인물이어서’였다고 한다. 여장 남자의 심정을 이해해보기 위해 대낮에 실제 여장을 하고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주변의 시선을 느껴보았다는 강홍석. 그는 이 ‘킹키부츠’를 참여한 전 과정을 통해 소수자들에 대한 일말의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 계기가 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두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강홍석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먼저, 두 달 동안 함께한 뮤지컬 ‘킹키부츠’를 마친 소감은 어떤가.

“매 회 정말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그 공연에 함께하면서도 즐거웠지만 관객들이 크게 환호해주시고 박수쳐주시고 한껏 취해주시니까 공연하면서도 뭔가 더 흥이 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힘이 생기더라고요. 진심으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 만큼 애초 출연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을 듯한데.

“제가 가장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것은 롤라라는 인물이 저와 정 반대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기하고 싶어서였고, 애초 ‘킹키부츠’ 초연 전에는 이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음악만 알고 있다가 공연 영상을 보고 도전했던 건데, 그게 저와 정반대의 사람 같아서 정말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태원을 돌아다니면서 의상부터 구두를 제작하는 곳을 일일이 찾아다녔고 분장도 완벽하게 해서 오디션을 봤고요, 또 실제 그렇게 분장을 하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보기도 했어요. 근데 사실 이 작품에 그런 큰 메시지가 있을 줄 몰랐어요. 대본을 보고 ‘대니쉬 걸’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 이런 메시지가 있었구나. 또 영화를 보다보니까 직접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겠더라고요. 저 역시도 그 전에는 다소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그런 부분을 완전히 깨버렸죠.”

실제 여장을 하고 이태원 거리를 돌아다녔을 때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 시선이나 느낌이 생각보다 세더라고요. 정말 여성분들이 눈이 동그래지고, 저도 뭔가 숨어지고. 저야 한낮 그냥 짧은 시간이었고 또 속으로는 어쨌든 일이다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는데도 이런 정도인데 실제 이런 기분을 매 생활 속에서 받게 되는 느낌은 어떨까. 그 감정을 느끼니까 극중에서도 이 감정으로 이 대사를 해야 하는 거구나,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한 15분 걸었다가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도 정말 흠칫 놀라시더라고. 해서 오디션 보러 가는 길이라고, 어쩌면 비겁한 변명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냥 평범하게, 당당하게 얘기할 걸 그런 후회가 되더라고요.”

이미 뮤지컬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배우 정성화와 같은 역할을 연기하게 된 부담은 없었을까.

“성화 형과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부담은 정말 1도 없었어요. 이미 관객들도 알 거라 생각했고 그리고 저 때문에 공연을 보러 오시는 게 아니라 ‘킹키부츠’를 보러 오시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성화 형이랑 같이 대사를 하는 게 너무나 영광이었고 행복했어요. 형에게 정말 많은 연기를 배웠고 배우로서 살아가야하는 자세들, 또 한 가장으로 살아야 하는 책임감 같은, 정말 여러 면들을 배울 수 있었고 오히려 성화 형과 같은 역으로 고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죠. 다음엔 꼭 같은 작품에서 다른 역할로 만나서 한 무대에 같이 서보고 싶어요.”

‘킹키부츠’의 초연과 재연 사이,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초연 때는 정말 열정 하나로 덤볐었죠. 이거 아니면 앞으로 뮤지컬 못하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끝냈는데 이번에는 뭔가 책임감이 생기면서 이 작품을 정말 온 국민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정말 10년, 20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서 이번 시즌도 정말로 좋은 평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고 그러다보니까 연기도 작품도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특히 이번 시즌도 모난 사람 없이 심하게 다치지 않고 마무리한 것이 정말 큰 축복이 아니겠느냐고 형님들이 말씀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다들 그렇게 공감을 하면서 정말 화기애애하게 잘 마무리가 됐죠.”

뮤지컬 ‘킹키부츠’를 통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면.

“사실 초연 때는 제 얼굴로 여장을 하면 관객들이 혹시 웃지 않을까, 겁을 냈었어요. 정말 공연 2분전까지 계속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오디션을 볼 때도, 여장을 하고 거울을 보는데 저도 제 모습이 정말 웃긴 거예요(웃음). 해서 과연 내가 이 롤라를 할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는데 오히려 심사하시는 분들이 그런 모습에 박수를 쳐주시더라고요. 관객들도 마찬가지셨어요. 무대에 딱 등장했는데 정말 아무도 웃지 않으시더라고요. 제가 그런 여장을 하고 있는데도 편하게 작품을 보셨다는 것 만해도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다소 빈약한 스토리를 화려한 볼거리나 쇼로 메꿨다는 평도 적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저는 공연이라는 것이 관객들이 편하게 즐기고 가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꼭 어떤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야만 좋은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저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아 낯간지러운데 요즘같이 심신이 지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가족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게 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 공연에서 넥타이 오빠들이, 어디서 굵은 웃음소리가 나서 뭔가 했더니 직장인분들 3-40명이 단체로 오셔서 넥타이 풀고 막 춤을 추시더라고요. 분명 술은 안 드셨는데(웃음), 어떻게 넥타이 부대 형님들이 저렇게 재밌게 놀까, 오죽하면 앵콜할 때 ‘넥타이 오빠들 정말 땡큐하다’고 말씀도 드렸는데 40대가 넘으신 분들이 정장 딱 입고 막 흥겹게 같이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초연부터 같은 캐릭터로 계속 참여하고 있으니 애정 역시 남다를 듯하다. 내년에 삼연이 공연된다면 다시 출연할 의향이 있나.

“그럼요. 정말 열정도 쏟았고 했으니까 계속하고 싶어요. 초연에 57회하고 이번에 40회 했는데, 그랬는데도 너무 적게 한 것 같은 거예요. 아직 목도 짱짱하고 몸도 짱짱한데 뭔가 다 안 풀린 느낌이랄까, 지금 같아선 한 1년 쭉쭉 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섭외가 안 온다면 어떨 것 같은가.

“어우, 그럼 아무래도 섭섭하겠죠. 아마 제가 직접 전화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웃음).”

뮤지컬 ‘킹키부츠’로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는데, 뭔가 전과는 달라진 입지를 체감하나.

“전과 생활이 달라지진 않았는데 대학로나 공연장에 가면 많이 알아봐주신다는 게 좀 달라졌죠. 해서 행동이든 뭐든 좀 조심스러워지는 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킹키부츠’를 만나지 않았다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냥 여전했지 않을까. ‘킹키부츠’는 성소자들을 포함 또 다양한 많은 소수자들에 대한 모든 편견을 삭 사라지게 해준 정말 신기한 작품이에요.” 

뮤지컬 배우 강홍석의 인터뷰, 2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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